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노조, 쟁의 방식·기금 변화 움직임…12억 조성·부분파업 고려

조합원 1인당 20~30만원 쟁의기금 조성 추진…경제적 부담 개선
전면파업 대신 부분파업 검토…핵심 생산 외 간접부서 참여 검토

김민준 기자

kmj6339@megaeconomy.co.kr | 2026-10-26 14:12:50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법원의 파업 제한 범위 확대 결정에 대응해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쟁의기금 조성에 나섰다. 특히 최대 12억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추진하는 동시에 전면파업 대신 물류 등 일부 부서를 중심으로 한 부분파업을 검토하면서 노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이하 노조)에 따르면 노조가 지난 22~25일 동안 실시한 '파업 형태 변경에 따른 쟁의기금 조성' 조합원 총투표에서 찬성 2456표를 받아 안건이 가결됐다. 전체 선거인 4008명 가운데 2998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투표 참여자 기준 찬성률 81.92%를 기록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최대 12억원 규모의 쟁의기금 조성과 부분파업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AI]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노조는 조합원 1인당 20만원을 기본으로 쟁의기금을 조성하고, 향후 노조 지침에 따라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임금 손실을 최대한 보전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노조 측은 조합원 4000여명을 기준으로 기본 쟁의기금 8억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으며, 추가로 1인당 10만원을 요청할 경우 최대 12억원까지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실제 조성 규모는 여러 변수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노조의 대응 방향은 지난 16일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심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고, 향후 쟁의행위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조합원 전체가 함께 분담하기 위해 추진됐다.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앞서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민사제1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쟁의행위금지가처분 항고심에서 사측이 주장한 9개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정에 대해 쟁의행위 기간에도 평상시 수준으로 작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대상 공정은 ▲플라스크 배양 ▲배양기 배양 ▲회수 ▲배지 제조·공급 ▲크로마토그래피 ▲바이러스 여과 ▲농축 및 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 등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1심에서 쟁의행위가 제한된다고 판결한 3개 공정보다 확대된 것이다.

 

이에 노조는 생산공정 전체를 일시에 중단하는 전면 파업 대신 물류 등 생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부 부서를 중심으로 부분파업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노조 측은 “모든 조직이 동시에 파업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직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파업하는 방식”이라며 “생산공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부서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파악한 전체 조합원 약 4000명 가운데 배양·정제 등 핵심 생산부서 소속은 1000여명이며, 나머지 약 3000여명은 간접부서와 사무직, 연구소 등에 속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부분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어느 정도 발생할지는 불확실하다. 노조 관계자는 생산공정을 제외한 부서의 파업도 회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형태의 파업을 진행한 경험이 없어 구체적인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노조는 최근 2심에서 1심과 다른 결정이 나왔지만, 파업의 본질적인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정문 해석상 파업 돌입 시점부터 신규 배치 생산을 중단할 수 있으며, 파업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연돼 나타날 뿐이라는 것이 노조의 취지다.

 

이에 따라 노조는 파업 이전에 시작된 생산 물량에 대해서는 필요한 작업을 이어가면서도, 파업 이후 새롭게 시작되는 생산 물량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쟁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노조는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조직적 대응 역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으로, 회사와의 교섭을 우선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이번 총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쟁의기금 조성 및 운영에 필요한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조합원들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실효성 있는 교섭을 이어간다.

 

특히 노사는 오는 28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향후 대화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식 교섭은 아니지만 이번 만남에서 회사가 기존 제안을 재검토할 의사를 보일지가 향후 노조의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노조 측은 "회사가 기존 제안을 재검토할 의사가 있다면 대화를 이어갈 명분이 생기겠지만, 현재 안이 최종안이라는 입장이라면 준비 중인 대응 방안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앞선 1차 파업을 통해 회사로부터 하위 고과 비율 확대 중단과 인력 충원, 인사평가 및 승진 운영의 투명성 강화 등에 관한 대표이사의 약속을 이끌어냈다”며 “노조는 이러한 약속이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조는 단체협약 체결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가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할 경우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 다른 안건을 포함한 협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쟁의기금 조성은 즉각적인 파업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의 대화가 실질적인 합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가 진정성 있는 교섭에 나선다면 노동조합 역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법원의 항고심 결정과 관련해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시설과 제품의 보전을 위해 필요한 작업과 쟁의행위 중 통상적인 생산활동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 제2항이 쟁의행위 기간에도 시설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등을 방지하기 위한 작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보전·안전 의무를 이행하는 것과 평상시와 같은 생산활동을 유지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쟁의 제한 범위 확대가 노동조합의 교섭수단을 약화하고 분쟁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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