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이재현·정용진, '유통 총수' 병오년 맞아 현장 경영 질주

위기 속 현장 경영 강화…오너십 중심 돌파구 모색
3세 경영진 동행 확대…승계 구도 구체화 흐름

정호 기자

zhdyxp56@gmail.com | 2026-02-06 12:40:42

[메가경제=정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 유통기업 총수들이 '붉은 말의 해' 병오년을 맞아 현장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세발 원가 상승과 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한 오너십 행보로 해석된다. 경영 일선에 직접 나선 총수들의 움직임에서는 책상 경영을 넘어선 '동행 리더십'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원료 수급부터 핵심 사업을 직접 점검하면서 그룹 성장의 내실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재현 회장은 올리브영 신사업 매장을 방문해 계열사 사업 현황을 챙겼으며, 정용진 회장은 연초부터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을 찾아 고객 중심 경영 기조를 재확인했다.

 

▲ <사진 편집=메가경제>

 

이선호 CJ미래기획그룹장과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등 3세 경영진도 주요 일정에 동행하며 그룹 전반의 사업 이해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 중심 행보 속에서 승계 구도 역시 점차 구체화되는 흐름이다.

 

신 회장은 2024년 이상기후로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아프리카 가나를 찾아 카카오 묘목을 전달했다. 지난해 말에는 정기 인사를 앞두고 롯데호텔·롯데백화점 본점·잠실 롯데타운 크리스마스 마켓을 예고 없이 점검하며 현안을 직접 살폈다. 올해는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하며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연매출 2000억원 흥행 성과가 이 행보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신유열 부사장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신격호 창업주 6주기 추도식에서는 헌화 순서와 동선 등에서 실장급으로 앞선 순위에 배치되며 위상 변화가 감지됐다. 이어 열린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는 인적 쇄신과 지배구조 개편, 전략 컨트롤 조직 강화 등 실행 중심 메시지가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롯데그룹>

 

이재현 회장 역시 지난해 말부터 주요 계열사를 찾아 사업 전반을 점검해 왔다. CJ 4D플렉스·티빙·CJ대한통운·CJ제일제당·CJ프레시웨이 등을 방문해 사례 공유와 토론을 진행했으며, 30명 안팎의 소규모 '무빙유닛' 회의를 통해 효율적 소통 구조 구축에 나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올해 초 그룹 핵심 사업지로 꼽히는 CJ올리브영 경영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웰니스 특화 매장 '올리브베러'를 점검한 뒤 경영진과 신사업 관련 임직원 30여명과 전략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글로벌 영토 확장과 미래 산업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성장 동력 확보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사업이 K-콘텐츠 확산 흐름 속에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가면서 해외 행보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과 미국에 이어 영국 런던을 방문해 글로벌 시장 확장 가능성을 점검했다. 같은 해 말에는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정부 유력 인사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중동 시장 진출 기반을 살폈다. 이 과정에서 이선호 CJ미래기획그룹장의 동행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CJ그룹>

 

이선호 그룹장은 CJ제일제당에서 바이오사업과 식품 전략기획, 미래 먹거리 발굴 등을 맡으며 경영 경험을 쌓은 뒤 지주사로 복귀했다. 지주사는 ▲포트폴리오전략그룹 ▲미래기획그룹 ▲전략적 사업지원 ▲인재·문화혁신 등 핵심 기능 중심으로 재편되며 승계 기반 정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기업 오너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현장 경영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중순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의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을 직접 찾은 데 이어, 같은 달 6일에는 스타필드마켓 죽전점을 방문해 매장 운영과 고객 반응을 점검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신속하고 바른 답은 현장에 있다"고 강조하며 2026년 신년사에서 제시한 '패러다임 시프트' 기조를 현장에서 재확인했다. 죽전점은 점포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하는 곳으로, 이마트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의 강점을 성공적으로 접목한 사례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현장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에서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말 미국 플로리다와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해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잇달아 회동했다. 

 

▲ <사진=이마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1789캐피탈 경영진을 만나 팜비치 개발 사업 참여 가능성을 논의했으며, 리플렉션 AI 창업자 미샤 라스킨과는 유통 전 과정에 자율형 AI 기술을 접목하는 협력 방안을 검토했다. 이어 LA에서는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최고경영자(CEO)와 콘텐츠·테마파크 협력 및 지식재산권(IP) 활용 가능성을 점검했다.

 

업계는 이러한 행보를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글로벌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세 유통 총수의 광폭 행보는 단순한 현장 점검을 넘어 위기 국면에서의 전략 재정렬 신호로 해석된다. 고물가·저성장·관세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신사업 전환을 앞당기려는 의도가 짙다.

 

승계구도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3세 경영진의 동행이 늘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 승계 구도 안정화와 맞물린 흐름으로 풀이된다"며 "현장 경험 축적과 글로벌 네트워크 노출을 동시에 진행하며 차세대 리더십 기반을 다지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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