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 '1000억원 설'의 법정행…최태원 명예훼손 논란, 항소심으로 전개

검찰, 일부 무죄 판단에 불복…과장된 표현과 허위사실의 경계 재점화
유튜브발 사적 의혹, 어디까지 처벌 대상인가…"표현의 자유 시험대"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1-26 11:25:38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온라인 유언비어의 법적 한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제기된 이른바 ‘1000억원 지원설’을 퍼뜨린 유튜버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1심 판단에 검찰이 항소하면서 과장된 표현과 허위사실 적시의 경계가 항소심 법정에서 재차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재계 총수를 둘러싼 사적 의혹이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챗GPT가 이미지로 구현한 최태원 회장, 노소영 관장,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사진=챗GPT]

 

결국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관련한 이른바 '1000억원 지원설'을 둘러싼 명예훼손 사건이 항소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1심 법원이 박 모 유튜버의 주장 가운데 일부를 과장된 표현으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해당 판단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무죄 선고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확산된 사적 영역의 의혹 제기가 어디까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재계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23일 서울북부지검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박 모 씨(71)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 판결 중 최 회장과 관련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부분에 대해 항소했다. 

 

다만 최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아울러 서울북부지법 형사11단독 서영효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선고 공판에서 박 씨가 김 이사에 대해 게시한 일부 영상과 글은 명백한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며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저하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며 징역형을 선택하되 범행 이후의 정황과 동종 전과 여부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 회장과 관련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주장한 ‘1000억원 증여설’과 관련해 실제로 상당한 금액의 지원이 있었던 정황이 일부 확인되는 점을 언급해 ‘1000억원’이라는 표현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 지출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과장적 표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수치가 부풀려졌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 대상인 허위사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박씨는 2024년 6월부터 10월까지 약 4개월간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통해 ‘1000억원 증여설’을 비롯해 최 회장 자녀의 입사 방해 의혹, 가족과 관련된 각종 주장 등을 반복적으로 게시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이 사실관계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유포돼 당사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보고 지난해 7월 박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항소를 제기한 배경에는 1심 판단이 온라인상 허위 정보 유포에 대한 형사 책임의 문턱을 지나치게 낮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대기업 총수를 둘러싼 사적 의혹이 명확한 근거 없이 확산될 경우, 기업 경영과 시장 신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항소심 판단이 필요하다고 검찰은 본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표현의 자유와 명예 보호 사이의 경계를 다시 한 번 가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를 통한 주장이나 의혹 제기가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인지 아니면 사실을 가장한 유언비어에 해당하는지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상징적 표현’이나 ‘과장된 수사’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은 향후 유사 사건의 판단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박씨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인물로 스스로를 ‘팬클럽 회장’이라고 칭하며 방송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 관장과 같은 미래 관련 학회에 소속돼 활동한 이력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항소심에서는 ‘1000억원 증여설’이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과장된 표현의 범주를 넘어,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허위 주장에 해당하는지가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기업 총수 개인의 명예 문제를 넘어 온라인 공간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 사회가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