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토픽] 현대차 덮친 '세타 밸브 리스크'…그랜저·제네시스 생산차질 '먹구름'
中 조달 대체 밸브 내구 테스트 잇단 결함…울산·아산 공장 가동률 회복 차질 우려
美 세타엔진 리콜 악몽 재소환…"생산보다 중요한 건 글로벌 수준 품질 안정성"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5-06 14:50:56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현대자동차가 협력사 화재 이후 세타(중형급) 엔진용 밸브 공급 차질을 해소하기 위해 긴급 투입한 대체 부품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서 그랜저·제네시스 등 주력 차종 생산 정상화 계획에도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해당 밸브는 현대차가 고출력·고연비·경량화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독자 개발한 세타 엔진에 장착돼 연료와 공기의 출입을 조절하는 여러 핵심 부품 중 한 개다.
통상 내연기관의 차는 밸브는 흡기밸브와 배기밸브로 나눠지는데 흡기밸브는 공기와 연료가 섞인 혼합기를 엔진 안으로 들여 보낸다. 배기 밸브는 흡기밸브에서 보내진 공기와 연료가 엔진 밸브안에 있는 실린더 안에서 폭발 후 생긴 가스를 밖으로 배출하는 이른바 엔진의 ‘호흡기’ 역할을 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이번 밸브 수급 이슈와 관련해 공급망 리스크 관리의 다소 헛점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이러한 공급망 관리가 실적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해당 밸브와 관련해 생산 일정이나 부품 수급 등은 전반적으로 대외비적인 부분이라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최근 현대차가 중국 FM사 등으로부터 확보한 세타 계열 엔진용 대체 밸브가 내구 테스트 과정에서 잇따라 결함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해당 밸브는 울산공장 적용분에서는 150시간 시험을 무난히 통과했지만, 아산공장에서는 약 130시간, 남양연구소에서는 290시간 경과 시점에서 각각 이상 반응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 방식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내구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상 불합격’으로 판정한 것으로 전했다.
◆ '세타엔진 밸브 쇼크'에 생산 정상화 흔들려
문제는 이 부품이 현대차 주력 모델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세타 계열 엔진 밸브는 그랜저와 쏘나타 2.5 자연흡기 모델을 비롯해 싼타페,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2.5 터보 등 고수익 차종에 탑재되는 세타엔진의 핵심 부품이다.
이에 따라 대체 부품에 대한 품질 승인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울산·아산공장의 생산 차질 규모도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그랜저·제네시스 등 판매 비중과 수익성이 높은 중형·대형 차종 생산에 영향이 불가피할 경우 현대차 수익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진별 상황은 엇갈린다. 일본 및 중국 니탄(Nittan) 등에서 들여온 카파(소형급) 하이브리드 엔진용 밸브는 현재까지 울산공장과 연구소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한 상태다. 이에 현대차는 카파 개선 엔진 일부를 조기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체 생산 정상화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세타 계열 엔진용 밸브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울산·아산공장의 가동률을 완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현대차와 업계는 대체 부품에 대한 내구 평가가 마무리되는 이달 15~20일 전후를 기점으로 생산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이번 품질 결함 이슈로 승인 일정 자체가 흔들리면서 생산 정상화 시점 역시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생산 차질은 이미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엔진밸브 핵심 협력사인 안전공업 화재 이후 일부 생산 라인에서는 부품 부족으로 컨베이어 벨트가 비어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공피치’ 현상이 발생했고, 특근도 잇따라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관세 부담과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조5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1%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엔진 부품 수급 차질과 글로벌 비용 부담이 맞물리며 실적 둔화 흐름이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노사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도 경계한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정상화가 지연되면 하반기 물량 만회를 위해 공장 가동 강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현장 피로도가 누적될 경우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대차가 복수의 협력사와 추가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인 만큼 상황이 완전히 비관적인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돌발적인 외부 변수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일정 지연에도 불구하고 다음 달 중순 경 정상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전했다.
◆ 세타 엔진 관련, 인연 없던 ‘현대차‘
이번 세타 엔진용 밸브 공급망 이슈는 과거 리콜 사태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현대차로서는 약 10여년 전 세타 엔진을 둘러싸고 대규모 품질 논란과 리콜 사태를 겪었던 기억이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앞서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일부 ‘세타Ⅱ 2.0·2.4 GDI 엔진’을 둘러싸고 대규모 리콜과 품질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문제가 된 차량은 2010~2014년 생산 모델이다.
당시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엔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크랭크샤프트 가공 후 금속 절삭 잔여물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윤활 계통 이상과 베어링 마모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엔진 소음과 출력 저하, 시동 꺼짐은 물론 화재 위험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당시 현대차·기아는 세타엔진 관련 충당금과 품질 비용을 수차례 실적에 반영했으며, 누적 비용은 수조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급망 사안을 단순 부품 수급 차질이 아닌 세타엔진 리콜 이후 강화되어 온 현대차의 품질관리 체계가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시험대로 본다"며 "단기 생산 정상화도 매우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품질 안정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 일정이나 부품 수급 관련 사안은 전반적으로 대외비 성격이 강한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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