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임원 손배소 전부 기각…"과징금≠이사 책임" 법원이 선 그어

환경 과징금 부과만으론 이사 책임 묻기 어려워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4-23 10:56:47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0부는 23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와 경제개혁연대가 ㈜영풍 전·현직 임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전부 기각했다.

 

원고 측은 지난해 11월 영풍이 환경부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실을 근거로 당시 임원들이 상법상 선관주의 의무와 감시의무를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체적인 위법행위가 특정되지 않았고, 실질적 손해 발생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 영풍 임원 손배소 전부 기각. [사진=GPT]


재판부는 특히 "과징금 부과 사실만으로 임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곧바로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명시, 행정 제재와 민사 책임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었다.


영풍의 대규모 환경 투자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2019년 환경개선 혁신 계획을 수립한 이후 석포제련소를 중심으로 수질·대기·토양 개선에 약 5,400억 원을 쏟아부었다. 차수벽·지하수 차집시설 구축,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 도입, 3중 방수·내산 설비 등 오염 차단을 위한 구조적 설비 강화가 주요 항목이다.


실제 환경 지표도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석포제련소 하류 지점에서 카드뮴·시안·납·비소 등 주요 중금속 농도가 모두 정량한계 미만으로 측정됐다.


형사 리스크도 일단락됐다. 2022년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임원들은 1심과 항소심 모두 무죄를 받았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지난해 7월 최종 확정됐다. 재판부는 당시 "고의적 오염 방치로 보기 어렵고, 재임 기간 중 환경 개선 노력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ESG 경영의 실무 기준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선례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환경 과징금이나 행정 제재를 이유로 이사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특정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법적 허들을 재확인한 사례다. 시민단체 주도의 주주 대표소송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기업 법무 실무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 영풍은 향후 추가적인 환경 투자와 상시 모니터링 체계 강화를 통해 오염 방지 역량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친환경 사업장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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