[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25년부터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초3·중1 '책임교육학년' 지정 성취도평가 (종합)

"평등주의에 공교육 약화·사교육 팽창…기초학력 국가책임 강화"
책임교육학년제 도입…학습지원 대상 30%로 확대
디지털 기반 교실수업 혁신…고1 내신 상대평가는 유지
외고·자사고‧국제고 존치…‘자율형공립고 2.0’ 추진

류수근 기자

ryusk@megaeconomy.co.kr | 2023-06-22 12:46:57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2025학년도부터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예정대로 전면 시행되고, ‘책임교육학년제’가 도입돼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에 학력진단이 강화되고 핵심 소양 집중교육이 지원된다.


고교 1학년 공통과목 전면 절대평가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고,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는 학교 교육의 다양성 차원에서 계속 유지된다.

교육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교육부가 이날 내놓은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은 최근 가파르게 하락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국가가 책임지고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공교육 내 학생별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교학점제 기반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다양한 유형의 학교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은 최근 들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학생들의 학력 수준 저하에 대한 우려는 최근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더욱 커졌다. 학생들의 학력뿐 아니라 학교생활 만족도 역시 하락하는 추세다.
 

▲ 최근 10년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 비율. [교육부 제공]
교육부는 그동안 학생들을 경쟁에서 자유롭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 평가로 전환한 이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3배 가량 크게 증가했고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업성취 수준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교육부는 이와 같이 학생들의 학력이 하락하고 학교생활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은 공교육 질이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정확한 학력진단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국가가 보장하고, 모든 학생의 사회적 역량과 심리·정서를 책임지고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양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학생맞춤 교육을 실현해 공교육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추진방향. [교육부 제공]
그 핵심 방안으로 초3과 중1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하고 언어, 수리, 디지털 소양 등 3대 핵심 소양을 집중 교육하기로 했다.

초3은 읽기, 쓰기, 셈하기를 기반으로 교과학습이 시작되는 단계이며, 중1은 초등교육의 기초 위에 중등교육이 시작되는 단계로, 이 시기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벌어지기 쉬워 정확한 진단을 기반으로 학습과 성장을 위한 집중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학년 초 성취수준을 진단하기 위한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초3‧중1 전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전체 학생 참여 여부는 시도교육감이 결정하되, 시도교육청 평가 및 학습지원담당교원 배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중1은 자유학기제 취지를 고려해 진로‧적성 진단도 함께 실시한다.

▲ 학업성취도 평가 유형별 비교. [교육부 제공]
학업성취 수준 진단 결과를 토대로 정규수업 및 방과후 지도, AI(인공지능) 맞춤형 학습, 학습 관리 튜터링(개인지도) 연계를 제공한다.

학습지원 대상도 확대한다. 진단결과에 따라 중점적으로 학습을 지원하는 대상을 현재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서 2025년에는 ‘중·하위권’ 학생까지 연차적으로 넓힌다. 이렇게 하면 전체의 5% 규모인 지원 대상이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방학 기간 중 ‘학습도약 계절학기’도 도입한다. 기초학력이 미달한 초6, 중1, 3 학생을 대상으로 겨울방학을 활용해 보충학습 등 기초학력 보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초3‧중1 외 학년에서도 성취 수준에 기반한 개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학업성취수준 진단‧환류(피드백) 체계를 강화한다. 내년부터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대상을 확대하고 2025년엔 컴퓨터 적응형 평가(CAT)를 도입해 보다 정밀한 수준의 진단을 지원한다.

아울러 교육청·학교·학부모 등에게 평가결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정책 수립 및 학업 지도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에는 지금까지 전면 시행 시기를 놓고 이견이 있었던 고교학점제를 예정대로 올해 중학교 2학년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부터 실시하기로 하는 내용도 담겼다.

▲ 고교학점제 보완 추진. [교육부 제공]
학교의 과목 개설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학생이 진로‧적성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학점제 운영을 개선해 진로학업설계 관련 정보 제공 강화, 교원 진로학업설계 지도 역량 제고 연수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 고교학점제 지원센터. [교육부 제공]
또 학생이 지역‧학교 여건에 관계없이 다양한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온라인학교과 공동교육과정을 확대하고, 시도 고교학점제 지원센터 설치를 통한 단위학교 상시 지원 체제를 구축하며 지역 대학 및 기관과의 연계‧협력도 강화한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한때 논의됐던 고1 공통과목 전면 성취평가제는 시행하지 않는다.

▲ 과목별 성적 산출 방식. [교육부 제공]
기존 발표한 대로, 내후년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없도록 모든 ‘선택과목’의 석차등급 병기를 폐지하되, 공통과목은 최소한의 내신 변별을 위해 석차 9등급 병기를 유지하기로 했다.

성취평가제란 상대적 서열을 매기는 방식이 아닌 ‘학생이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절대평가 제도로 A·B·C·D·E 5단계 등으로 성취수준을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부는 성취평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공통 점검기준을 마련해 ‘학교 자체-교육청-외부 점검단’의 3단계 점검, 평가관리센터 설치‧운영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소성취수준을 보장하도록 지도하기 위해 전 과목을 대상으로 이수 기준을 적용하고 이수 기준에 미달 우려가 있는 학생에겐 예방지도를, 미달 학생에겐 보충지도‧대체이수를 실시한다.

아울러 예방‧보충지도를 위한 온라인 콘텐츠 제공과 졸업기준 미달 학생에 대한 학점 추가이수 지원 체제도 2026년까지 마련하는 등 현장 지원을 실시하고, 고교학점제로 학생이 이수한 과목 특성이 대입에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대학에 제공되는 정보를 확대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내후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던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하고, 관련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올해 말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일반고 황폐화 논란'으로 이전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계속 두기로 한 것은 학생들의 고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공교육 내에서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 사교육 의존을 막겠다는 의미다.

기존 외고와 국제고의 특목고 지위를 유지하되, 희망하는 경우 '국제외국어고' 유형으로 전환해 두 학교체제의 교과정을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들 학교가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처럼 일반고와 함께 ‘후기 선발’을 유지한다. 이와 함께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활용해 평가하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의 유지, 선행학습(사교육) 방지를 위한 ‘입학전형 영향평가’의 개선 등을 통해 ‘학생 선발효과’와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의 경우 정원의 20% 이상을 해당학교 소재 시도의 지역인재로 선발하도록 의무화하고, 국가보훈대상자에 해당하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을 기존과 같이 유지하되 미충원 인원의 절반은 일반전형으로 충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운영성과평가’를 5년 주기로 실시하고 결과가 좋지 않은 학교는 정원을 감축하도록 할 예정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존치 방침은 학교 교육 다양화 차원에서 찬성하는 의견도 있지만 사교육을 되려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들 학교는 입시 경쟁을 심화시켜 사교육 과열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향후 추진일정. [교육부 제공]
교육부는 아울러 시·도 교육청이 지역별·학교별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학교 교육을 혁신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산어촌‧원도심 등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자율형공립고를 존치하되, 시도별 자율적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율형공립고 2.0’을 추진한다.

예를 들면, 교육혁신가, 기업‧지자체, 교육청 등 여러 주체가 협약을 맺고, 학사 운영, 교장공모, 교직원 인사 등 협약의 범위 내에서 공립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모델이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되 기업 등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미국형 차터스쿨을 표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자율학교의 경우, 일부 전국단위로 모집하는 일반고와 중학교의 특례를 유지하되, 해당 지역 학생을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도록 권고하고, 지역에서 학령인구 급감에 대응해 적정규모학교 육성 등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희망하는 경우 기숙사 신·증축 등도 지원한다.

교육부는 교원들의 자발적인 수업 혁신을 이끌어내고자 인사제도를 비롯한 교원정책 전반을 개편하기로 했다.

▲ 수업 평가 분야 핵심 교원 양성 계획. [교육부 제공]
우선, 교사가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며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권 보호 및 수업 연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학교의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AI 기술을 접목한 수업 혁신이 가능하도록 전체 교사 대상 대면·비대면 AI 소양 및 하이터치 하이테크 실전 연수를 강화하고, 교사의 수업 전문성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위해 인사, 보수, 연수 등 교원정책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교사가 교실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수업역량 강화 연수도 지원한다.

수업방해 행위에 대한 적극 대응 등 교원의 교육 활동 보호를 통해 교원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교사가 교실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수업역량 강화 연수도 지원한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의 생활지도권 보호, 학생 생활지도의 범위‧기준 등 세부사항 의 법령 명시와 매뉴얼 제정 등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한다. 또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을 추진하고, 교원의 피해비용 보상‧법률지원도 확대한다.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행정업무 경감도 추진한다.

단위 학교별 공통 행정업무를 교육지원청의 통합지원센터에서 수행함으로써 학교 현장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시도교육청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정보시스템을 활용한 학교 행정업무의 효율화도 추진한다.

교육부는 이같은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추진함으로써, 모든 학교는 AI 디지털 교과서 및 코스웨어(교육 내용과 절차, 방법을 담고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학생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배움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이 교육부의 의도대로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 기초학력 향상이라는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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