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경영권 흔들리자 정석학원 움직였나…한진칼 지분 확대 '의혹'
정석인하학원, 대한항공 주식 736억원어치 처분·한진칼 1022억원어치 매입 결정
한진칼 지분 1.90%→3.06%…호반그룹 지분 20.15%로 확대된 시점과 맞물려
경제개혁연대 "수익성 제고 근거 불충분…공익법인 통한 지배력 확대 의혹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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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범 기자
tladudqja@naver.com | 2026-08-21 16:18:04
[메가경제=심영범 기자]한진그룹 계열 공익학교법인인 정석인하학원이 보유하고 있던 대한항공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식을 추가 취득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지분 확보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석인하학원 측은 이번 주식 재조정의 목적을 법인 기본재산의 수익률 제고와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 개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한진칼 주식의 추가 취득이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석인하학원의 한진칼 지분 확대 결정이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과 같은 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당시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을 20.15%까지 끌어올렸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지분율과의 격차가 0.4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 대한항공 팔고 한진칼 매입…지분율 3.06%로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정석인하학원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한진칼 주식 추가 취득과 관련한 질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정석인하학원 이사회는 지난달 10일 법인이 보유한 대한항공 보통주 259만3934주와 우선주 6932주를 올해 말까지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처분 예정 금액은 총 736억1500만원이다.
동시에 한진칼 보통주 77만3673주를 1022억8000만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주식 처분 대금과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활용해 한진칼 주식을 추가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정석인하학원은 대한항공 주식 처분 목적에 대해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 개선 등을 위한 유가증권 재투자'라고 설명했다. 한진칼 주식 취득 목적 역시 '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 개선 등'이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가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정석인하학원의 한진칼 지분율은 기존 1.90%에서 3.06%로 1.17%포인트 상승한다.
표면적으로는 수익용기본재산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지만, 경제개혁연대는 투자 대상과 거래 시점 등을 종합하면 단순한 수익성 제고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보유 주식 92%가 한진그룹 계열사
경제개혁연대가 문제를 제기하는 핵심 배경에는 정석인하학원의 기존 주식 투자 구조가 있다.
정석인하학원은 올해 2월 기준 10개 법인의 주식을 약 3000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장부가액 기준으로 이 가운데 약 92%가 한진그룹 계열회사 주식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한진칼 지분 1.89%에 해당하는 약 1983억3700만원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항공 주식은 0.70%, 약 730억6100만원 규모다. 이 밖에도 ㈜한진 3.17%, 약 100억7200만원, 한국공항 0.01%, 약 1700만원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정석인하학원의 주식 투자 대부분이 한진그룹 계열사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 비중을 낮추고 한진칼 비중을 추가로 높이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특히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위치한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미 한진칼 주식이 정석인하학원 보유 주식가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추가 투자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특정 계열사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나 그룹 지배구조상 중요성만을 이유로 투자 비중을 확대했다면 공익법인의 기본재산 운용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배당수익도 대한항공이 한진칼보다 높아
수익성 측면에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정석인하학원은 2025년 대한항공으로부터 19억5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진칼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4억5700만원에 그쳤다.
특히 정석인하학원이 한진칼에 대한 투자금액을 대한항공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당수익만 놓고 봤을 때 한진칼 비중 확대가 반드시 유리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공익법인의 기본재산은 법인의 설립 목적을 수행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운용돼야 한다. 이 때문에 특정 기업이나 계열사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일 경우 수익성과 안정성, 위험 분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정석인하학원이 한진칼 주식 추가 취득을 결정하기에 앞서 다른 투자 대안들을 충분히 검토했는지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진칼보다 높은 배당수익이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나 다른 기업 주식 등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왜 이를 선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결정 당일 호반그룹도 한진칼 지분 확대
이번 논란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거래 결정 시점이다.
정석인하학원 이사회가 대한항공 주식 처분과 한진칼 주식 추가 취득을 결의한 지난달 10일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1.69%를 추가 취득했다고 대량보유보고를 통해 공시했다.
이에 따라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율은 20.15%까지 상승했다.
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율은 20.57% 수준이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불과 0.42%포인트다.
한진칼 지분을 둘러싼 양측의 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진 상황에서 정석인하학원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사실상 조 회장 측의 우호지분을 늘리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석인하학원의 계획대로 한진칼 지분율이 3.06%까지 올라가면 조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평가될 경우 한진칼 내 지배력 경쟁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특히 한진칼은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핵심 지주회사인 만큼 지분 1%포인트의 변화도 경영권 경쟁 국면에서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조원태, 개인 자금 통한 추가 매입 부담…공익법인 활용 의혹
시장에서는 조 회장 개인의 추가 지분 매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이번 논란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조 회장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분과 관련한 상속세 부담 등을 안고 있다. 여기에 주식담보대출 등 기존 재무 부담까지 고려하면 개인 자금을 투입해 한진칼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경우 조 회장 측이 활용할 수 있는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경영권 방어의 핵심 과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석인하학원은 한진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공익학교법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지배구조와 이사회 구성 등을 고려할 때 이번 한진칼 지분 확대가 한진그룹으로부터 독립적인 투자 판단에 따른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석인하학원 이사회에는 조원태 회장을 비롯해 한진그룹 전·현직 경영진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같은 이사회 구성이 법인의 주요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공익법인의 독립성과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 공익법인 '총수 지배력 확대 수단' 논란 재점화
이번 논란은 개별 법인의 주식 매매를 넘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역할과 규제 문제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세제상 혜택을 받으면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활용될 수 있다는 문제는 그동안 재계와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행 제도는 공익법인이 취득하거나 보유하는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의결권 행사 외에도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방어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특히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지주회사로 집중될 경우 투자와 지배력 강화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익법인의 기본재산 처분 절차도 쟁점이다. 공익법인이 기본재산을 처분하려면 관련 법령에 따라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이번 대한항공 주식 처분과 관련해 적법한 절차가 진행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이미 한진칼 주식이 정석인하학원 보유 주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다시 한진칼 지분을 확대하는 것이 과연 수익률 제고를 위한 합리적인 투자 결정인지 의문”이라며 “공익법인의 재산이 특정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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