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매출 10배 키운 CJ…이번엔 ‘12조원’ 베팅, K콘텐츠로 美 지갑 연다
이재현 회장, KCON·올리브영 페스타 현장 방문… 북미 사업 실행 직접 점검
이 회장 “콘텐츠·푸드·뷰티로 세계인의 일상 채우는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리더” 돼야
비비고·KCON·올리브영 유기적 연결…‘K팬덤’을 반복 소비로 전환
심영범 기자
tladudqja@naver.com | 2026-08-17 11:11:56
[메가경제=심영범 기자]CJ그룹이 북미 시장을 글로벌 성장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K라이프스타일’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K팝과 드라마 등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현지 팬덤을 K푸드와 K뷰티 소비로 연결하고, 이를 다시 오프라인 문화 경험으로 확장하는 사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8조원을 넘어선 북미 매출을 2028년 12조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개별 계열사와 브랜드가 각자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식품·콘텐츠·뷰티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을 하나의 소비 경험으로 묶어 성장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CJ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힐튼 글렌데일에서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비전’ 발표회를 열고 북미 사업의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번 비전 발표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5월 미국 주요 사업장을 직접 찾아 제시한 북미 성장 전략을 구체화한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미 사업 전체를 K라이프스타일로 연결하고 미국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약 3개월 만에 다시 미국을 찾아 KCON LA 2026과 올리브영 페스타,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K-COLLECTION 부스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K콘텐츠에서 출발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식품과 뷰티 등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현장을 직접 점검한 것이다.
이 회장은 현장에서 “30년 전 ‘문화가 미래’라는 믿음에서 CJ의 문화 사업이 출발했듯이 이제 콘텐츠·푸드·뷰티 등으로 세계인의 일상을 채우는 글로벌 K라이프스타일 리더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 ‘K팬덤’에서 ‘K소비’로…미국 소비시장 정조준
CJ가 북미 사업의 중심축을 K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하는 배경에는 K컬처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콘텐츠를 넘어 실제 구매 행동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글로벌 경제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시장이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K팝과 K드라마를 소비한 경험이 K푸드와 K뷰티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등 한국 문화와 소비재 사이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게 CJ의 분석이다.
CJ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글로벌 K컬처 영향력 조사’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미국 소비자 1000명 가운데 30%는 K푸드·K뷰티·K팝·K콘텐츠 등 K카테고리 전반을 모두 구매하거나 소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개 이상의 K카테고리를 구매·소비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75%에 달했다.
K외식과 K콘텐츠, K팝을 실제 구매·소비한 비율도 전년보다 각각 12~1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CJ는 이를 단순히 K컬처의 인기 상승으로만 보지 않고 사업 확장을 위한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 콘텐츠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입구’라면 식품과 뷰티는 반복적인 구매를 만들어내는 ‘생활 소비’ 영역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김진식 CJ 아메리카 대표는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K푸드와 K뷰티의 습관적·반복적 소비로 확장하고, 이것이 다시 오프라인 문화 경험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 북미 사업 ‘1단계’ 넘어 2단계 성장
CJ는 그동안 북미 시장에서 개별 사업의 현지화와 생산·유통 기반 확대에 집중해왔다. 이제는 계열사 간 사업 연계를 강화하는 ‘2단계 성장’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긴다.
핵심은 소비자 접점의 연결이다. KCON을 통해 K팝과 K콘텐츠를 경험한 소비자가 비비고 등 K푸드를 접하고, 올리브영을 통해 K뷰티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사업 간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공동 브랜드 마케팅과 사업 모델 협업도 확대한다. 단순히 계열사별 제품을 미국에 판매하는 것을 넘어 CJ가 보유한 콘텐츠·식품·뷰티 역량을 하나의 K라이프스타일 경험으로 묶겠다는 것이다.
허민회 CJ 대표는 “CJ는 30년 이상 미국 시장에 지속 투자해 왔으며 식품·콘텐츠·뷰티 분야의 독보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이라며 “K웨이브 인기를 K라이프스타일 경험으로 잇는 생태계를 구축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의 북미 사업 확대에는 상당한 투자가 선행됐다. CJ는 1995년 드림웍스 투자를 시작으로 글로벌 콘텐츠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고 2012년에는 KCON을 개최하며 K컬처의 해외 확산을 본격화했다.
이후 DSC(2018년), 슈완스(2019년), 피프스시즌(2021년)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식품·콘텐츠·물류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북미 누적 투자액은 9조7000억원에 달한다.
투자 확대는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CJ의 북미 매출은 8조원을 넘어섰다. 2017년 약 8000억원과 비교하면 8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한 수준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33%에 달한다.
CJ는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2028년 북미 매출 1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약 50% 추가 성장을 3년 안에 이뤄내야 하는 셈이다.
◇ 비비고 앞세워 K푸드 외연 확대
K라이프스타일 전략의 한 축은 K푸드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비비고를 중심으로 아시안 식품을 넘어 미국 주류 식품시장까지 공략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비비고의 성장 방정식도 확대한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만두 등 냉동식품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였다면 앞으로는 햇반과 치킨, 김스낵, 김치, K소스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한다.
특히 냉동식품에서 확인한 성공 모델을 상온 보관이 가능한 ‘셸프 스테이블(Shelf Stable)’ 제품으로 확대해 유통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 접점을 넓힐 방침이다.
페데리코 아레올라 CJ슈완스 아시안식품BU장은 “비비고의 북미 성과는 K푸드가 미국 소비자의 일상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만두에 이어 햇반과 치킨, 김스낵, 김치, K소스 등 글로벌 전략 제품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비비고를 단순한 한국 식품 브랜드가 아니라 미국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찾는 글로벌 식품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의미다.
◇ KCON·올리브영 페스타로 오프라인 접점 확대
CJ는 온라인이나 제품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고 오프라인 소비자 접점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KCON이다. 14~16일 LA 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KCON LA 2026은 K팝을 중심으로 K푸드와 K뷰티까지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K라이프스타일 축제로 운영됐다.
KCON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한 팬들이 실제 음식과 제품을 경험하고 구매하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CJ 입장에서는 콘텐츠 사업이 식품·뷰티 사업의 고객을 확보하는 마케팅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구조다.
미국에서 처음 열린 올리브영 페스타도 K뷰티의 현지 확산을 위한 핵심 접점으로 활용됐다. 특히 국내 중소·인디 브랜드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K뷰티 브랜드의 현지 소비자 접점을 확대했다.
CJ는 이를 통해 올리브영을 단순한 뷰티 유통 채널이 아니라 국내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 ‘K라이프스타일’ 생태계가 12조원 목표의 핵심
CJ가 북미에서 추진하는 전략의 핵심은 개별 사업의 합산을 넘어 사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
K콘텐츠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K푸드가 반복적인 일상 소비로 이어지며, K뷰티가 새로운 소비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KCON과 올리브영 페스타 등 오프라인 경험을 결합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전략이 자리 잡으면 CJ는 콘텐츠 제작사, 식품기업, 뷰티 유통사라는 개별 사업의 틀에서 벗어나 K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소비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특정 콘텐츠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인 소비 습관으로 정착할 경우 CJ의 식품·콘텐츠·뷰티 사업이 동시에 성장할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CJ가 제시한 2028년 북미 매출 12조원 목표는 단순한 외형 성장 목표라기보다 K컬처의 확산을 그룹 전체의 소비재 사업 성장으로 전환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CJ 관계자는 “개별 사업과 브랜드 중심의 해외 진출을 넘어 K라이프스타일이 미국 소비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룹 사업 간 연결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글로벌 성장 속도를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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