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곳에 핀 잘못 박았다" 인정해놓고…세종충남대병원, 고령 환자엔 '진료비 할인'만

병원측 "진료비 일부 감면 수용 어렵다면 의료중재원 조정 신청" 안내
"중재 결과 나온 뒤 보상 재검토 하겠다"는 병원...환자가족 병원 대응에 분통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9-21 11:35:15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88세 노인이 어깨 골절 수술을 받은 지 단 2시간 만에 또다시 전신마취 수술대에 올랐다. 병원 측이 수술 후 핀삽입을 잘못했다는 사실을 환자 보호자에게 인정하고도, 내놓은 대책은 '진료비 일부 감면'이 전부였다. 고령 환자와 가족은 "충격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병원의 안일한 대응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사건은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지난 7월 8일 벌어진 일로 단순 의료사고를 넘어 병원의 사후 대응 방식 자체가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 세종충남대병원. 


A씨(88)는 어깨 골절로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무려 3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그런데 의료진은 수술 직후 "핀 위치가 잘못됐다"며 재수술을 통보했다. 회복실에 들어간 지 불과 2시간 만에, 고령의 환자는 또다시 전신마취 주사를 맞고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하루에 두 번, 전신마취. 88세 노구가 감당해야 했던 것은 상상하기 힘든 신체적 부담이었다.

◆ "진료비 감면 이외에 해줄게 없어"...환자·가족은 '분노'


가족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병원 측 설명으로 이미 수술 과정의 문제가 드러난 상황"이라며 진료비 전액 배상과 위자료, 향후 후유장애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진료비 일부 감면'. 이마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가서 따져보라는 것이 병원 측 입장이었다.

가족 측은 "재수술 직전, 환자가 또 마취를 해야 한다는 말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며 "병원 잘못으로 재수술까지 하게 만들어놓고 진료비 할인 수준으로 무마하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수술 이후 어지럼증과 극심한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삽입된 핀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세 번째 마취를 해야 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고령 환자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의료계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의료과실이 내부적으로 인정되면 진료비 전액 보상은 물론 후유장애 치료비와 위자료까지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세종충남대병원처럼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해당 병원에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충남대병원 관계자는 메가경제와의 통화에서 "병원 내부 위원회 회의 결과 환자측에 진료비 감면안을 제시했고,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도록 안내했다"며 "중재원 판단이 나오면 내부적으로 재검토 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88세 환자가 하루 두 번 전신마취를 감내해야 했던 이번 사건. 병원의 '늑장 대응'과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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