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인사이드] 고려아연 주총 D-7 '1석 전쟁'…경영권 향배 가를 '승부수'
최윤범 회장 vs 영풍·MBK파트너스, 이사회 재편 놓고 치열한 수 싸움
ISS·글래스루이스·국내 자문사 '고려아연 경영 연속성' 무게
캐스팅보트 쥔 기관 표심에 촉각 및 결정적 변수 작용 전망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3-17 10:55:01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 향방을 가를 정기 주주총회(주총)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표 대결이 사실상 ‘막판 결전’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이사회 주도권을 좌우할 ‘1석’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면서, 이번 주총은 단순한 이사 선임을 넘어 회사의 중장기 전략과 지배구조 방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핵심 쟁점은 이사 선임 규모다. 올해 주총에서는 사내외 이사 19명 중 6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1명은 영풍·MBK 측 인사, 나머지 5명은 현 고려아연 측 인사로 분류된다. 최 회장 측은 5명만 선임하고 감사위원 1명을 별도로 선출하는 안을 제시했다.
오는 9월부터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2명으로 확대되는 상법 개정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명분이다. 반면 영풍·MBK 측은 “임기 만료 이사는 원칙적으로 전원 교체해야 한다”며 6명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절차와 원칙의 문제지만, 실제로는 이사회 권력 지형을 둘러싼 전략적 선택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6명을 새로 선임할 경우 양측이 각각 3명씩 확보해 ‘9대 6’으로 영풍 측이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반면 5명만 신규 선임하면 ‘10대 5’ 구도가 형성돼 고려아연 측이 보다 안정적인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1석’이 향후 경영권에서의 발언권을 좌우하는 경영 안정성과 직결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판단이 이러한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공통적으로 ‘이사 5인 선임안’에 찬성해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거버넌스)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 최윤범 회장, 재선임 여부 '온도차'…고려아연 '경영 연속성 유지' 우세 의견
다만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렸다.
ISS는 보다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강조하며 최 회장의 재선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고, 글래스루이스는 경영 연속성과 전략 실행력을 이유로 찬성했다.
국내 자문기관들의 판단은 보다 명확하다. 한국ESG연구소를 비롯해 한국ESG평가원, 한국의결권자문 등은 잇따라 현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가 제시한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가장 최근인 17일 한국의결권자문이 발간한 의안분석보고서에서도 최 회장의 재선임 등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전원에 찬성을 권고했다.
아울러 한국의결권자문은 이사 선임안 외에도 고려아연 측 안건 대부분에 찬성했다. 고려아연의 경영 성과와 미래 성장 전략 추진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를 내리며, 현 경영진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반면 MBK·영풍 측이 제안한 이사 6인 선임안, 액면분할, 집행임원제 등 대부분의 안건에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ESG연구소는 이사 5인 선임안뿐 아니라 ▲감사위원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독립이사 요건 명확화 ▲분기배당 관련 정관 변경 등 회사 측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선안 전반에 대해 긍정 평가를 내렸다.
반면 영풍·MBK 측이 제안한 일부 안건에 대해서는 주주권 희석 우려와 이사회 기능 약화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체로 고려아연 체제에 우호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시장에서는 ‘경영 연속성 유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여러 자문사들은 고려아연의 최근 실적 흐름과 함께 거버넌스 개선 노력, 주주환원 정책, 중장기 투자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긍정 평가해 왔다.
고려아연 측 역시 주주서한을 통해 ‘전략의 연속성’과 ‘안정적 성장’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현재를 “중요한 선택의 기로”로 규정하며, MBK·영풍이 제시하는 방향과 기존 경영진이 추진해온 전략 사이에서 회사의 중장기 방향성이 결정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십 년간 축적한 기술 경쟁력과 운영 경험, 대형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기반으로 핵심광물 산업에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고려아연이 내세운 핵심 프로젝트로는 ‘Project Crucible(프로젝트 크루시블)’이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핵심광물을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바꾸는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로 평가받는다.
회사 측은 해당 프로젝트가 이미 실행 단계에 진입했다며, 리더십의 연속성과 강화된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추진해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원칙 기반 경영과 독립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해 주주 권익 보호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풍·MBK 측은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효율성 제고를 앞세워 이사회 재편 필요성을 주장해, 주총 결과에 따라 양측 간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은 단순한 이사 선임을 넘어 ‘경영 안정과 전략 연속성’ 대 ‘지배구조 재편과 경영 쇄신’이라는 두 축의 선택지 중 하나를 결정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분 격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의결권 자문사와 기관투자가의 판단이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마지막까지 긴장감 높은 표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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