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정규직' 내건 대리점 취업 갑질에 '알빠노'

고정 인건비 최소화·인력 조정...본사 '관리감독' 충분했나?
채용 형태는 '계약직', 월 2대 이상 팔아야 '정규직'

정호 기자

zhdyxp56@gmail.com | 2025-12-26 14:19:05

[메가경제=정호 기자] "'정규직 채용 공고'를 믿고 취업했지만 막상 입사하니 계약직이었다. 인사 담당자는 6개월 뒤 큰 문제 없이 평가를 거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형식적인 절차로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정작 정규직 전환 기준에 대한 안내는 없었고 결국 계약 종료 통보까지 받았다. 현재 부당해고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회사로부터 명예훼손 고소 사실까지 통보 받았다."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게시된 A씨의 사연이다. '정규직'이라는 문구를 믿고 르노코리아 대리점인 티에이오토에 입사했지만, 정규직 전환 규정에 대한 반복적인 말 바꾸기 끝에 사실상 퇴사 통보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해당 게시글을 두고 업계 관행으로 알려진 취업 준비생들의 제도적 보호망이 도마 위에 올랐다.

 

▲ <사진=보배드림 캡처.>

 

26일 업계에 따르면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정규직 채용을 내걸고 실제로는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하는 자동차 대리점의 업태가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본사인 르노코리아의 인건비 구조와 인력 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대리점에서 발생한 소송 건을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알면서도 묵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르노코리아 측은 대리점 관리 감독 책임에 대해 선을 그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당사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아닌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대리점이 특정되지 않으면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 취준생 재주는 비정규직으로, 곶간은 르노코리아로 

 

본사와 대리점이 이러한 관행을 방치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역시 르노코리아 티에이오토의 '정규직 채용 공고'를 보고 입사했으나, 실제로는 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인사 담당자로부터는 '6개월 후 평가를 거쳐 정규직 전환'이라는 설명만 들었을 뿐, 구체적인 전환 기준이나 평가 방식은 안내받지 못했다. 

 

표면상 계약직이지만 실적 압박은 일반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과 다르지 않았다. A씨는 SNS 홍보와 지인 영업은 물론 본인과 가족의 차량을 매각해 회사 차량인 '그랑 콜레오스'를 직접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8월 말부터 제한적으로 대리점 근무에 투입돼 일부 판매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 기대는 정규직 전환을 앞둔 시점에 갑작스럽게 위촉직 전환을 제안 받으며 꺾였다. 사실상 해고 통보였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정규직 전환 기준을 요구했지만 지점과 인사팀은 구체적인 기준 제시를 미루다 계약 종료 직후에야 "월 2대 판매, 5개월 평균"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준은 사전에 공유된 적도 없고, 서면 제공 역시 거부됐다.

 

A씨는 "거짓 구인 광고와 부당한 처우에 대해 SNS에 문제를 제기하자 회사 측이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며 "이후 사측은 민·형사상 명예훼손을 이유로 내용증명과 고소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르노코리아 본사와 티에이오토 공식 SNS에 "청년들이 위촉직에는 지원하지 않으니 정규직 채용 공고로 모집한 뒤 대부분을 위촉직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던 것 아니냐"며 "노력과 버팀, 약속을 믿은 대가가 하루아침의 '계약 종료'라면 이는 단순한 인사 전략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 반복되는 관행에 '분통'… 보호 장치 마련 '시급'

 

이 같은 문제는 A씨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동계에서는 현행 법 체계상 근로자를 보호할 실효적인 수단이 부족해, 근로자 보호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수진 민주노총 노무사는 "채용 공고와 실제 근로계약 내용이 달라도 계약 변경을 강제하기는 어렵지만, '거짓 채용 공고'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며 "다만 계약서에 서명한 경우 법적 구제 범위가 크게 줄어들어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취업규칙과 정규직 전환 기준은 반드시, 근로자에게 열람·교부하고 충분히 주지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구두로만 안내하거나 숨기는 행위는 명백한 문제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커뮤니티에서도 대리점의 거짓·과장 채용 광고와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는 본사의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규직 공고를 보고 입사했는데 인력 운용 방식은 채용 갑질", "정규직 공고를 냈다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차도 그렇지만 르노코리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등 반응을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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