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이슈] 법원, '정직 2개월' 윤석열 징계 정지 결정 '추-윤 갈등' 일단락 배경과 전망
재판부 "尹 회복 어려운 손해 인정…징계 의결 자체 무효"
법원 “징계위원 기피 의결 가정 위법”...절차적 결함 지적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비판…추가 심리 필요성 강조
尹, 8일만에 25일 총장직 직무 복귀...잔여임기 보장
尹 “헌법정신·법치주의 지킬 것…사법부에 감사”
2차례나 尹 손 들어준 법원...원전 수사등에 힘 실릴 듯
野 "법원이 검찰개악 막았다“...여 “거의 사법쿠데타” 격앙
與. '정경심 유죄' 이은 겹악
류수근 기자
webmaster@megaeconomy.co.kr | 2020-12-25 11:51:50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윤석열 검찰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신청한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임에 따라 윤 총장은 징계 8일 만에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지난 1일 직무배제 집행정지 재판에 이어 이번에도 윤 총장이 기사회생한 모양새다.
윤 총장은 이날 결정으로 사실상 잔여 임기를 보장받게 됐다. 본안 판결이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까지도 내려지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윤 총장의 징계는 사실상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사의를 표명한 추 장관은 홀로 자리에서 물러날 처지에 몰리게 됐다. 이에 올해 초부터 1년간 이어진 ‘추-윤 갈등’에서 사실상 윤 총장이 판정승을 거둔 셈이 됐다.
더욱이 윤 총장의 직무 복귀는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에 불복해 거둔 것이어서 향후 여권과의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24일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2개월의 정직 처분은 본안 소송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징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온 뒤 30일까지 효력을 잃게 된다.
앞서 재판부는 이날 오후 3시께 2차 심문을 시작해 1시간 15분 동안 진행했다. 양측 변호사는 심문이 끝난 뒤 이날 중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재판부의 뜻을 전했고, 재판부의 결정은 약 6시간만인 오후 10시께 나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 처분으로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며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피신청인이 주장하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는 징계처분의 효력을 중지함이 맞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 총장의 4가지 징계 사유와 관련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배포와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부분에 대해서는 비위 사실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재판부는 통상적인 집행정지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한 필요를 상당 부분 인정한 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는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 총장의 4가지 징계 사유 가운데 일부는 소명된 것으로 판단했으나, 모두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 징계 처분의 절차와 내용, 본안 승소 가능성, 윤 총장의 잔여 임기 등을 고려하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도 봤다.
통상적인 집행정지 요건들을 놓고서는 엇갈린 판단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정직 2개월 처분으로 인해 윤 총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고, 이는 참고 견디기 현저히 곤란한 유·무형의 손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무부 측이 주장하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에 대해서는 "영향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판단은 지난달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조치에 반발해 제기했던 집행정지 신청 재판에서 법원이 내렸던 결론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이번 재판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의 인정 범위를 축소했다. 정직 처분으로 검찰 운영 공백이 생기고 수사 의지가 꺾이는 등 검찰 전체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는 윤 총장 측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직 처분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보복'이라는 윤 총장 측의 주장과 관련해서도 "사직 요구를 목적으로 징계 처분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정직 처분을 중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결국 징계 사유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고 징계 의결 과정에 명백한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징계 처분 중지 결정에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총장 측의 징계위원 기피 신청을 임의로 의결한 게 위법했다는 재판부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판부는 "기피 의결을 하려면 재적위원 과반수인 위원 4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면서 "기피 신청을 받은 위원을 퇴장시킨 후 나머지 3명이 기피 의결에 참여해 무효"라고 밝혔다.
앞서 윤 총장 측은 징계위 2차 심문에서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으나 기피 의결에는 번갈아 참여해 3명의 위원이 기각 의결을 했고, 1차 심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한중 교수의 징계위원 위촉과 징계위원으로 참여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기피 의결 참여, 예비위원 지명, 징계위원 명단 미공개 등 윤 총장 측이 주장한 나머지 징계 절차상 흠결은 "이유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징계위원장이지만 징계 심의에는 참여하지 않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징계위 기일을 지정하고 소집한 것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이번 집행정지 재판은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까지 징계처분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내려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본안 소송에서 다뤄질 징계 사유와 절차까지 심리했다.
재판부는 징계 사유에 대해서는 본안 소송에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면서도 ‘재판부 분석 문건'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판사 사찰 의혹을 낳은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과 관련해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고 향후 이 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당 자료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자료 취득 방법이나 배포 목적, 반복적으로 작성됐다는 주장 등에 관해서는 추가적인 심리가 있어야 한다고 봤다.
채널A 사건에서 감찰 방해 비위에 대해서도 "징계 사유는 어느 정도 소명이 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본안 소송에서 더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채널A 사건 수사 방해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볼 여지가 있으며 징계의결서에 인용된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봐야 한다고 했다.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 훼손 사유도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한 봉사"라고 언급한 것을 정치활동을 시사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 직후 "사법부의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와 추 장관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법원이 윤 총장의 정직 처분 효력 중단을 결정하면서 윤 총장은 홀가분하게 직무를 수행할 동력을 얻게 됐다. 이에 곧바로 업무에 복귀하며 발빠르게 조직 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윤 총장은 성탄절인 25일 오후 대검찰청에 출근해 구치소발 코로나19 확산 등 현안을 챙기고, 주말인 26일도 출근해 업무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윤 총장을 압박했던 추미애 장관의 감찰·징계 청구 등이 사실상 무력화된 만큼 그동안 주춤했던 수사지휘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윤 총장이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그리고 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 향후 엄정한 수사를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등 여권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징계 추진에 실패한 여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통해 윤 총장에 대한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이 징계 사유로 내세웠던 판사 사찰 의혹, 채널A 사건 수사 방해 등의 혐의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보수 야권은 24일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것에 대해 "법원이 검찰 개악을 막았다"면서 환영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올곧은 법원의 판단이 검찰 개혁의 탈을 쓴 검찰 개악 도발을 막아냈다"면서 "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여당은 법 위에 군림하려는 홍위병 같은 도발을 이제 멈추라. 겸허히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고 말했다.
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법치주의의 최후에 보루인 법원의 현명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법치주의의 요체가 되는 절차적 정당성과 검찰 독립을 통한 공공복리를 수호하고자 하는 법원의 의지 표명"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의 징계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직무에 복귀시킨 법원의 결정에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다.
전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딸 입시비리 유죄 판결에 이은 법원발 잇단 '악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매체와의 통화에서 "이번 결정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징계를 직접 재가한 것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이것은 검찰 쿠데타에 이은 거의 사법 쿠데타"라고 말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엄중한 비위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사법부가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사법부의 결정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백신 공급 공방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법부발 리스크가 잇따라 터지면서 여권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복귀하면서, 윤 총장을 징계하고 추 장관이 물러나 '추윤 사태'를 매듭짓는 시나리오도 차질을 빚게 됐다.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윤 총장이 복귀했기 때문에 연초 2차 개각의 향방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잇단 악재로 중도층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전반적인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퇴양난에 빠진 청와대와 여권의 고심은 이래저래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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