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투톱' 희비 엇갈려…올리브영 고공행진, CGV는 몸집 줄이며 보릿고개

트렌드에 민감한 올영, 둔감한 CGV
올리브영, 1년간 250만명 방문·사상 최대 실적
CGV, 관객 절반 '뚝'·적자 지속

심영범 기자

tladudqja@naver.com | 2025-11-19 11:32:13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CJ올리브영과 CGV의 온도차가 극명해지고 있다. K-뷰티 열풍과 체험형 매장 확대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CJ올리브영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면, CJ CGV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확산 여파로 관객 이탈이 심화하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 [사진=CJ올리브영]


◇ 올리브영, 체험형 매장으로 '대박'


19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매출 1조5570억원, 순이익 15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2%, 31.8% 증가한 수치다. 누적 기준으로는 매출 4조2531억원, 순이익 4219억원으로 각각 20%대 성장을 유지했다.

 

2016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 처음으로 매출 2조 원을 돌파한 후 2년 만인 2023년에 3조 원을 기록했다.

 

첫 혁신 매장인 '올리브영N 성수'가 개점 1년 만에 25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체험형 리테일의 성공 모델로 자리잡았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80%를 웃도는 이 매장에서는 AI 두피 진단 서비스가 연일 '오픈런' 행렬을 이루며 대표 체험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회사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주요 상권 내 100개 매장으로 체험존을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호조를 보였다. 오프라인 매출은 전 분기보다 약 22%, 온라인 매출은 37% 늘었다. MZ세대의 뷰티·헬스케어 수요 확대와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고성장을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매장은 외국인 수요 증가가 매출 호조의 원동력이 됐다. 실제 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26.4%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189개국에서 942만 건의 결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올리브영N 성수 오픈 이후 외국인 중심의 상권 변화가 두드러졌다. 올리브영N 성수 오픈 전후 성수 지역 올리브영 전체 매장의 외국인 결제 건수는 지난 1년 새 592% 증가해 내국인(81%)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추세가 반영되며 성수 상권 내 매장 6곳의 외국인 매출 비중 역시 올리브영N 성수 오픈 전 평균 40%에서 올해 10월 기준 70%까지 상승했다. 올리브영은 ‘올리브영N 성수’를 통해 시즌마다 새로운 트렌드를 선보이며, ‘넥스트 뷰티’를 제안하고 국내외 고객의 검증을 받는다. 실제 올리브영N 성수에만 도입된 신규 브랜드 수는 150여 개가 넘으며, 외적 아름다움을 넘어 내적 건강함을 추구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웰니스에딧 존 등을 새롭게 선보이며 뷰티의 진화 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올리브영은 최근 뉴욕에 뷰티숍을 열고 현지 고객에게 K-뷰티를 소개하는 tvN 신규 예능 프로그램 퍼펙트 글로우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올리브영의 노하우를 담아 뷰티숍 내에서 K-뷰티 상품과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 올리브영존을 기획·구성했다. 한국의 단계별 스킨케어나 피부 관리, 메이크업에 대한 노하우도 안내한다. 올리브영이 엄선한 K-뷰티 대표 상품은 프로그램 메인 코너인 '메이크오버'에서도 활용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H&B 부문에서 경쟁자가 없는 올리브영의 실적 개선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봤다.

 

실적과 더불어 올리브영 지분구조 변화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다. 올리브영은 FI(재무적투자자)의 투자 지분을 사들이면서 자사주 비율이 22.6%까지 상승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최대주주인 CJ(51.2% 보유)의 올리브영에 대해 지배력이 강화됐고, 나아가 CJ와 올리브영과의 합병가능성도 제기되기도 했다.

 

최 연구원은 "현재 합병, 상장 등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은 확정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당분간 올리브영의 가치 상승이 지주회사 주가로 전이되는 과정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 [사진=연합뉴스]


◇ CGV, 관객 절반 '뚝'…구조조정 본격화

 

반면 CJ CGV는 극장 산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5831억원, 영업이익 234억원을 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7.2%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287억원에 달했다. 국내 사업 매출은 1962억원, 영업손실은 56억원으로 적자 기조가 이어졌다.

 

국내 영화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주요 원인이다. 2019년 2억2668만명에 달했던 국내 영화 관객 수는 지난해 1억2514만명으로 44.8% 감소했고, 올해는 1억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5년 만에 관객이 절반 이상 증발한 셈이다. OTT 서비스 확산과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영화를 보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극장 이탈이 가속화됐다.

 

CGV는 이에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올해 들어 12개 지점을 폐점했다.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지난달 29일 영업을 종료했다. 예술영화 상영과 국내 첫 영화 전문 도서관 운영,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 등으로 영화 팬들이 자주 찾던 공간인 만큼 이곳의 폐점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지난해 4개 상영관이 문을 닫은 데 이어 폐점 추세가 가속하는 모습이다. 순천·목포·송파·연수역·파주야당·창원·광주터미널 등 전국 곳곳의 극장이 문을 닫았다. 

 

해외 사업도 지난 21일 미국 LA점을 폐점하면서 미국 진출 이후 15년 만에 영화관 사업에서 철수했다. 북미 지역 영화관 사업에서 적자가 수 년째 지속된 여파다. 여기에 아시아 지역 중간지주사인 CGI홀딩스의 경영권 매각도 검투 중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영화관 사업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희망퇴직도 올해 두 차례나 진행했다. 지난 5월 근속 7년 이상의 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이를 통해 약 80명이 회사를 떠났다. 퇴직자에게는 위로금으로 월 기본급 100% 이상이 지급됐다. 이후 4개월만인 2025년 9월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일부 부서의 통·폐합도 이루어졌다.

 

CGV는 CGV연수역 건물주와도 법적 분쟁 중이다. CGV는 지난 2월 연수역점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건물주가 임대료를 받지 못하자 해지 효력을 부인하고 약 9억77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CGV는 “법무대리인을 통해 적법 절차에 따라 원고의 청구에 적극 대응 중”이라며 “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 공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GV는 최근 국내 영화관 사업 전반이 관객 수 감소 등 구조적인 위기에 빠진 만큼 적자 폭이 큰 점포의 효율화를 통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실적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해외 사업은 회복세가 뚜렷하다. 베트남 법인은 3분기 매출 671억원, 영업이익 14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42.2%, 359.4% 급증했다. 중국 사업도 매출 713억원, 영업이익 2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개선됐다. CGV는 삼성전자, 하만과 협력해 AI 기반 미래형 영화관 'AI 시네마'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 중으로, 4DX·ScreenX 등 특별관 중심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종민 CJ CGV 대표는 “3분기에는 동남아 극장 사업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CJ 4DPLEX의 확산 활동에 주력했다”며 “4분기에는 글로벌 흥행이 기대되는 대형 콘텐츠가 지속 개봉하는 만큼 기술 특별관을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세를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두 계열사의 희비는 지난 18일 진행한 CJ 정기임원인사에서도 드러났다. CJ올리브영은 총 7명의 신규 임원이 이름을 올렸다. 젊은 피 수혈이 눈에 띄었다. 여성 임원의 경우 1989년생, 1988년생이 임명되기도 했다. 반면 CGV는 단 한명의 임원도 선임되지 못했다.

 

증권가는 올리브영의 독보적 수익 성장과 CGV의 수익성 악화가 CJ그룹 내 포트폴리오 재편 논의를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올리브영은 체험과 디지털을 결합한 '리테일테크' 모델로 차별화에 성공했지만, CGV는 OTT의 대체효과에 대응할 해법이 필요하다"며 "그룹 차원에서 올리브영 중심의 소비 플랫폼 시너지를 강화하고, CGV는 고정비 축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N 성수의 1년간 250만명 방문이라는 성과는 오프라인 매장도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반면 CGV는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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