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 반도체 공정 시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고려 상시적 대응 시나리오 모색차원
현대차그룹,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개발·기술 역량 내재화도 추진
송현섭
21cshs@naver.com | 2023-07-09 12:16:13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Intel Ireland’s Leixlip campus)를 방문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응방안 모색에 나섰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현지시간 지난 7일 아일랜드 킬데어주 레익슬립의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에서 인텔의 글로벌 사업 현황을 파악하고 반도체 생산 공정을 살펴봤다.
정 회장의 이번 방문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비롯한 시장 동향을 파악한 뒤 차량용 반도체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다각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상시적으로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는 유럽시장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맡고 있으며 1989년부터 34년째 생산설비를 가동 중이다. 인텔은 이곳에 최첨단 제조시설 ‘팹34(Fab34)’를 추가 구축하고 EUV(극자외선)를 이용한 첨단설비를 갖춰 유럽의 고성능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EU(유럽연합) 반도체산업 육성계획에 따라 생산 거점을 확충하고 주요국에 새 공장·R&D(연구개발)센터 건립 방침을 발표하며 인텔이 유럽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참고로 EU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에 맞서 오는 2030년까지 430억유로를 투입해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EU 역내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정의선 회장은 앤 마리 홈즈(Ann-Marie Holmes) 인텔 반도체 제조그룹 공동 총괄 부사장의 안내로 ‘팹24(Fab24)’의 핵심라인인 ‘14나노 핀펫(14FF)’ 공정을 살펴봤다. 핀펫(FinFET)은 처리속도·전력효율을 높이려 소자를 3차원 입체구조로 만드는 시스템 반도체 기술이다. 팹24에서는 이 기술로 현대자동차의 표준형 5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제네시스 G90, 기아 EV9의 ADAS에 탑재되는 CPU(중앙처리장치)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회에서 “기존 자동차에 200∼300개 반도체 칩이 들어 있다면 레벨4 자율주행 단계에서는 2000개 칩이 들어갈 것”이며 “차량용 반도체와 기술의 내재화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정의선 회장은 팹24를 시찰한 뒤 ROC(원격운영센터)에서 인텔의 반도체 생산·공급망 관리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무엇보다 정 회장의 선제적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는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공급망 재편에 따라 안정적 수급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는 전기차는 물론 자율주행차·PBV(목적기반차량) 등 미래 모빌리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메인 부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에서 추진하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체제 전환을 위해서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처리하는 반도체 칩의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다각적인 협력으로 공급망 다변화 배응은 물론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할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개발, 관계기술 역량의 내재화를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지난 2020년 R&D 효율성을 높이려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문을 통합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시스템·전력 반도체의 핵심기술을 조기에 내재화해 역량을 고도화하고 차세대 고성능 반도체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는데 지난 6월 차량용 반도체 스타트업 보스반도체에 대한 20억원대 후속 투자에 나선 바 있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앞서 현대차·기아의 유럽시장 판매·생산현황을 점검하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현대차의 ‘2023 전세계 대리점 대회’ 참석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