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K-GX' 전략으로 철강산업의 돌파구를 열어야
철강 수요 20년 중 최저·전기료는 76% 급등
철강 저탄소 전환 '투자 여력' 관건
전기로·수소환원제철 투자 넘어 시장까지
K-GX 전략에 전력비·수요창출 해법 담아야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9-29 14:39:52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2025 한국 철강산업은 내수 침체와 글로벌 공급과잉, 보호무역 확산이 겹치며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철강 수요는 지난해 4360만 톤으로 최근 20년 중 최저 수준까지 줄었고, 올해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수출 장벽과 저가 수입재의 압박까지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당장의 수익성을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10월 중 발표될 예정인 '한국형 녹색대전환(K-GX·Korea Green Transition)' 전략’에 거는 기대가 크다.
녹색전환은 탄소 감축을 산업혁신과 새로운 성장으로 연결하는 전략에 한 축이다.
정부도 저탄소 공정 전환과 제품 시장 창출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해 왔다.
철강산업에서 이러한 방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기업이 처한 투자 여건과 생산 현장의 제약을 해소할 구체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지금 철강산업은 저탄소 전환의 필요성이 커질수록 이를 감당할 여력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에 놓여 있다.
철강은 생산공정 자체에서 탄소가 다량 발생하기 때문에 큰 폭의 감축을 위해서는 전기로 확대와 수소환원제철 등 공정 전환이 필요하다.
막대한 초기 투자에 더해 철스크랩 사용 확대 등에 따른 원료 비용 증가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 불황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기업에 이러한 부담을 자체 재원만으로 떠넘기기는 어렵다.
전환이 지연될 경우 향후 저탄소 제품을 요구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책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이미 추진된 투자가 충분한 감축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포스코의 광양 전기로와 현대제철의 당진 전기로·고로 복합공정은 저탄소 생산체제로 나아가기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추진한 선제적 투자다.
이들 설비를 적극 활용하려면 생산비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과 제품을 구매할 시장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현재와 같이 높은 전력비와 미흡한 수요 기반이 지속된다면 설비를 갖추고도 저탄소 생산을 확대하기 어렵고, 후속 투자 역시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전기요금은 이러한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에서 2024년 사이 76% 크게 올랐고, 이에 따라 전기로 쇳물 톤당 전력비는 중국·미국 등 경쟁국 대비 약 1.7배에 달하고 있다.
전기로 활용이 철강산업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과 고부가가치화에 필수적인 만큼 경쟁력 있는 가격의 저탄소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이 전환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K-GX 전략과 후속 조치를 통해 철강을 비롯한 다배출 산업의 공정 전환과 전력비 부담 완화를 연계하고, 더 나아가 향후 탄소·환경 관련 비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 역시 기업의 투자 전략 수립에 필요하다.
저탄소 철강의 시장을 만드는 일도 시급하다. 탄소를 줄인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추가 비용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기업이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기 어렵다.
우선 정부는 현재의 다양한 저탄소 제품 인증제도를 정비하고, 철강과 같은 주요 핵심 제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저탄소 철강 인증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공공조달을 통해 초기 수요 형성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자동차와 건설 등 수요산업에도 저탄소 소재를 사용할 유인을 제공해 전환 비용을 공급망 전체가 분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생산기업의 설비투자 지원과 수요기업의 구매 유인이 맞물릴 때 저탄소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K-GX 전략이 철강산업의 돌파구가 되려면 설비투자를 뒷받침할 실효적인 재정·금융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 역시 기술혁신과 원가 절감, 수요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전환의 성과를 높여야 한다.
철강의 저탄소 경쟁력은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의 경쟁력은 물론 철강도시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철강산업의 존립 자체가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만큼 이번 정부 전략이 위기를 맞은 철강산업이 다시 장기 경쟁력의 토대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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