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감] 모듈러 교실 4263억원 중복입찰 의혹…상위 4개사 점유율 78.8%
박범계, 최근 5년 전국 계약 764건 분석…관계회사 동반 입찰 266건 확인
구매단가 상위 10개교, 학교 신축 표준단가 2.4~3.7배…임차료 적정성도 도마
이상원 기자
sllep@megaeconomy.co.kr | 2026-10-08 10:41:10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학교 모듈러 교실 시장에서 임원이나 주소가 겹치는 관계회사들이 같은 입찰에 참여한 사업 규모가 최근 5년간 4263억원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위 4개 업체가 전체 계약액의 약 80%를 차지하는 가운데 일부 학교의 구매단가가 학교 건물 신축 표준단가의 3배를 웃돌면서 입찰 경쟁과 가격 산정의 적정성이 국정감사 쟁점으로 떠올랐다.
8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전국 모듈러 교실 설치 실적과 공급업체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대조한 결과, 관계회사 간 중복입찰 사례가 266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입찰의 사업금액은 4263억원이며, 이 가운데 이들 업체가 낙찰받은 계약은 139건, 2032억원으로 집계됐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모듈러 교실 계약은 764건, 총 1조2427억원이다. 참여 업체는 23곳이지만 상위 4개사의 계약액이 9793억원으로 전체의 78.8%를 차지했다. 계약 건수로도 전체 764건 중 607건이 이들 업체에 집중됐다.
모듈러 교실은 공장에서 제작한 건물 모듈을 학교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설치하는 방식의 교실이다. 학교 증·개축 공사 기간에 임시 학습공간을 마련하거나 과밀학급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되며, 필요에 따라 구매하거나 임차할 수 있다.
박 의원은 주요 업체와 관계회사 사이에 임원과 사업장 주소가 중복되는 점에 주목했다. 업계 5위 B사는 1위 A사와 같은 주소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동일 인물이 2019년 4월부터 두 회사의 지배인으로 등기돼 있었다.
A사의 대표이사와 이사를 지낸 인물 2명은 2015년부터 올해 4월까지 B사 사내이사를 겸했다. 두 회사의 합산 계약 실적은 3481억원으로 전체의 28.01%다.
업계 3위 C사와 관계회사들에서도 임원 중복 등기 정황이 확인됐다. C사는 2020년과 2022년 회사 분할과 이후 흡수합병을 거쳤으며, 별도로 설립된 관계회사 한 곳은 두 차례 상호를 변경했다. 관련 회사들의 등기부에는 한 사람이 3개사 감사를 동시에 맡거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가 2개사에 중복 등기된 기간이 있었다는 게 의원실 설명이다.
C사 계열의 합산 실적은 약 2500억원으로 전체의 20.12%다. A·B사와 C사 계열을 합친 계약액은 5981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약 48%를 차지했다.
관계회사들의 동반 입찰은 실제 낙찰로도 이어졌다. A사와 B사는 51건의 입찰에 함께 참여해 이 가운데 45건을 낙찰받았다. 건수 기준 낙찰 비율은 약 88%다. C사와 관계회사들은 215건에 함께 참여해 94건을 낙찰받았다.
박 의원은 이런 중복 참여가 카탈로그 계약뿐 아니라 일반 총액입찰과 2단계 입찰에서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9월 14일 전국 13개 지역 33개 초·중·고등학교의 모듈러 교실 카탈로그 계약을 조사해 가족·친족으로 구성된 업체들의 입찰담합 혐의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권익위가 제시한 최근 4년간 관련 계약 규모는 99건, 약 1300억원으로, 조사 대상 전체 발주물량 324건의 약 31%였다. 특정 업체에 유리한 평가항목과 실내공기질 측정 부실 등도 확인해 관계기관 이첩과 제도 개선 권고 방침을 밝혔다.
이번 의원실 분석은 최근 5년간 전국 설치 실적을 대상으로 계약 방식 전반의 관계회사 중복 참여를 살폈다는 점에서 권익위 조사와 범위가 다르다. 중복입찰 사업금액 전체를 담합이 확인된 금액이나 부당이득으로 볼 수는 없으며, 실제 담합 여부와 피해 규모는 관계기관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구매·임차 가격의 적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모듈러 교실 구매 126개교의 평균 가격은 ㎡당 239만원이었다. 구매단가 상위 10개교는 ㎡당 443만~676만원으로, 의원실이 비교 기준으로 제시한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신축단가표상 철근콘크리트 학교 건물 표준단가인 ㎡당 183만원의 2.4~3.7배 수준이었다.
임차 639개교의 평균 임차료는 ㎡당 95만원으로 집계됐다. 임차료가 가장 높은 학교는 평균 임차료의 5.7배이자 평균 구매가격의 2.3배에 달했다. 임차료 상위 10개교는 모두 평균 구매가격보다 높은 임차료를 부담했으며, 임차 발주 과정에서 매입가격과 임차료를 비교한 견적이 없는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고 의원실은 설명했다.
박 의원은 경쟁이 제한된 시장 구조가 높은 가격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학교별 설치 조건과 계약에 포함된 비용, 임차 기간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어 개별 계약의 적정성을 판단하려면 세부 조건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 의원은 “이번에 확인된 사례는 같은 이름이 여러 회사 등기부에 그대로 올라 있어 드러난 경우”라며 “차명이나 가족 명의를 이용했다면 등기부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 만큼,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