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위기의 K철강' 극복, 사장단 인사 효과는 미지수
글로벌 경기 침체,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 탄소중립 등 위기연발
신임 경영진 과제는 철강 사업 부진 극복, 이차전지 사업 재도약
이동훈
ldh@megaeconomy.co.kr | 2024-02-22 13:16:39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포스코홀딩스가 '위기의 K철강' 상황 속에서 전문성 강화와 세대교체를 위한 주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포스코 재도약과 혁신에 나서는 장인화 호에 힘을 실어줄 철강이나 엔지니어링 능력 등 기술 외에도 경영 관리 능력 등 복합 역량이 돋보인 인사라는 평이다. 그러나 포스코의 본격적인 변화의 시도로 해석되는 이번 인사가 K철강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1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박성욱 전 SK하이닉스 부회장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고,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과 김기수 포스코 기술연구원장을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또한 포스코에는 안전환경본부, 생산기술본부 및 탄소중립전략을 관장하는 이시우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전반을 총괄하게 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에는 이계인 글로벌부문장이 선임됐다.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에는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선임됐다.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에는 포스코홀딩스 유병옥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이 선임됐다.
이번 인사를 통해 포스코는 조직 안정화와 본업 강화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과 일본 철강의 저가 공세, 탄소중립 실현 등 위기를 극복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재계 관계자는 "차기 회장으로 취임할 장인화 전 사장과 새로운 사장 단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바로 철강 사업 부진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위축되고, 저렴한 중국산과 높은 관세 장벽으로 막힌 일본산 철강재가 국내 시장을 침범하면서 포스코의 철강 사업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포스코 철강 사업 영업이익, 전년 대비 21% 하락
지난해 포스코 철강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2조 55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 2021년 대비 70%나 급감했다. 철강 사업은 포스코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일본 철강재 수입량은 각각 872만8206톤(t), 560만6724t으로 전년 대비 29.2%, 3.1% 증가했다. 중국산 제품 덤핑에 일본산 고품질 열연강판까지 시장에 저가로 쏟아지면서 국내 철강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내정자, 김기수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이시우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등 철강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위기 대응력을 갖춘 인물들이 사령탑으로 전진 배치된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게다가 연초부터 중국산 철광석 수입 가격이 톤당 기존 116.68달러(2022년 10월13일 기준)에서 17.3% 상승한 136.8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철강사의 원가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3월 철강업종의 업황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산업연 관계자는 "철강 업종은 전방산업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2023년 철강수요를 책임졌던 자동차 업계가 올해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420만대 생산을 전망해 전년 대비 소폭 증가를 예상했지만, 대한상공회의소는 2.3% 감소를 예상했다.
관건은 조선 업황이다. 올해 선박건조량이 2200만GT로 예상되는 만큼 후판 판매를 위한 글로벌 영업력이 요구된다.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등은 사업성과 실적이 뛰어나다는 내부 평가이다. 더욱이 사외이사로서 경영자문을 맡을 박성욱 전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재료공학의 전문가로 2013년 SK하이닉스 대표에 취임한 이후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와 실적 개선을 이끈 인물이다.
◆ 이차전지 사업 및 건설용 강재시장 부진도 부담
포스코의 위기는 비단 철강만이 아니다. 포스코가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던 이차전지는 좌초위기에 빠졌다. 포스코퓨처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전년(1659억 원) 대비 78% 하락한 360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인물이 바로 유병옥 포스코퓨처엠 신임 사장이다. 유 신임 사장은 서울대 금속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포스코에 입사해 경영전략실장과 원료실장,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 등을 거친 그룹 내 친환경미래소재 분야 최고 전문가이다.
또 다른 고민거리는 건설용 강재시장의 부진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착공 및 분양 시장 악화로 인한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했다. 철근 수요도 2023년 950만톤 전후에서 올해는 870만~880만톤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포스코이앤씨를 주축으로한 건설 사업도 수주 규모는 늘었지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침체에 빠진 형국이다. 이번 대표로 취임하는 전중선 신임 사장은 재무를 토대로 한 전략가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전 사장은 안정적인 경영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 탄소중립, 포스코의 목을 조르는 최대 위기
탄소중립 규제에 발맞춘 수소환원제철(HyREX) 전환은 당장 포스코의 목을 조르는 올가미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철강 업계가 탄소 배출 감축에 사활을 거는 건 글로벌 차원의 탄소규제 강화와 높아진 보호무역 장벽 때문이다
포항제철소에서 나오는 쇳물은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에 함께 넣고 열풍을 주입해 석탄을 연소시킴으로써 철광석의 환원반응을 일으키는 원리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슬래그 등이 부산물로 남는다. 반면 수소환원제철은 수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 역할을 하기에 탄소배출 걱정이 없다. 고로 방식과 달리 순수한 물(H20)만 남기 때문이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은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를 2030년부터는 상용화 시켜야 하는 책임을 갖게 된다. 그리고 2050년까지 포항·광양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포스코의 계획을 실현시켜야 한다.
이 같은 위기 상황 속 포스코그룹의 이번 인사가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포스코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 시장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며, 포스코가 직면한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신임 경영진에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은 만큼 경영진 간의 협력 및 시너지 창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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