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 탈락에도 존재감 드러낸 NC AI…게임회사 넘어 'AI'로 탈바꿈
'도전의 해' 선언 후 조직 재편…'소버린·피지컬·월드모델' 3축 전략 가동
황성완 기자
wanza@megaeconomy.co.kr | 2026-02-16 08:00:18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정부가 추진한 ‘국가대표 인공지능(AI)’ 경쟁에서 1차 평가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오히려 업계의 시선은 게임회사로 알려진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 조직 NC AI로 향하고 있다. 탈락 이후에도 기술력 평가가 이어지며 “가장 독특한 방향성을 가진 AI 기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올해를 ‘도전의 해’로 선언했다. 단순 신사업 확대가 아닌 회사의 성격 자체를 바꾸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10월 기술 전문 자회사 NC QA·NC IDS를 출범시키고, 3개의 게임 스튜디오와 함께 인공지능 전문기업 NC AI를 신설하며 조직 구조를 AI 중심으로 재편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게임회사에서 기술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AI 시장 경쟁이 대화형 AI와 검색·콘텐츠 생성 모델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NC AI는 사람과 대화하는 AI가 아닌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움직이는 AI를 목표로 삼았다. 회사는 ▲소버린 AI ▲피지컬 AI ▲월드 모델을 핵심 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소버린 AI, 외산 의존 없는 풀스택 독립
NC AI는 지난해 11월 총 53개 기관이 참여하는 ‘K-피지컬 AI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컨소시엄의 목표는 로봇이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과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개발이다.
전략은 명확하다. 외산 기술 일부 활용이 아닌 데이터·두뇌·신체·환경 전 과정을 자체 기술로 구축하는 풀스택 독립이다.
컨소시엄은 로봇 학습에 필요한 영상·행동 데이터를 자체 생산·가공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데이터 유출 우려를 줄이고, 게임 AI로 축적한 시뮬레이션 제어 기술과 산업 특화 LLM을 결합해 외산 모델 없이 작동하는 AI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국산 엔지니어링 해석 기술을 기반으로 정밀 가상 훈련 환경을 확보하고 특정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범용 제어 모델(RFM)도 개발한다.
◆ 피지컬 AI, 게임 기술서 현실 산업으로
NC AI는 리니지·아이온·블레이드앤소울 등 MMORPG 개발 과정에서 대규모 가상 세계와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이러한 시뮬레이션·강화학습 노하우를 현실 로봇과 산업 환경 학습에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3D 생성 모델 ‘바르코 3D’ 등 멀티모달 기술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바르코 3D는 서비스 출시 1개월 만에 월간 이용자 4만명을 기록하며 시장 반응을 얻었다.
이달에는 ‘인천공항 항공 AI 혁신 허브’ 사업에서 항공 피지컬 AI R&D 센터 주관기업으로 선정되며 기술 상용화 가능성도 확인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 월드 모델, 산업 AI 핵심 인프라
월드 모델은 현실의 물리 법칙을 가상 공간에서 반복 학습해 로봇과 산업 시스템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기술로, 차세대 산업 인공지능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NC AI는 외산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형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게임 물리 엔진 기술, 정밀 공학 시뮬레이션, 학계 연구 역량을 결합해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정밀도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NC AI 관계자는 "상상이 현실이 되고 시뮬레이션이 실전을 압도하는 시대"라며 "월드 모델은 단순 기술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될 디지털 영토를 확장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 세계에서 학습한 AI 로봇이 전 세계 공장과 물류센터에서 작동하는 미래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오랫동안 온라인게임 기업으로 인식돼 왔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 다각화가 아니라 기업 정체성 변화 단계로 보고 있다. 국가대표 AI 타이틀은 얻지 못했지만, 오히려 기업 방향성이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