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피처] 전쟁도 못 막았다…최윤범의 고려아연, '105분기 흑자' 넘어 글로벌 핵심광물 제국 꿈꾼다
애틀랜틱카운슬 "한·미 공급망 협력 핵심 파트너" 재조명
은·동·안티모니까지 성장축 다변화…'트로이카 드라이브' 앞세워 영업이익 2조 시대
미국 통합 제련소 프로젝트 속도…美도 주목한 정·제련 경쟁력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7-01 11:10:17
핵심 광물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 안정적으로 정·제련해 공급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좌우한다. 메가경제는 사상 최대 실적을 넘어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전략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고려아연의 경쟁력과 최윤범 회장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이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역할과 성장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중동 전쟁과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산업의 화두는 '공급망(밸류체인)'으로 옮겨갔다. 과거에는 원자재 가격이 기업 실적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누가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정·제련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느냐가 국가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은 시장의 재평가를 받고 있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우며 105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간 것은 물론 안티모니, 인듐 등 핵심광물과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을 축으로 한 사업구조 전환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미국에서도 최 회장이 추진해온 고려아연의 정·제련 경쟁력을 전략 자산으로 주목하면서 단순한 제련회사를 넘어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금값만 오른 게 아니었다…포트폴리오 다변화·생산 효율이 '실적 신기록'
회사는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6조720억원, 영업이익 74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8.4%, 175.2%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12.3%로 1년 전보다 5.2%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히 '최대 실적'이 아니라 105분기 연속 영업흑자라는 꾸준한 수익성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대외 변수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된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번 호실적의 배경으로 귀금속 가격 상승뿐 아니라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생산 효율 개선을 꼽는다. 원료 확보부터 생산, 판매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시장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 실적 이끈 '은'…다음 성장축은 '동'
증권업계는 1분기 실적의 최대 공신으로 은(銀)을 지목했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취임 이후 추진한 생산 효율화와 기술 투자 전략이 귀금속 회수율 향상으로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의 1분기 은 판매량은 594톤으로 전 분기보다 16.2% 늘었다.
국제 가격 상승 효과만이 아니라 연구개발(R&D)을 통해 연 정광에서 은 회수율을 끌어올린 것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도 은 가격과 판매량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는 귀금속 가격 상승 효과가 일부 둔화되면서 전 분기 대비 감익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판단하지만 장기 성장 전망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오히려 향후에는 동(구리)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의 동 부문 영업이익이 2025년 840억원에서 올해 1500억원, 2027년에는 234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동 생산량이 계획대로 늘어날 경우 귀금속 가격 변동성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전쟁이 키운 핵심광물 몸값…최윤범의 '미래 베팅', 중국 견제 속 더 빛났다
최근 중동 전쟁과 미·중 전략 경쟁 심화는 고려아연에 또 다른 기회를 만들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이 미래 성장축으로 육성해 온 핵심광물 사업이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맞물리며 기업 가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 같은 핵심광물이 군수산업과 반도체, 방산,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로 떠오르면서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핵심광물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빠르게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iM증권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핵심광물 생산 역량을 확보한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외 지역에서 핵심광물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갖춘 기업이 새로운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광산보다 중요한 '정·제련'…최윤범의 기술투자, 美 배터리 안보 전략의 퍼즐 되나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이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배터리가 전기차를 넘어 드론과 로봇, 무인잠수정, 정보·감시·정찰(ISR) 체계 등 군사 분야까지 활용되는 대표적인 다분야 적용 용도 기술이라고 진단했다.
배터리 경쟁력은 광산 확보보다 핵심광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제련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은 미국이 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광산 개발뿐 아니라 정·제련 단계에서 한국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협력 사례로 고려아연과 포스코가 언급돼 미국 수출입은행(EXIM)과 국방부 연구개발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최 회장이 지속 투자해 온 고려아연의 정·제련 기술력이 단순한 산업 경쟁력을 넘어 미국 공급망 전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최 회장의 승부수, '트로이카 드라이브' 실적으로 증명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최 회장의 전략이 있다고 평가한다.
최 회장은 2022년 말 취임 이후 기존 제련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을 축으로 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본격 추진했다.
단순히 비철금속 생산기업에 머물지 않고 핵심광물과 배터리 소재, 친환경 에너지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 왔다.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생산 유연성을 높여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점이 최근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증권가 "영업이익 2조 시대 열린다"
증권업계는 올해 고려아연이 사상 처음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영업이익을 2조4539억원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보다 99.2% 증가한 규모다. 메리츠증권은 2조80억원, iM증권은 2조2890억원을 각각 제시했다. 연간 매출도 지난해 16조5879억원에서 올해 2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은 판매량과 가격, 핵심광물 사업의 가시화 여부가 실적과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라며 "2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 이상을 유지한다면 시장은 고려아연을 단순 제련회사가 아니라 핵심광물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주주환원 확대…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도 속도
최 회장은 실적 개선과 함께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열린 지난 6일 이사회에서는 창사 이후 처음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주당 5000원, 총 1020억원 규모다.
동시에 미국 정부 지원 아래 추진되는 통합 제련소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에도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내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고려아연은 이를 통해 단기적인 실적 개선을 넘어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전략적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도 최근 주주서한에서 "주주 여러분의 신뢰는 회사 성장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며 "기업가치 제고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고려아연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이었다면 앞으로는 핵심광물 공급망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이 기업가치를 결정할 것"이라며 "미·중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될수록 고려아연의 전략적 위상도 함께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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