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형 환자에 A형 혈액 수혈…고대안암병원, '오수혈' 사고 후 안전망 보강
의료계 "용혈·장기 손상 위험…중증 땐 특수 처치 필요"
병원, 추가 채혈 '더블체크' 도입…수혈 안전망 강화
김민준 기자
kmj6339@megaeconomy.co.kr | 2026-09-22 12:28:18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O형 환자에게 A형 혈액이 들어갔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발생한 오수혈 사고가 검찰 재수사로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혈액형이 맞지 않는 혈액이 수혈될 경우 급성 용혈 반응을 거쳐 신장·간 기능 악화와 다발성 장기부전까지 이어질 수 있어 의료계에서는 단순 착오로 보기 어려운 중대한 안전사고로 평가한다.
병원도 부적합 수혈 사고 발생 사실을 인정하고 이후 수혈 확인 절차와 안전관리 체계를 보강했다. 다만 환자가 병원 도착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에 놓일 만큼 위중했던 만큼, 오수혈이 실제 사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별도의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게 병원과 의료계의 설명이다.
2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사고는 2024년 9월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50대 여성 환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며, 의료진은 응급 수혈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혈액형 검사를 진행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실제 혈액형이 O형이었던 환자가 A형으로 판정되면서 A형 혈액이 수혈됐다. 이후 추가 수혈 과정에서 환자의 실제 혈액형이 O형인 사실이 확인됐고, 병원은 관련 조치와 치료를 이어갔다.
그러나 환자는 이후 상태가 악화돼 약 한 달 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환자가 병원 도착 당시부터 심정지 상태였던 만큼 오수혈과 사망 사이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었는지는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유족은 의료진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수사 끝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하면서 사건은 다시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히 환자 혈액형 판정 오류가 실제 부적합 수혈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당시 혈액형 검사와 수혈 전 확인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병원 측은 부적합 수혈 사고가 발생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이어 사고를 인지한 직후 유족에게 관련 사실을 알렸고, 이후 유족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왔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인 배상이나 협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에서 더 주목되는 대목은 단순한 혈액형 판정 오류를 넘어, 부적합 혈액이 실제 환자에게 수혈됐다는 점이다. 의료계에서는 혈액형이 맞지 않는 혈액이 체내에 들어갈 경우 급성 용혈 반응을 일으켜 신장·간 기능 저하와 쇼크, 심하면 다발성 장기부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환자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혈액형이 맞지 않는 혈액이 들어가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를 외부 침입으로 인식해 공격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혈관 안의 적혈구 등 혈액 성분이 파괴되는 용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용혈이 진행되면 피가 부족해지게 되면서 신장과 간 기능 등이 나빠짐은 물론, 몸 전체의 상태가 악화돼 다발성 장기부전에 빠지게 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수혈 착오는 임상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된 혈액이 몸에 들어가면 특수한 투석을 통해 잘못 들어간 혈액을 제거하고, 면역체계의 공격을 약화시키는 혈장 교환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 같은 처치는 특수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해 실제로 대응 가능한 의료기관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의학적 위험성이 곧바로 이번 환자의 사망 원인이 수혈 착오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환자는 병원 도착 당시부터 심정지 상태로 이송돼 즉각적인 심폐소생술(CPR)과 응급처치가 필요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다. 따라서 오수혈이 실제 사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환자의 기저 상태와 치료 경과 등을 종합한 별도의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병원과 의료계의 설명이다.
병원측은 오수혈 이후 환자에게 수혈 부작용을 의심할 만한 검사 결과나 임상적 변화가 있었는지, 실제 A형 혈액이 얼마나 투여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수사 중’임을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을 밝히지 않았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검찰 재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세부적인 사항을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해당 사고는 환자가 심정지 상태로 들어온 위급한 상황에서 긴급히 치료하던 도중 발생한 사고이며, 수혈 착오와 환자 상태 악화 간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해당 환자는 수혈 사고와 별개로 병원 도착 당시부터 이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자의 당시 상태를 고려하면 정상적인 수혈이 이뤄졌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어느 정도였을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는 개인적인 견해”라고 전제했다.
혈액형 검사와 실제 수혈이 이뤄지는 과정에서는 사람의 확인 절차가 여러 단계에서 개입되는 만큼 반복적인 확인 체계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혈액형 검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기계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바로 결과가 출력되는 것이 아니다”며 “검사 과정에서 사람의 비중이 큰 만큼 오류 가능성이 있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병원은 사고 이후 자체적인 재발 방지 개선안도 마련했다. 사고 내용을 중앙환자안전센터에 신고하는 한편, 수혈 과정에서 동일한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선방안을 함께 제출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추가 채혈 과정에서 교차 확인 절차를 한 단계 더 두는 것이다. 첫 수혈 이후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이동하는 등 치료 과정에서 추가 채혈이 필요한 경우, 최초 채혈을 담당했던 의료진이 아닌 다른 간호사가 다시 채혈해 혈액형을 재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병원 측은 이 같은 절차를 통해 초기 혈액형 판정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추가 확인 단계에서 이를 걸러낼 수 있도록 수혈 안전망을 보강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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