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무노조 신화' 종료…노조 촉발 '성과 보상·소통' 대두

민주노총 산하 노조 출범…임금·복지·조직문화 개선 요구
회사 "성실 대응"…제약·바이오업계, 노사관계 변화 주목
전문가 "회사는 투명경영…노조는 합리적인 요구 필요"

김민준 기자

kmj6339@megaeconomy.co.kr | 2026-06-02 13:36:44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셀트리온에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출범하면서 창사 이후 사실상 유지돼 온 '무노조 경영체제'가 막을 내렸다.

 

노조는 성과급·임금체계 개편과 인력 충원, 복지 확대 등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교섭을 예고했고, 회사는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이번 노조 출범이 제약·바이오업계 노사관계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셀트리온에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사진=챗GPT4]

 

2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식품노조)에 따르면 셀트리온 임직원들이 화섬식품노조 산하 '셀트리온지회(유니트리온)'를 설립했다.

 

셀트리온 임직원들이 노조(셀트리온지회)를 설립한 이유는 그동안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산하 조직을 선택한 이유도 회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노조는 출범과 함께 네 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우선 초과이익성과급(PS) 산정 기준의 투명성을 높이고 일방적인 연봉 통보 후 그룹웨어 로그인 시 서명하지 않으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갈 수조차 없게 만든 '연봉 동의 시스템'이 아닌 협상 중심의 임금 결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근속자 처우 개선과 복지포인트 확대, 실질적인 성과보상 체계 마련 등도 요구했다.

 

인력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노조는 GMP(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생산시설 운영에 필요한 정규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생산 일정에 따라 인력을 다른 공장으로 이동 배치하는 이른바 '인원 돌려막기'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또 부서장 재량에 따라 근무 제도가 달라지는 구조가 조직 내 불신을 키우고 있음을 지적하며, 유연근무제 개선과 교대근무 수당 현실화, 복지 제도 확대도 요구했다.

 

더불어 생산 일정이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현장 근무자들이 무슨 업무를 수행했는지 엑셀 시트에 적어내도록 강요하는 근무환경과 조기 출근 강요, 과도한 복장 규제 등의 조직 문화 개선을 촉구했다.

 

배지섭 화섬식품노조 셀트리온지회장은 “사무직과 생산직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복지 개선과 임금·성과급 개선을 제1의 목표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일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조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격차를 좁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은 헌법과 노동관계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노동조합 설립과 관련해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존중하며, 향후 관련 절차가 진행될 경우 법과 제도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회사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적인 성장에 차질이 없도록 임직원과의 소통과 책임 있는 경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 협상의 시간 '대두'…"투명경영·합리성 기반 성숙한 협상 필요"

  

업계에서는 셀트리온 노조 출범이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노조 영향력 확대 흐름과 맞물려 제약·바이오업계 노사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바,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와 신약 개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노사 협의 과정이 경영 전략과 생산 현장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조 설립 자체는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이슈인 만큼 업계에서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며 "향후 노사 소통·협상 구조와 조직문화 변화 측면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가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재천 YJC컨설팅코리아 대표(前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부회장)는 "셀트리온의 노조 설립은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 기업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변화"라며 "시장이 커지고 조직 규모가 확대되면 노조 설립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기업의 미래 투자 재원을 훼손하는 방식의 요구는 결국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기업의 투자 여력과 성장 전략을 고려한 복지 향상과 단계적이고 합리적인 요구를 제시하는 성숙한 협상 문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셀트리온을 향해서는 향후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영 현황과 미래 투자 계획을 노조와 적극 공유하는 '투명경영'이 필요함을 강조, "회사가 앞으로 어떤 사업에 투자하고,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하며, 향후 성장 전략이 무엇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여 대표는 "노사관계의 핵심은 결국 상시 소통"이라며 "문턱 없는 대화 구조를 만들고 경영진과 노조가 정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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