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 밥솥 샀을 뿐인데"… 잇따르는 보험 전화, 개인정보 어디서 샜나

'동의했나요?' 소비자 모르는 개인정보 활용 관행 논란
가전→상조·보험 연결되는 개인정보 시장…규제 필요성 제기

정호 기자

zhdyxp56@gmail.com | 2026-01-14 12:37:47

[메가경제=정호 기자] 쿠쿠에서 가전제품을 렌탈·구매한 이후 보험·상조·케어 상품 안내 전화를 받았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제품 구매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서비스 안내가 이뤄지는 배경으로는 기업 내 개인정보 동의 설계 구조가 지목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회원가입 이후 제휴 보험대리점 등으로부터 상품 안내 연락을 받았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연계가 이뤄진 기업으로는 ▲DB손해보험주식회사 ▲인포유금융서비스 ▲대명스테이션 ▲보람상조개발 ▲블루몬케어 등이 거론된다.

 

▲ <사진=쿠쿠 홈페이지.>

 

쿠쿠의 개인정보처리방침을 보면 상품 및 서비스 안내, 프로모션·이벤트 정보 제공, 제휴사 광고성 정보 전달은 '선택 동의'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논란을 모으는 부분은 구매 과정에서 개인정보 제공에는 동의했지만, 보험·상조·케어 서비스와의 연계에 대해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쿠쿠 관계자는 "당사는 고객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고 있으며 임의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모든 정보 제공은 '제3자 정보 제공 동의'를 거쳐 이뤄지고 있다"며 "정보 관리 체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다소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측의 '과도한 해석'이라는 입장과 달리 업계 전반에서는 해당 개인정보 취급 방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쿠쿠는 동일한 개인정보 동의 체계를 토대로 회원가입과 제품 구매 절차를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항목에는 이름, 주소, 연락처, 생년월일, 성별, 이메일, 제품 정보 등 개인별로 민감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돼 있으며, 보유 기간은 이용자가 직접 철회를 요청할 때까지로 명시돼 있다.

 

개인정보 취급이 민감한 사안인 만큼 개인정보 전문가들은 '선택 동의 항목'이 정보주체에게 명확히 인식될 수 있도록 설계됐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선택 동의는 필수 동의와 구분돼 정보주체가 인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며 "동의 문구의 존재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또한 주문·결제·배송·A/S 등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필수 동의로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마케팅이나 제휴 상품 안내는 서비스 이용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선택 동의 항목이 보다 명확히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렌탈업계 전반에서도 제품 렌탈·구매와 타 서비스 영역 간 개인정보 공유에는 신중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가전제품 구매와 보험·상조 상품 안내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느끼기 어렵다"며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결제 관리와 개인정보 보호는 철저히 이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개인정보 처리 방식에 따라 책임 구조도 달라진다. 고객 응대를 맡은 외부 업체의 경우 '위탁'에 해당해 원사업자가 관리·감독 책임을 진다. 반면 제휴 보험사처럼 독립된 업체가 직접 연락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가 충분한 안내를 받지 못할 경우 혼동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기업은 개인정보처리방침에 관련 내용이 기재돼 있고 이용자의 동의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근거로 적법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 당국과 법원은 형식적인 동의 여부보다 정보주체가 실제로 인식하고 선택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

 

법조계 역시 동의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인식 가능성과 선택권 보장이 중요하다는 데 무게를 싣는다. 박하린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목적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수집·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제3자 제공의 경우에도 제공 주체와 목적, 이용 기간 등에 대한 사전 고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은 위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과 행정적·형사적 제재 규정을 두고 있다"며 "실제 책임 여부와 제재 수위는 개인정보 처리 목적과 이용 범위, 동의 방식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해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개별 기업의 문제로 한정하기보다 가전·플랫폼 기업 전반의 개인정보 활용 구조를 점검하는 계기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 구매라는 단일 행위가 어디까지의 개인정보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