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방경만 대표 선임반대 KT&G 이사회와 ‘정면충돌’
다른 주주에 의결권 대리행사도 권유
지분 6.93% 최대 주주로 이사회 공격
송현섭
21cshs@naver.com | 2024-03-13 13:43:40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IBK기업은행이 방경만 수석부사장의 신임 대표 선임안을 비롯해 KT&G 이사회에서 추천한 사내·사외이사 후보들의 선임에 반대하고 나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금융권과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 12일 공시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에서 KT&G의 최대 주주로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제안을 한다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은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통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제안을 한다”며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뺀 나머지 후보의 선임안을 반대했다.
오는 28일 KT&G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작년말 기준 지분 6.9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이 KT&G 이사회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구체적으로 IBK기업은행은 자신이 추천한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만 빼고 KT&G 이사회에서 추천한 방경만 수석부사장의 대표이사 사장·임만규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에 대해 모두 반대하고 있다. 또 다른 KT&G 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행사까지 권유했다.
우선 IBK기업은행은 KT&G 사외이사 후보의 자격 요건으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KT&G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만한 가능성이 있다며 어떤 행위가 위법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면밀한 판단이 항상 필요하다는 논리까지 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면서도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 지분 확보를 결의하는 등 이사회의 독립·공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외이사 후보가 현 이사회 의장으로서 다수의 의혹과 관련돼 시장의 지적에 충분한 해명이 없이 사외이사 후보로 재추천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방경만 수석부사장이 선임된 뒤 KT&G의 영업이익은 20%이상 감소했고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을 비롯한 사안도 문제로 제기됐다. 또 KT&G 이사회 의장이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된다는 점에서 주총을 앞두고 IBK기업은행이 묵과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특히 IBK기업은행은 현 이사회 의장이 여러 의혹과 물의를 빚고 있지만 충분한 해명도 없이 사외이사 후보로 다시 추천된 만큼 사외이사 직위를 권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취지에도 어긋나고 있다는 견해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나섰다.
더욱이 오는 28일 주총에서는 사내·사외이사를 별개로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이사 후보자 가운데 1명에게 몰아서 투표하는 ‘통합집중투표제’가 도입됐다. 이는 주주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많이 득표한 순서대로 상위 2명의 후보자가 사내이사 또는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방식이다.
KT&G는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기존 사내·사외이사진이 조직 안팎의 비판여론에도 주총에서 표 대결로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서 KT&G는 지난달 22일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방경만 수석부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확정했다.
방 수석부사장은 사장후보추천위원회 2차 숏리스트에 올라 함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던 4명 가운데 최종 단수 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1971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담배인삼공사 시절 입사한 뒤 KT&G 글로벌 본부장, 사업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한 뒤 수석부사장을 맡아왔다.
한편 IBK기업은행이 KT&G 대표이사 선임에 개입한 사례는 2018년 백복인 현 KT&G 사장의 연임 추진에 반대하고 보유한 지분을 배경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바 있다. 당시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최종 중립을 선언하면서 IBK기업은행의 시도는 최종 무산된 바 있다.
현 KT&G 경영진은 해당 시점에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사실상 기권하자 주요 외국인 주주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기존 선임안 가결을 통해 지금의 지배구조를 구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백복인 사장은 9년째 KT&G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왔으나 이번 주총에서 방경만 수석부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물러날 예정이다.
이달 KT&G 주주총회는 최대 주주인 IBK기업은행간 세력 싸움과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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