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행 고팍스 전 대표, 횡령·배임 '무혐의'…바이낸스와 법적 공방 새 국면

'헐값 매각' 논란 벗어…바이낸스 상대 맞고소로 반격 개시
미상환액 1300억원 육박…국제 중재·피해 구제 절차 향방 주목

윤중현 기자

junghyun@megaeconomy.co.kr | 2026-02-10 17:02:26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운영사 스트리미)의 창업자인 이준행 전 대표가 이른바 '고파이 사태'와 관련해 제기된 형사 고소 사건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3년 가까이 지연된 피해자 구제 절차와 바이낸스와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11일 이 전 대표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역시 배임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자료=고팍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이 전 대표가 사태 수습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였다. 앞서 고팍스 측은 지난해 4월 이 전 대표를 고소하며 ▲2023년 6월 회사 자산인 약 833억원 규모의 '제네시스 채권'을 헐값에 매각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고(배임) ▲2021년 회사 소유 비트코인 60개를 사적으로 유용(횡령)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은 문제가 된 채권 매각이 이 전 대표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당시 경영진과 이사회의 만장일치 결의로 이뤄진 합법적 경영 판단이라고 봤다. 특히 당시 고팍스가 미지급된 고파이 예치금을 갚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던 만큼, 채권을 매각한 것을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비트코인 횡령 혐의 역시 회계 자료와 임직원 진술을 종합할 때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고파이 사태는 2022년 11월 세계 3대 코인 거래소 FTX가 파산하며 시작됐다. 고팍스는 고객 자산을 가상자산 투자은행 제네시스 트레이딩에 맡겨 운용했는데, 제네시스가 인출을 중단하며 약 600억원의 고객 자금이 묶였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2월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에 자신의 지분 전량(약 41.2%)을 넘기는 대신 고파이 피해액 전액 상환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신고 수리가 지연되고 바이낸스 측과의 경영권 분쟁이 겹치며 현재까지 피해액의 약 37%는 상환되지 못한 상태다. 그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환해야 할 자산 가치는 현재 1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형사상 굴레를 벗은 이 전 대표는 반격에 나섰다. 그는 고팍스와 현 경영진을 무고 혐의로, 바이낸스 이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각각 맞고소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용자들의 자금을 신속히 회수하기 위해 회사를 사실상 헐값에 넘겼음에도 바이낸스가 한국 내 사업권만 확보하고 상환 의무는 미루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 전 대표와 바이낸스 측은 지분 인수대금 미지급 문제 등을 놓고 대한상사중재원(KCAB)에서 국제 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무혐의 처분으로 이 전 대표의 경영적 판단에 정당성이 실리면서 향후 법적 공방과 상환 절차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무혐의 결정은 이 전 대표가 개인의 사익보다 고객 자산 상환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경영권을 넘겼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라며 "향후 국제 중재에서 바이낸스의 상환 책임 이행을 압박하는 핵심적인 근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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