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 첫 연임 시험대 오른 문혁수 LG이노텍 사장…다음 승부처는
카메라 모듈 전문가에서 그룹 핵심 CEO로…취임 3년 차 경영 성과 주목
FC-BGA·RX·자율주행 신사업 확대…수익성 확보가 연임 이후 핵심 과제
황성완 기자
wanza@megaeconomy.co.kr | 2026-10-22 12:04:53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사장)가 취임 3년 차를 맞아 첫 연임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말 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의 신임을 확인한 가운데,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사장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LG이노텍의 사업 구조를 반도체 기판과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산업으로 확장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가 첫 임기 동안 신사업의 기반을 다졌다면 향후에는 이를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 대한 인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주요 계열사 경영진 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도 문혁수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만큼 경영 연속성에 무게를 둘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문 사장이 추진해 온 고부가 반도체 기판과 로봇 부품 사업이 양산 단계에 진입하면서 기존 경영 체제를 유지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 카메라 모듈 전문가서 LG이노텍 수장으로…기술 중심 경영 리더십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난 문 사장은 경기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화학공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기술 전문가다.
LG전선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LG이노텍으로 자리를 옮겨 광학솔루션연구소장과 광학솔루션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최고전략책임자(CSO)를 거쳐 2023년 말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됐으며 2024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문 사장은 LG이노텍이 글로벌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광학 기술 개발부터 사업 운영, 중장기 전략 수립까지 두루 경험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의 경영 능력이 다시 한번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말로, LG그룹이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문 사장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CEO 취임 약 2년 만에 사장 반열에 오르며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한 것이다.
당시 LG그룹이 일부 계열사 수장을 교체하며 쇄신에 나섰다는 점에서 문 사장의 승진은 기존 경영 전략을 지속 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사장이 취임 이후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다. LG이노텍은 그동안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중심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왔지만, 특정 고객사와 모바일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구조적 과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문 사장은 기존 광학솔루션 중심의 사업 구조를 고부가 반도체 기판을 담당하는 패키지솔루션과 자율주행·전장 부품을 중심으로 하는 모빌리티솔루션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성과는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사업이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고부가 패키지 기판으로, 인공지능(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에 따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LG이노텍은 2022년 FC-BGA 사업 진출을 선언한 이후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 확보와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해 왔다. 문 사장 취임 이후에는 실제 제품 양산과 고객사 다변화에 속도를 내면서 사업 확대의 기반을 다졌다.
지난해 3월 문 사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 2곳을 대상으로 FC-BGA를 양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서버용 제품 인증과 생산 확대를 추진하며 기존 PC용 기판에서 고부가 서버용 기판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올해 들어서는 AI 반도체용 기판 사업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 9월 열린 'KPCA show 2026'에서 AI 가속기용 FC-BGA를 처음 공개하며 차세대 기판 기술력을 선보였다.
문 사장은 지난 13일 한국전자전(KES 2026) 현장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장기공급계약(LTA)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내년부터 FC-BGA 사업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로봇과 자율주행 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LG이노텍은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축적한 광학·센싱 기술을 차량용 카메라와 로봇용 비전 센싱 부품으로 확장하고 있다. 차량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거나 로봇이 사물을 식별하고 움직이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문 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용 부품 양산이 이미 시작됐으며, 2027~2028년 대량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문 사장이 추진한 사업 다변화 전략이 양산과 공급 단계로 이어지면서 연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경영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첫 임기 사업 기반 다져, FC-BGA 수익성 관건
다만 문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신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실제 이익으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사업은 FC-BGA다. LG이노텍은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를 확보하며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지만 아직 기존 광학솔루션사업과 비교하면 매출 규모가 크지 않다.
지난해 FC-BGA 매출은 약 5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이를 2030년 최소 1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다른 반도체 기판 제품을 포함한 패키지솔루션사업 매출을 3조원 이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올해는 AI 서버용 기판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구미와 베트남을 중심으로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글로벌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문 사장은 최근 하반기까지 AI 서버 네트워크용 FC-BGA 양산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AI 학습·추론용 고부가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주목받는 유리기판도 새로운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구미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문 사장은 2028년쯤 제품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유리기판은 아직 개발 단계인 만큼 양산 기술 확보와 고객사 수요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기존 주력 사업인 광학솔루션의 수익성을 방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와 고객사의 가격 인하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산 효율화와 원가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FC-BGA를 비롯한 미래 사업 상당수는 정철동 전 사장 재임 시절부터 추진된 만큼 문 사장에게는 해당 사업을 성장 궤도에 올려 자신의 경영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도 존재한다.
결국 문 사장의 첫 임기가 LG이노텍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면, 다음 임기는 신사업의 수익성을 입증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진행되는 연말 인사에서는 문 사장뿐 아니라 회사의 주요 사업을 이끄는 차세대 경영진의 승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광학사업을 담당하는 노승원 전무와 패키지솔루션사업을 이끄는 조지태 전무 등이 주요 관전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문 사장의 연임이 현실화할 경우 LG이노텍은 기존 광학솔루션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하면서 반도체와 피지컬 AI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 사장의 향후 경영 성적표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강자로 성장한 LG이노텍을 AI 시대의 종합 부품·솔루션 기업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 사장이 취임 이후 FC-BGA와 전장·로봇 등 신사업 확대를 통해 LG이노텍의 사업 다변화에 속도를 내왔다"며 "연임 성공시 기존 광학솔루션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신사업에서 실질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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