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기 침체 우려에 기준금리 3.5% 또 동결
美FRB, 금리인상 기류…한미 금리차 2%P 역대 최대 불가피
물가안정·내수-경기 침체·수출부진 고려 4회연속 금리 묶어
송현섭
21cshs@naver.com | 2023-07-13 11:03:22
[메가경제=송현섭 기자] 한국은행이 13일 수출 부진과 내수경기 회복 지연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현행 3.5%로 또다시 동결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올해 들어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은 금통위의 이날 결정은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같은 달 2.7%를 기록한 뒤 21개월만에 처음 2%대로 떨어져 안정화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글로벌 반도체 경기 악화로 수출 부진이 심각하고 더딘 내수경기 회복과 함께 새마을금고 사태로 불안한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 FRB에서 오는 26일 정책금리를 0.25%P 인상하더라도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2%P까지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역대급 한·미 금리차로 외국인 자금의 역외 유출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며 원화 가치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통위는 앞서 2020년 3월16일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0.5%P 내리는 ‘빅컷’을 통해 1.25%에서 0.75%로 인하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5월 28일에도 0.75%P 인하해 0.5%까지 기준금리를 내렸다가 코로나 팬데믹 동안 9회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2021년 8월26일 15개월만에 0.25%P 인상하고 ‘베이비스텝’과 ‘빅스텝’을 번갈아 단행하면서 올해 1월 기준금리의 상한선으로 여겨진 3.5%까지 올렸다. 지난 2월부터 반년가량 금통위 통화정책방향은 3.5%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의 주요 배경은 불안한 경기 여건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 부진과 내수경기 회복 지연 때문에 상반기에 저조하다가 하반기에 진작되는 ‘상저하고’의 통상적인 경기 흐름에서 이탈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에서 1.4%로 0.2%P 낮춰잡았다.
앞서 한은 역시 지난 5월 반도체를 포함한 IT(정보통신)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친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내다봤다. 더욱이 최근 급등한 부동산 PF대출 연체율 때문에 촉발된 새마을금고 사태 역시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대주단을 가동하고 자율협약에 따른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부동산 PF대출 부실화의 여파가 제2금융권으로 확산될 우려도 제기되는 가운데 일단 숨을 돌린 셈이다. 반면 긴축통화 정책의 필요성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다소 호전됐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보다 2.7% 올랐으나 2021년 9월 2.4%를 기록한 뒤 21개월만에 처음으로 2%대 상승률로 꺾였기 때문이다. 한편 한·미 금리차는 1.75%P를 유지하지만 FRB에서 미국 현지시간 오는 26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0.25%P인 베이비스텝을 밟더라도 2%P로 벌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한은은 외국인 자금의 이탈 규모와 달러/원 환율의 상승 추이 등을 모니터링한 뒤 다음번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앞서 한·미 금리차 문제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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