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빅마켓 공략기①] 비비고는 시작일뿐...K푸드 전세계 확장 노리는 제일제당
해외 식품 매출 5.9조…전체의 51% 넘어 ‘글로벌 사업’으로 체질 전환
美 6만개 매장에 비비고…떡볶이·김치·치킨으로 현지 식탁 공략
수폴스 신공장·헝가리 공장 이어 ‘jari’까지…K푸드 외연 확장
심영범 기자
tladudqja@naver.com | 2026-08-11 11:21:44
[메가경제=심영범 기자]CJ그룹이 식품과 뷰티, 콘텐츠를 아우르는 ‘K컬처’ 사업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비비고와 뚜레쥬르를 통한 K푸드, CJ올리브영을 중심으로 한 K뷰티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한국 문화와 소비 경험을 함께 판매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북미 시장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 현지 생산·유통망 확대와 오프라인 매장, 콘텐츠 행사 등을 연계하며 글로벌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K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관심을 K푸드와 K뷰티 소비로 확장하는 ‘K컬처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는 CJ의 글로벌 사업 전략과 성과를 짚어본다.-편집자주-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사업이 본격적인 외형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비비고 만두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 안착한 뒤 현지 생산과 유통망을 확대하고, 김치·치킨·냉동밥·떡볶이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해외 사업의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해외 매출이 전체 식품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현지화 전략을 유럽 등 주요 시장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사업은 단순한 수출 확대와는 성격이 다르다.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해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대형 유통망을 장악한 뒤 현지 소비자들의 식생활에 맞춰 제품군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만두라는 단일 히트상품을 중심으로 형성된 미국 내 소비자 접점을 김치와 떡볶이, 치킨, 냉동김밥 등으로 확장하면서 K푸드 자체를 하나의 식문화 카테고리로 키우는 전략이다.
◇ 해외 식품 매출 5.9조…전체 51% 넘어
11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식품사업 매출은 11조5221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해외 식품 매출은 5조924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체 식품사업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1.4%에 달했다. 연간 기준으로 해외 식품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CJ제일제당의 사업 구조가 글로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해외 식품 매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왔다. 2019년 3조1540억원이었던 해외 식품 매출은 2020년 4조1297억원, 2021년 4조3638억원, 2022년 5조1811억원으로 확대됐다. 이후에도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5조9247억원까지 증가했다.
전체 식품사업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약 39%에서 51% 수준으로 높아졌다. 해외 시장이 국내 사업의 보완재가 아니라 전체 식품사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해외 식품 매출은 1조55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해외 매출 비중도 51.2% 수준을 기록하며 절반을 웃돌았다.
◇ 글로벌 성장의 중심은 미국…해외 매출 83% 미주에서 발생
지역별로 보면 미국을 포함한 미주 시장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지난해 미주 식품 매출은 4조9136억원으로 해외 식품 매출 5조9247억원의 82.9%를 차지했다. 사실상 CJ제일제당 해외 식품사업의 대부분을 미주 시장이 담당하고 있는 구조다.
올해 1분기에도 미주 매출은 1조29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전체 해외 사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시장이 핵심 성장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K푸드 시장 자체의 성장성과도 맞물린다. 과거 미국 내 한국 식품 소비는 교민사회를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현지 주류 소비층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만두와 김치뿐 아니라 떡볶이, 치킨, 냉동밥 등 다양한 K푸드 제품으로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 식품을 특별한 외국 음식으로 소비하는 단계를 넘어 미국 소비자의 일상적인 식사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CJ제일제당은 이 같은 시장 변화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미국 현지화에 투자했다. 이것이 현재 미국 사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 슈완스 인수로 ‘수출기업’에서 ‘현지 생산기업’으로
CJ제일제당은 미국 K푸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인 2018년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미국 현지 생산시설과 유통망을 확보하면서 수출 중심이었던 기존 해외 사업 구조를 현지 생산·판매 중심으로 전환했다.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은 물류비와 환율, 공급망 등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현지 생산체계를 구축하면 미국 소비자 수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대형 유통업체와의 거래에서도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 인수를 통해 이 같은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슈완스 생산시설 등을 포함해 총 20개의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만두와 볶음밥, 치킨, 김치, K소스 등 비비고 제품뿐 아니라 피자와 디저트 등 현지 소비자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유통망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초기에는 코스트코 등 일부 대형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비비고 제품을 선보였지만 현재는 월마트와 타깃 등 미국 전역의 주요 유통망으로 판매처를 넓혔다. 현재 비비고 제품은 미국 내 약 6만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 비비고 만두, 미국 냉동만두 시장 41%…‘플랫폼 제품’으로 진화
미국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제품은 단연 비비고 만두다.
비비고 만두는 미국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 식자재 채널 등 주요 유통망에 안착하면서 미국 B2C 냉동만두 시장에서 약 41%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만두의 성공이 단일 제품의 판매량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만두를 통해 확보한 소비자와 유통망을 다른 K푸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대형 유통망에 이미 입점해 있는 비비고 브랜드를 활용하면 신규 제품 출시 때마다 별도의 유통망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즉 만두가 하나의 ‘히트상품’을 넘어 다른 K푸드 제품을 미국 시장에 진입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CJ제일제당의 미국 사업 전략은 ‘만두 판매 확대’에서 ‘비비고 포트폴리오 확대’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 만두 다음은 김치·떡볶이·치킨…K푸드 소비 영역 확대
대표적인 제품은 김치다.
비비고 김치는 현재 50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현지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현지 제조업체 인수를 통해 비건 김치와 총각김치 등 제품군을 확대했고, 월마트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 비비고 김치 판매를 확대했다. 현재 월마트 입점 점포는 1000곳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떡볶이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미국 코스트코에 상온 떡볶이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미국 대형 유통채널 크로거에서 비비고 냉동 떡볶이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 북미 메인스트림 시장에 냉동 형태의 떡볶이를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냉동 떡볶이는 상온 제품보다 떡의 식감을 살릴 수 있고 별도의 세척이나 물 조절 없이 프라이팬에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한국식 집떡볶이의 맛을 구현한 소스를 적용해 정통 K푸드에 대한 현지 소비자의 수요도 겨냥했다.
떡류에 대한 미국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미국 떡류 평균 수출액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23% 성장했다. CJ제일제당의 미국 떡볶이 수출액 역시 2024년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현재 미국·일본·호주 등 49개국에 비비고 떡볶이를 수출하고 있으며 향후 글로벌 유통채널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 ‘제품 판매’ 넘어 ‘K푸드 경험’까지…스포츠·미식 접점 활용
CJ제일제당의 미국 사업이 한 단계 더 진화한 부분은 현지 소비자에게 K푸드를 직접 경험하게 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PGA투어 정규대회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비비고를 앞세운 K푸드 체험 공간을 운영했다.
CJ그룹 통합 체험관 ‘하우스 오브 CJ’와 경기장 내 비비고 컨세션 등을 통해 김치와 만두, 치킨 등을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다.
특히 국내외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김치 삼겹살 타코, 소바바 치킨 라이스, 고추장 소스 만두 등 한국 식재료와 미국 현지 음식 문화를 결합한 메뉴를 선보이며 한국 음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이는 K푸드를 단순히 ‘한국에서 온 식품’으로 판매하는 것과는 다른 전략이다. 현지 소비자가 한국 음식을 직접 경험하고 이를 자신의 식문화와 연결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CJ제일제당이 글로벌 스포츠와 미식 콘텐츠를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품 자체의 광고보다 한국 음식에 대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소비 기반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 미국 생산능력 확대…수폴스 신공장으로 공급망 강화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확대되면서 생산시설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대규모 아시안 푸드 제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부지 면적은 약 57만5000㎡로 축구장 약 80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공장에는 만두와 에그롤 생산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비비고 만두의 공급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에서 수요가 높은 에그롤 생산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물류센터도 함께 구축해 생산과 물류를 연계한다. 미국 전역의 대형 유통망에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K푸드 수요가 단기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인 성장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CJ제일제당의 판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미국 성공 모델 유럽으로…헝가리 생산기지 구축
미국에서 성과를 낸 현지화 전략은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약 10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부지 면적은 11만5000㎡ 규모로 비비고 만두와 치킨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유럽 시장 역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만두와 냉동밥 등을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현지 생산기지가 가동되면 유럽 내 공급 안정성이 높아지고 현지 소비자의 수요에 맞춘 제품 개발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미국에서 ‘현지 생산→대형 유통망 확대→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이어지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 뒤 이를 유럽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 K푸드에서 K-증류주까지…‘한국 식문화’ 사업으로 확장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전략은 식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증류주 브랜드 ‘jari(자리)’를 선보이며 K-증류주 시장에 진출했다.
‘jari’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술과 음식을 나누는 한국의 ‘자리’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단순히 전통주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술과 음식, 문화적 정서를 함께 글로벌 시장에 전달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첫 제품으로는 전통주인 문배술과 가무치 소주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레스토랑과 파인다이닝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향후 미국 뉴욕 등 글로벌 주류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전략은 CJ제일제당이 K푸드의 범위를 음식 자체에서 한국 식문화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비고를 통해 한국 음식의 대중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jari’를 통해 한국 전통주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K-푸드와 K-주류를 하나의 글로벌 미식 경험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 글로벌 조직도 재편…‘식품기업’ 넘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조직도 재편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식품사업을 라이프스타일식품부문으로 재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식문화를 확산하는 역할을 강화했다. 글로벌 식품사업의 범위를 단순한 제품 생산과 판매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글로벌 식품·뉴트리션 분야에서 약 30년간 연구개발과 사업 혁신 경험을 쌓은 그레고리 옙 대표를 라이프스타일식품사업부문 수장으로 선임한 것도 해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역시 사업 체질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 ‘K푸드 열풍’ 수혜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화…수익성 개선 여부 주목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사업을 단순히 한류 열풍의 수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K팝과 K드라마를 계기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실제 매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능력과 유통망, 브랜드 인지도, 제품 경쟁력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 인수를 통해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한 뒤 월마트와 타깃, 크로거 등 주류 유통망으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이후 만두에서 김치와 떡볶이, 치킨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면서 현지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향후 관건은 외형 성장과 함께 수익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해외 생산시설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원재료·물류비, 환율 등의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매출 성장세가 실제 이익 개선으로 얼마나 연결될지가 중요하다.
다만 해외 매출 비중이 이미 50%를 넘어섰고 미국 시장에서 브랜드와 유통망이 상당 부분 구축됐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K푸드 열풍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미국 현지 생산과 유통망에 투자하면서 시장을 선점했다”며 “비비고 만두가 미국에서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한 이후 다른 제품을 같은 유통망에 얹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글로벌 사업의 확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미국에서의 성공 모델을 유럽 등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산시키느냐와 함께 현지 생산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글로벌 사업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은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 및 유통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유럽 등 주요 시장의 현지화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비비고 만두를 시작으로 확보한 글로벌 소비자 기반을 김치와 떡볶이, 치킨, 냉동밥 등으로 확대하고 K-증류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한국 식품을 파는 기업’에서 ‘한국 식문화를 글로벌 일상에 정착시키는 기업’으로 사업 모델을 진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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