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퇴근 후 배달통 멘 과장님…‘N잡러’ 100만 시대의 그늘

고용노동부(4월 15일 발표) 3월 취업자 중 '부업 유경험자' 역대 최대치 육박
실질임금 2년 연속 하락에 4050 가장들 플랫폼 노동으로 대거 유입
현대경제연구원 "고물가에 따른 생계형 부업 급증…근로자 휴식권 상실 및 건강권 위협 우려"

박성태 기자

pst2622@naver.com | 2026-04-19 10:52:13

[메가경제=박성태 기자]대기업 과장인 김모(46)씨의 하루는 퇴근 후 다시 시작된다. 오후 6시 사무실을 나선 그가 향하는 곳은 집이 아닌 오토바이가 세워진 공영 주차장이다. 배달 앱을 켠 김모씨는 밤 11시까지 서울 강남 일대를 누빈다. 

 

그는 “중고등학생 자녀 학원비에 오르는 대출 이자까지 감당하려면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면서, “피곤해도 눈 딱 감고 네 시간만 뛰면 한 달에 100만원 남짓을 더 벌 수 있어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 기사에 맞게 AI 제작

 

이처럼 본업 외에 추가 수입을 찾아 나선 ‘N잡러’들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 선을 위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15일 발표한 올해 ‘3월 고용동향’ 분석에 따르면,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2개 이상의 일자리를 가진 ‘복수 취업자’의 비중은 40대와 50대를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의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주요 배달 플랫폼 및 핀테크 사의 지난 1분기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밤 9시 이후부터 새벽 1시 사이 활동하는 라이더 중 상당수가 40대 이상 남성으로 파악된다.


특히 민선 7기 시절 성행했던 ‘디지털 노마드’나 ‘취미형 부업’과는 결이 다르다. 최근의 부업 열풍은 철저히 실질임금 하락을 몸으로 메우려는 ‘생계형’이 주를 이룬다.

 

이들의 주된 지출 항목은 교육비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집중돼 있어 부업 수익이 가계 부채를 견디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통계청이 발표한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명목임금이 올랐음에도 실제 살림살이는 마이너스를 찍자 가장들이 휴식을 반납하고 플랫폼 노동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생계형 N잡러’의 급증이 장기적으로 노동 시장에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18일 발행한 경제 주평을 통해 “고물가·고금리 압박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이 야간·주말 노동에 내몰리면서 만성 피로와 건강권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며 “이는 본업에서의 집중력 저하와 노동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노동계 또한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N잡러들은 산재 보험이나 고용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면서 낮에는 사무직, 밤에는 배달 노동자로 일하다 사고가 났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라고 이 같은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사안의 심층성을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13일 노동시장 동향 브리핑에서 “비전형 노동자(N잡러)들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실질임금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근로자 가구를 위한 소득 보전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