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어도 바 분위기 그대로”…특급호텔, 논알콜 칵테일로 ‘취하지 않는 밤’ 공략

심영범 기자

tladudqja@naver.com | 2026-09-06 10:47:57

[메가경제=심영범 기자]최근 호텔업계에서 논알콜 칵테일이 새로운 바 문화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도 바 특유의 분위기와 칵테일을 즐기려는 고객이 늘면서 특급호텔들이 과일과 허브, 차, 커피 등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논알콜 메뉴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알코올을 제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텔별 브랜드와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콘셉트와 비주얼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그니처 칵테일을 논알콜로 재해석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는 등 메뉴 자체에 스토리를 입히면서 차별화에도 나서고 있다.

 

▲ [사진=조선 팰리스]

 

조선 팰리스의 ‘1914 라운지앤바’는 과실향과 커피향을 앞세운 논알콜 칵테일 5종을 선보인다.

 

‘펀치 펀치(Punch Punch)’와 ‘참외(Chamoe)’는 알코올과 논알콜 버전으로 모두 즐길 수 있는 메뉴다. 펀치 펀치는 사과주스에 블랙 카다멈, 레몬그라스, 카피르 라임 잎 등을 조합해 상큼한 펀치 스타일로 완성했다. 참외는 참외의 은은한 단맛에 쌀뜨물의 부드러운 감칠맛과 바닐라 향을 더해 청량한 하이볼 스타일로 구현했다.

 

논알콜 전용 메뉴도 마련했다. ‘더블 레드(Double Red)’는 딸기의 섬세한 풍미와 토마토의 감칠맛, 홍차의 깊이를 조합했다. ‘토마토&바질(Tomato&Basil)’은 토마토와 바질의 싱그러운 향을 소다와 결합해 청량감을 살렸다. 조선호텔의 시그니처 원두인 비벤떼 원두와 피스타치오 오르자트를 활용한 ‘벨벳 브라운(Velvet Brown)’은 사케라토 특유의 질감과 커피의 풍미를 강조했다.

 

레스케이프 서울 명동의 럭셔리 컬렉션 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마크 다모르’ 바는 기존 시그니처 칵테일의 시각적 특징을 유지하면서 논알콜로 즐길 수 있는 메뉴를 내놨다.

 

대표 메뉴인 ‘키스 더 버블(Kiss the Bubble)’은 잔에 입을 대는 순간 버블이 터지면서 상큼한 향이 퍼지는 방식으로 재미를 더한 칵테일이다. 논알콜 버전은 파인애플 주스와 코코넛 워터, 레몬주스를 활용해 과일의 상큼함을 강조했다.

 

‘스피릿 오브 제주(Spirit of Jeju)’는 제주산 귤을 직접 착즙해 베이스로 사용했다. 실제 한라봉을 연상시키는 모형 한라봉을 함께 제공해 시각적인 재미도 더했다. 제주 귤 착즙 주스에 화이트 포도 주스와 라임 주스를 조합해 식사 후 디저트 음료로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부산에서도 논알콜 칵테일을 앞세운 호텔 바 메뉴가 확대되고 있다.

 

그랜드 조선 부산의 ‘라운지앤바 테라스 292’는 해운대 해변과 도심 풍경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논알콜 칵테일을 선보인다. ‘트로피컬 피즈(Tropical Fizz)’는 패션후르츠와 사과의 상큼한 맛을 강조했고, ‘딥씨에이드(Deep Sea Ade)’는 오렌지 시트러스와 스파클링을 조합해 청량감을 높였다. ‘로즈 테라스(Rose Terrace)’는 클래식 모히또에 은은한 장미향을 더해 우아한 풍미를 구현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스피크이지 바 ‘찰스 H.(Charles H.)’는 여행과 지역 스토리를 논알콜 칵테일에 접목했다.

 

대표 메뉴인 ‘오차드 피즈(Orchard Fizz)’는 1900년대 초 미국의 클래식 피즈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다. 충남 천안의 과수원에서 영감을 받아 맑게 정제한 한국 배 주스에 모과와 호두의 풍미를 더하고 재스민 티 스파클링으로 마무리했다.

 

여기에 천안의 대표 특산물인 호두에서 착안한 호두 모양의 호두과자를 곁들여 지역의 풍미와 스토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단순한 음료를 넘어 지역과 공간의 정체성을 메뉴에 담아낸 셈이다.

 

호텔 나루 서울-엠갤러리의 바 ‘부아쟁’은 전통 한약방에서 착안한 콘셉트를 논알콜 칵테일에 적용했다. 한강과 밤섬의 야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 ‘치유’, ‘꿀 토마토’, ‘밤섬 시네마’, ‘극야’ 등 4종을 구성했다.

 

‘치유’는 한강을 바라보며 하루를 위로한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꿀 토마토’는 어린 시절 토마토 주스에 대한 기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밤섬 시네마’는 한강과 밤섬의 야경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표현했으며, ‘극야’는 에스프레소와 흑임자를 활용해 긴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담아냈다.

 

알로프트 바이 메리어트 서울 명동의 W XYZ 바는 음악과 칵테일을 결합한 브랜드 정체성을 논알콜 메뉴에도 적용했다.

 

총 12종의 브랜드 시그니처 칵테일 가운데 3종을 ‘제로 프루프 잼스(Zero Proof Jams)’로 구성해 주류 없이도 바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선명한 색감과 개성 있는 가니시, 음악적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시각적인 요소까지 강화했다.

 

‘피치 톨스(For Whom the Peach Tolls)’는 백도와 카다멈 블랙티, 오렌지 블로섬을 조합해 과일의 달콤함과 향신료의 은은한 풍미를 살렸다. 한국 특화 메뉴인 ‘다이너마이트 피즈(Dynamite Fizz)’는 오미자에 라임과 꿀, 진저비어를 더해 새콤달콤하고 청량한 맛을 강조했다. ‘티 스피릿(Smells Like Tea Spirit)’은 석류와 카다멈 블랙티에 레몬과 시나몬을 더해 풍부한 과실감과 깊은 차 향을 구현했다.

 

업계에서는 논알콜 칵테일이 단순한 대체 음료를 넘어 호텔 바의 고객층을 넓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술을 마시지 않는 고객뿐 아니라 운전자, 건강과 컨디션을 중시하는 고객, 식사와 함께 가벼운 음료를 찾는 고객까지 호텔 바의 잠재 수요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텔들은 논알콜 메뉴에서도 기존 칵테일과 마찬가지로 맛과 향뿐 아니라 잔과 가니시, 색감, 제조 과정, 메뉴명 등에 공을 들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논알콜 칵테일이 ‘술을 뺀 칵테일’이라는 개념을 넘어 호텔 바에서 독립적인 메뉴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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