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경신 세강 대표 "세계적 미술관 품은 부산, 이제는 시민의 '문화적 감각' 깨어날 때"

조선기자재 중견기업 ㈜세강 오너 넘어 수십 년간 부산 시민사회 견인
2011년 국무총리 표창, 2019년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등 국가적 공로 인정받아
해운대 지그재그 아트센터 등 세계적 미술관 탄생에도 방치되는 지역 문화 현실 지적
양재생 회장과 '문화예술감상진흥위원회' 발족…'패트릭 모야' 관람후기 공모전 주도
"3급수 낙동강 정수해 먹는 현실 타파해야"…정치권의 강력한 식수 해결 의지 촉구

박성태 기자

pst2622@naver.com | 2026-09-17 12:12:23

[메가경제=박성태 기자] 부산지역 조선·해양 중장비 중견기업 ㈜세강을 이끄는 이경신 대표의 이력은 단순한 기업인에 머물지 않는다. 부산발전시민재단 이사장, 바르게살기운동 부산광역시협의회 회장, (사)문화사랑 K프렌즈 회장 등 지역 시민사회의 중책을 연이어 맡으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소외계층 지원에 앞장서 온 대표적인 오너 경영인이다.


그의 헌신적인 궤적은 화려한 수훈 기록이 대변한다. 2009년과 2015년 부산광역시장 표창, 2011년 부산광역시 우수기업인 선정 및 국무총리 표창, 2016년 고향인 경남 함양군민상에 이어, 2019년에는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영예로운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는 등 명실공히 부산 시민운동과 경제 발전을 이끈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평생을 지역 사회의 밑바탕을 다지는 데 바쳐온 이 대표가, 최근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함께 '문화예술감상진흥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으며 지역의 문화 지형을 바꾸는 새로운 구조적 실험에 돌입했다.

 

 

▲ 이경신 세강 대표 [사진=박성태 기자]



해운대에 피어난 세계적 예술, 아쉬운 시민의 무관심


이경신 대표는 해운대 엘시티에 새롭게 자리 잡은 지그재그 아트센터의 위상을 언급하며 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부산에 이토록 방대한 니스 화파 컬렉션과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품은 미술관이 탄생했다는 것 자체로 도시 역사에 기록될 어마어마한 발전”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정작 이 거대한 문화 자산을 온전히 누려야 할 시민들의 감각이나 관심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대중이 예술의 본질적 가치보다 인맥 위주로 운영되는 지역 내 소규모 갤러리나 단발성 이벤트에만 휩쓸리는 문화 소비의 불균형을 날카롭게 꼬집은 것이다. 

 

이 대표는 “이수정 관장이 수십 년간 지독할 정도로 깊이 있게 큐레이팅을 해왔고, 심지어 전시장 한편에 놓인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작품이 담긴 컵 하나까지도 치밀하게 기획해 두었음에도 시민들이 그 입체적인 가치를 온전히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며,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도 향유하지 못하는 지역 사회의 문화적 빈곤과 각성을 강하게 촉구했다.

'보는 예술'에서 '쓰는 예술'로… 패트릭 모야 관람후기 공모전


이러한 무관심의 사슬을 끊어내고 시민들의 자생적인 문화 근육을 단련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이 바로 총상금 2000만 원 규모로 치러지는 ‘제1회 패트릭 모야 작품 관람후기 공모대전’이다. 

 

이 대표는 회의실에 걸린 프랑스 신사실주의 거장 패트릭 모야의 작품을 가리키며 “저 캔버스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유쾌한 철학이 송출되는 것처럼, 진정한 미술은 일상에 매몰된 사람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전시가 명작을 벽에 걸어두고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공모전은 관람객의 주체적 개입을 요구한다. 

 

그는 “단순히 눈으로 한 번 훑고 지나치는 소비적 관람을 넘어, 미술관에 직접 찾아와 작품을 대면하고 그 안에서 느낀 바를 글로 써보며 자신과 깊이 교류하는 인문학적 훈련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해 오는 11월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누구나 자신의 언어로 감상을 남길 수 있는 시민 참여형 축제를 개최하게 된 것”이라고 기획의 본질을 짚었다.

경제 수준에 걸맞은 '문화예술감상진흥위원회' 출범


이 대표가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뜻을 모아 ‘문화예술감상진흥위원회’를 공식 발족한 배경에는, 국가의 경제적 위상과 국민의 문화적 성숙도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의 거시적 경제 지표(GNP)는 이미 세계 최상위권으로 도약했지만, 일상 속에서 문화 예술을 향유하고 비평하는 수준은 아직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는 뼈아픈 진단이다.

그는 “이제는 하드웨어적인 성장을 넘어 우리 시민들의 전반적인 문화 감상 수준 자체가 한 단계 구조적으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이를 위해 뜻있는 기업인들과 후원회원들을 폭넓게 조직화하여 지역 미술관이 지닌 가치를 체계적으로 알리고, 전국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선진국형 문화 감상 진흥 단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것”이라는 중장기적 청사진을 제시했다.

예술 향유의 전제 조건, 낙동강 식수 생존권 해결 촉구


인터뷰 말미, 이 대표의 화두는 고차원적인 예술 향유를 넘어 부산 시민의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생존권인 ‘식수 문제’로 날카롭게 방향을 틀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3급수 이하로 평가받는 낙동강 하류의 물을 고도 정수 처리해 마셔야 하는 부산·경남 800만 시도민의 척박한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그는 “낙동강 본류가 대구와 경북 지역의 대규모 산업 단지를 거쳐 흘러오면서 각종 공장 폐수와 미량 유해 물질이 섞이게 되는데, 이를 하류에서 아무리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정화 처리를 한다 한들 맑은 원수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으며 시민의 건강권을 담보하는 데는 심각한 한계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러한 고질적인 수계 갈등과 식수 문제는 실무진의 협의를 넘어, 국가 최고 지도자 차원의 강력한 정치적 의지와 예산이 수반된 결단 없이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며 중앙 정치권의 책임 있는 응답을 매섭게 촉구했다.

국민훈장 수훈자의 뚝심, '기본권'에서 '문화 주권'까지


이경신 대표의 궤적은 기업 이윤 창출이라는 협소한 목적을 넘어, 지역 사회를 관통하는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 

 

수십 년간 시민단체를 이끌며 소외된 이웃을 돌보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했던 그가, 이제는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는 '원초적 생존권'부터 세계적인 예술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문화적 권리'를 동시에 부르짖고 있다. 

 

화려한 외형적 성장 이면에 깊게 방치된 지역 사회의 결핍을 직시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근본부터 다시 설계하려는 이 끈질긴 뚝심이 자본시장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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