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에 건설업계 초비상…원청 향한 교섭 요구 거세져
공사비 상승 및 경영 리스크 확대 우려
일각 "현장마다 조건 다른데 일률 교섭 무리"
윤중현 기자
junghyun@megaeconomy.co.kr | 2026-03-12 12:37:17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지난 10일 본격 시행됐다.
이에 따라 상시적인 하도급 구조로 운영되는 건설업계는 하도급 노동조합의 직접적인 교섭 요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간주한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는 시공사(원청)가 하도급 노동자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았으나, 작업 시간과 내용 및 투입 인원을 결정하고 안전관리를 총괄하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에 맞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이날부터 100개 원청 건설사를 대상으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 요구 절차에 즉각 착수했다.
건설업계는 법무법인과 노무법인을 통해 조문 해석 및 대응 방안 컨설팅을 받는 등 대비를 해 왔지만, 전례 없는 노사관계 환경 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제조업의 사내하도급과 달리 건설업만의 특수성이 법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건설현장은 현장마다 업무 내용, 공사 기간, 투입 원가, 하도급사와의 계약 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 특정 노조와 협상한 내용을 모든 현장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가 확대돼 현장 단위의 노무 이슈가 본사 전체의 경영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며 "현장마다 판이한 조건을 무시하고 진행되는 교섭 요구에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이미 급등한 상황에서 노조가 적정 하도급 대금 지급이나 유급휴일 적용 등을 요구할 경우, 이는 결국 전체적인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비용 부담이 결국 분양가에 반영돼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건설사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피지컬 AI(인공지능) 상용화를 서두르거나, 외부 도급 대신 회사 직영으로 수행하는 공종을 늘리는 등 산업 구조 자체를 변경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가 시공사를 넘어 사회적 영향력이 큰 발주처로 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최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신축 과정에서 발생한 협력사 노동자 해고 문제와 관련해,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뿐 아니라 발주처인 SK하이닉스에 직접적인 해결을 요구한 바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대기업이나 공공 공사를 발주하는 공기업 등 대외 이미지가 중요한 발주처들이 노조의 새로운 타깃이 될 수 있다"며 노란봉투법 시행이 건설 생태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내다봤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