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도마 위 오르는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언제 근절되나
인테리어 비용 두고 칼부림 발생
과도한 인테리어 비용 강요, 재료비 유통 마진 등에 가맹점주 신음
일부 피자 가맹점, 수수료 등 미납시 법정 최고 이자율 적용해 점주 부담
심영범 기자
tladudqja@naver.com | 2025-09-17 11:24:23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이달 초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칼부림 사건 이후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관련 업계가 시정 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지속적으로 받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관악구 조원동(옛 신림8동)의 한 프랜차이즈 피자가게에서 가게 점주A씨가 본사 직원 B씨, 인테리어 업자인 C씨와 D씨 등 3명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피해자 중 1명은 피자가게의 본사 직원이고 나머지 2명은 인테리어 업자였다.
A 씨는 가게 인테리어 문제를 두고 피해자들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사건이 벌어진 프랜차이즈 본사는 창업 점주들에게 주방 집기류 구입 등의 명목으로 5700만원 상당의 비용을 창업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사건 발생 이후 가맹사업법 위반이 있다고 판단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2013년 가맹사업법이 개정되면서 본사가 가맹점에 인테리어 교체(리뉴얼)를 요구하려면 비용의 20%(이전·확장 땐 40%)를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개정 이후에도 공사 비용을 점주에게 떠넘긴 여러 프랜차이즈가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창업 비용 1억1300만원 중 인테리어 비용은 5150만원(45.6%)을 차지했다.
통상적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오픈할 경우 점주는 본사가 지정한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공사를 진행한다. 4~5년마다 리뉴얼을 의무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프랜차이즈 본사는 인테리어 공사비의 최소 50%에서 많게는 100%를 점주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가 공시한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주요 피자와 치킨 등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본사가 지정한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업주가 창업 후 영업을 하면서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영업하면서도 유통 마진(차액가맹금)을 포함한 각종 수수료 부담을 정기적으로 점주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일부 피자 가맹점들은 수수료나 로열티 등을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법정 최고 이자율(20%)을 물린다. 대형 피자 가맹점들의 지연이자는 연 18~20% 달한다.
한 대형 피자 브랜드는 인테리어, 간판, 주방용품 설치 등에만 5300만~5800만원을 요구한다. 영업 중에도 간판 교체(최대 300만원), 인테리어 보완(최대 2000만원) 등 추가 비용이 지속적으로 부과한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B사는 창업 시 인테리어, 주방설비, 부자재 명목으로 6000만원 이상을 본사 지정 업체에 납부해야 한다. 최초 가맹금은 1000만원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초기 투자금 대부분이 본사 또는 본사와 연계된 업체로 간다.
영업을 시작한 뒤에도 점주의 부담은 줄지 않는다. 대부분의 본사가 유통 마진, 로열티, 광고 분담금 등 다양한 명목으로 수십 가지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상위 6개 본사의 최근 3년간 평균 유통 마진은 점포당 6529만원(12.9%)에 달했다.
한 업체는 최대 17%의 마진을 붙여 가맹점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서 10만원에 구입 가능한 식자재를, 가맹점주는 본사로부터 11만7000원에 구매해야 하는 구조다.
지난해 공정위가 200개 가맹본부와 거래중인 가맹점 1만2000개를 조사한 ‘가맹분야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절반이 넘는 54.9%의 가맹점주가 본사로부터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전년(38.8%) 대비 16.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신청 건수에서도 드러난다. 2022년 489건이었던 가맹사업 관련 조정 신청은 2023년 605건, 지난해 584건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386건이 접수됐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문제는 공정위로부터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6월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은 가맹점 36곳에 본사가 법적으로 부담해야 할 인테리어 공사비 2억9449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자진시정 방안을 마련했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도 가맹점 70곳에 인테리어 공사비 15억2800만 원을 미지급해 2022년 11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7억 원을 부과받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피자 프랜차이즈 사건은 단순한 가맹점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본사의 ‘갑질’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본사가 인테리어 비용이나 광고비를 점주에게 전가하고, 불필요한 리모델링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착취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점주는 본사의 협력 파트너가 아니라 사실상 ‘을 중의 을’로 전락해 버렸다"며 "이런 불공정 관행이 반복되면 가맹점주는 생존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브랜드 자체가 무너진다"고 첨언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더 이상 형식적인 규제에 머물지 말고, 가맹사업법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본사의 횡포를 막아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의 생존문제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래전부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의 경제적인 갈등이 지속돼 왔다. 이제는 심리적인 갈등도 부각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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