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고려아연 제3자 유증 방식에 제동…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미국 제련소 투자 반대 아냐…다만 경영권 방어용 위법 행위"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5-12-16 12:13:05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유증)에 대한 투자 방식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한 위법 행위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영풍·MBK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에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번 가처분 신청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배정이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에서 미국 공장 건설 관련 안건을 승인했다.
영풍 측은 해당 안건에 대해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공장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번 가처분 대상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영풍·MBK는 가처분 신청서에서 상법 제418조 제2항이 제3자 배정 유증을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특히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일 때 특정 경영진에게 유리한 지분을 제공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관된 법원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영풍·MBK파트너스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 회장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특정 제3자에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이는 주주의 권리와 회사의 지배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한다"라고 지적했다.
영풍·MBK는 이번 신주발행의 절차적 문제도 제기했다.
고려아연은 약 11조원 규모의 투자 및 보증을 포함하는 의사 결정이 필요한 이사회 일시를 지난 15일 오전 7시 반으로 정하고 앞서 12일 금요일 오후 5시가 넘어 소집 통보하면서 이사회 구성원에게 핵심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 제련소 투자, 합작법인 출자, 제3자 배정 유증 등 지배구조, 중장기 재무구조 및 투자계획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한꺼번에 결의됐지만, 이사회가 충분한 검토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은 선관주의 의무 위반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이 영풍 측의 주장이다.
아울러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방식을 택한 목적이 자금 조달이 아닌 경영권 유지에 있다는 점이 구조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풍·MBK는 이미 고려아연 측에 주주배정 방식의 유증 참여 의사를 명확히 전달한 바 있는데 고려아연이 실제로 자금 조달을 해야 했다면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인 주주배정 유증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최 회장 및 경영진은 이를 회피하고 특정 제3자에게 우호 지분을 제공하는 형태를 강행해 지배력에 유리한 지분 구조를 만들려 했다고 영풍 측은 지적했다.
영풍·MBK파트너스 관계자는 "문제는 해외 투자를 명분으로 경영권 유지 목적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행하겠다는 부분인데 이는 법이 금지하는 대표적 지배구조 왜곡 행위"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과 관련해 미 현지 법인에 대한 신주인수권과 물량 우선 배급권 등 필요한 권리를 충분히 확보했음에도 최 회장은 이를 다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이용하기 위해 미국 정부 외에 일반 기업들의 자금까지 합해서 대규모의 제3자 유증 배정을 시도한 것이 문제라는 게 영풍 측의 입장이다.
이어 "최대 주주로서 영풍·MBK는 법과 시장의 원칙에 따라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고려아연의 지배 구조가 정상화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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