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라이더 파업, 급한 불은 껐지만···

기본 배달료 동결···실거리 기준 할증

박종훈

industry@megaeconomy.co.kr | 2021-12-25 10:54:18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라이더스 사업을 관장하는 자회사 ㈜우아한청년들과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합의안을 도출하며 연말 파업은 일단 막았다.

관련 업계는 물론, 자영업자, 일반 소비자들에 이르기까지 관심이 집중됐던 기본 배달료는 기존처럼 3000원으로 동결됐다.

하지만 거리별 할증요금은 기존의 직선거리 기준에서 내비게이션 실거리 기준으로 현실화하고, 구간별 거리 기준을 조정했다.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또한, 우아한청년들은 라이더의 안전한 운행을 지원하기 위해 연간 최대 100만원의 보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1년 이상 배송대행 기본계약자 중 1일 20건 이상, 연 200일 이상 배송실적이 있는 오토바이 가입자를 대상으로 2년 동안 보험료를 지원할 계획이다.

유상종합보험 가입자의 경우 연간 100만원, 유상책임보험 가입자의 경우 연간 50만원을 2년 동안 지원받게 된다.

또한 렌탈 바이크인 민트바이크를 사용하는 라이더들도 동일하게 연간 100만원의 보험료를 2년 동안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의 배달요금은 직선거리 기준 500m 이내 거리 3000원, 500m~1.5km 3500원, 1.5km 초과 땐 500m 당 500원 추가 할증 요금이 계산됐다.

이를 내비게이션 실거리 기준 0~675m미만은 기본료 3000원, 675m이상~1.9km 미만 3500원, 1.9km 이상 3500원에 100m 당 80원을 지급하기로 변경했다.

또한, 노사는 배달노동자를 위한 공제조합 출범을 위해 함꼐 노력하기로 했다. 공제조합이 설립되면 배달 과정에서 사고 등이 발생하면 손해배상 등을 지원할 수 있어 라이더들의 사회안전망 확충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단체협약 조인식 모습 (사진 = 우아한형제들 제공)

 

양측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우아한청년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인 라이더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법적의무는 없지만, 플랫폼 노동이 국내서 양질의 일자리로 뿌리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성실하게 교섭에 참여해 온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후, 안전을 위한 조처도 현실화해 온 게 사실. 라이더와 커넥터 전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했고, 라이더 대상 유상운송보험 가입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 학계 전문가 등과 함께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배달원 처우 개선을 위해 배차 중개수수료를 폐지하기도 했다.

그밖에, 라이더 건강검진비, 피복비, 휴식지원비, 명절선물 등을 지원하기도 했으며, 겨울철 핫팩과 발열조끼, 여름철 쿨패트와 쿨토시 등 계절용품을 지급하기도 했다.

우아한청년들 김병우 대표는 "이번 교섭을 통해 오토바이 가입자 대상 보험료 지원, 내비게이션 실거리제 도입, 공제조합 설립 등 배달 라이더들의 실질적인 배달 환경 개선을 이룰 수 있게 됐다”며 “함께 수고해주신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배민라이더스 지회에도 감사를 전한다. 앞으로도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 강화 및 교육 등 활동을 통해 배달 환경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급격한 보급 이후 확산된 배달앱 시장은 17조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관련 업계선 “문화가 바뀌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곧 관련 산업의 변화를 이끌었다.

배달앱 라이더들이 조직화되고, 이들이 개인사업자임에도 단체교섭을 진행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급격히 변한 시장판도 때문이다.

비슷한 노동형태와 지위를 갖는 퀵서비스 라이더들이 수년에 걸쳐 노동조합 조직화를 시도하고 처우를 개선하려 노력했지만, 카운터 파트너를 누구로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조차 지지부진 결론을 내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괄목상대할 만하다.

이들이 관련법 개정 등을 우선 목표로 국회 일대서 무의미한 공중전을 벌이며 기력을 소모한 데 반해,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가진 선도기업이 등장한 배달앱 시장에선 오히려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 실리 획득 등 노사관계가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고 있다.

향후, 배민 라이더들의 사례가 관련 업계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도 관심거리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18년 3145억원에서 2019년 5654억원, 2020년 1조995억원을 기록하며 껑충 뛰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적인 영업비용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다. 2019년 이는 1436억원 규모에서 2020년 3294억원으로 늘었다.

배달앱 시장 전체가 커지며 라이더 확보가 어려워진 점이 주요 원인이다. 기본 수수료 외에도 주문이 몰리거나 폭설, 우천 등 날씨 영향에 따라 지급하는 수수료를 달리하는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다.

쿠팡이츠, 요기요를 필두로 한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라이더 확보에 주요 애로사항이다. 특히, 배달앱 이용자들은 여타 플랫폼과 비교해 볼 때 충성도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게 상식임을 감안하면 경쟁은 더욱 박터질 수밖에 없다.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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