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자회사, 브라질서 1749억원 채무 남기고 '기습 철수' 파문
브라질 유력 경제지 "야반도주 수준의 무책임한 처사" 비판
노동 채무만 1558억 달해…유동자산 298만원뿐인 '깡통 법인'
윤중현 기자
junghyun@megaeconomy.co.kr | 2026-01-15 15:27:57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포스코이앤씨의 자회사였던 포스코엔지니어링이 브라질 CSP 제철소 건설 공사를 마친 뒤, 약 6억4400만헤알(약 1749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채무를 남긴 채 기습 철수한 것으로 드러나 국제적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브라질 검찰은 이번 사안을 단순 경영 실패가 아닌 외환 도피 및 범죄단체 구성 혐의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브라질 유력 경제지 헤비스타 세아라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포스코엔지니어링이 아무런 예고 없이 브라질을 떠나면서 수천억원대 부채를 방치했다”며 “현재 회사의 소재 파악조차 어려워 채권자들의 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야반도주(na calada da noite)’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포스코 측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CSP 제철소 건설을 수행했다. 그러나 공사가 종료되자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한국으로 철수했으며, 포르탈레자 제3기업회생파산법원에 신고된 총부채는 6억4439만7918헤알(약 1550억원)에 달한다.
특히 부채의 약 89%인 5억7352만헤알(약 1558억원)이 현지 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 등 노동 관련 채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세금 체납 3378만헤알(약 91억원), 하도급 채무 2660만헤알(약 72억원), 기업 채무 1048만헤알(약 28억원) 등이 얽혀 있어 대규모 국제 소송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회사의 상환 능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파산 기록에 따르면 포스코엔지니어링이 신고한 자산은 4700만헤알(약 127억원) 규모지만,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단 1만1000헤알(약 298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자산 대부분인 4500만헤알(약 122억원)은 사법 공탁금으로 묶여 있어 소송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채권자들에게 배분될 수 없다. 사실상 ‘빈손’으로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셈이다.
브라질 연방검찰(MPF)은 이번 사태가 계획적인 자금 도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이미 포스코엔지니어링이 페이퍼컴퍼니를 앞세워 공사 대금을 빼돌리고 약 2억헤알(약 543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보고 외환 도피 및 범죄단체 조직 혐의로 기소했다. 여기에 철수 과정에서 자사 소유가 아닌 임대 장비까지 무단 반출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절도 혐의까지 추가될 위기에 처해 있다.
국내 건설업계의 신뢰도 하락이 우려되는 가운데, 현지에서는 포스코 측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대형 건설사가 현지 근로자들의 임금을 체불한 채 무책임하게 철수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번 사태는 포스코 브랜드뿐만 아니라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국내 건설업계 전체의 대외 신인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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