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숨기다 또 걸리면 검찰행…공정위 칼날에 재무·IR팀도 비상

중대한 지정자료 누락, “몰랐다” 해명만으로 고발 피하기 어려워져
3년 내 동일 위반 원칙 고발…총수·친족 보유회사 전수점검 불가피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8-06 10:40:18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대기업집단이 계열회사 현황을 허위로 제출하거나 일부 회사를 누락했을 때 적용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기준이 한층 엄격해진다. 위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누락 규모가 크거나 장기간 지속되는 등 행위가 중대하면 원칙적으로 고발할 수 있도록 기준을 넓힌다.


특히 최근 3년 안에 동일한 자료제출 의무 위반을 반복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총수와 가까운 친족이 보유한 회사까지 판단 기준에 명시하면서 기업 재무·IR팀을 비롯한 공시 담당 조직의 계열사 현황 점검도 한층 분주해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 개정안을 오는 26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6일 밝혔다. 이번 개정은 중대한 계열회사 누락에 대한 고발 기준을 강화하고 최근 3년 내 동일 위반을 반복한 경우 원칙적으로 고발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 공정위 칼날에 재무·IR팀도 비상. [사진=AI]
◆ 중대하면 ‘몰랐다’ 해도 고발 대상


현행 지침은 자료를 제출한 사람이 위반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뜻하는 ‘인식가능성’과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함께 따져 고발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인식가능성이 현저하거나, 인식가능성과 중대성이 모두 상당한 경우 등에만 고발이 이뤄지면서 누락 규모가 크더라도 당사자가 위반 사실을 인식했다는 점이 명확하지 않으면 고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공정위는 위반행위의 중대성이 현저한 경우를 원칙 고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중대성이 상당하면서 인식가능성도 상당한 경우 역시 원칙적으로 고발한다.

개정안의 전후 비교표를 보면 중대성이 ‘현저’하지만 인식가능성이 ‘경미’한 경우 기존에는 경고 또는 수사기관 통보 대상이었으나 앞으로는 고발 또는 경고 대상으로 강화된다. 인식가능성과 중대성이 모두 ‘상당’한 경우도 원칙 고발 대상으로 바뀐다.

다만 중대성이 현저하더라도 행위자가 의무 위반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되면 고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 3년 내 같은 위반 반복하면 ‘원칙 고발’

상습적인 자료 누락에 대한 별도 고발 기준도 신설된다. 현행 지침은 반복적인 법 위반 사실을 인식가능성을 판단하는 요소로만 활용하고 반복 위반자 자체에 대한 별도 고발 기준은 두지 않았다.

개정안은 최근 3년 동안 공정위로부터 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은 사람이 다시 동일한 위반행위를 저지르면 원칙적으로 고발하도록 명시했다. 신고 사건은 신고 접수일, 직권인지 사건은 자료제출 요청일이나 현장조사일 등 가장 빠른 날을 기준으로 최근 3년을 산정한다.

이에 따라 과거 계열사 누락으로 경고를 받은 뒤 비슷한 위반을 되풀이할 경우 반복 사실 자체가 직접적인 고발 근거로 작용하게 된다.

◆ 총수·가까운 친족 보유회사 누락 기준 명문화

공정위는 총수와 친족이 보유한 회사를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경우의 판단 기준도 구체화했다.

동일인이 직접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지정자료에서 빠뜨리거나 허위로 기재한 경우는 위반 인식가능성이 ‘현저한’ 사례로 본다. 지정자료 제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본인 소유 회사를 누락했거나, 누락한 회사를 내부적으로 미편입 계열회사로 인식해 관리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가까운 친족이 상당한 지분을 가진 회사를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한 경우는 인식가능성이 ‘상당한’ 사례로 규정했다. 친족·거래·출자 관계뿐 아니라 과거 지정자료 제출 경험도 인식가능성을 판단하는 요소로 반영한다.

◆ 재무·IR팀도 비상…‘숨은 계열사’ 전수점검 나설 듯

고발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업 내부의 대응도 한층 분주해질 전망이다. 지정자료에는 계열회사뿐 아니라 친족과 임원, 주주 현황 등이 폭넓게 포함되는 만큼 공시를 담당하는 재무·IR 조직만의 점검으로는 누락 위험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주사 경영관리 조직과 법무·준법지원 부서, 각 계열사 재무팀이 보유한 정보를 교차 검증하고 계열 편입 가능성이 있는 법인의 지분·거래 관계를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수 본인이나 가까운 친족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회사, 내부적으로 미편입 계열사로 분류해 관리해 온 회사가 집중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가 지정자료 제출 경험과 친족·거래·출자 관계까지 인식가능성 판단 요소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단순히 “누락 사실을 몰랐다”는 해명만으로 책임을 피하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 재무·IR팀은 신규 법인 설립과 인수·합병, 지분 변동, 친족 보유회사 현황 등을 상시 관리하고 공정위 제출자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감사보고서 사이의 불일치를 사전에 확인하는 내부 통제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회사 누락이 단순한 실무 착오를 넘어 동일인에 대한 형사 고발과 그룹 차원의 오너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시 전 단계부터 법무·준법 조직이 참여하는 다중 검증 체계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개정안은 기업집단 지정 여부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았더라도 계열회사 누락 규모가 크고 누락 기간이 길면 중대성이 현저한 것으로 판단한다. 반대로 누락 규모가 미미하고 단기간에 그친 경우에는 중대성이 경미한 사례로 분류한다.

기업들로서는 계열회사 편입 여부를 사후적으로 정리하기보다 지분과 지배관계가 발생하는 단계부터 신고·공시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공정위는 지정자료가 대기업집단 정책의 근간이 되는 정보인 만큼 고발 기준 강화가 총수일가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와 사익 추구 행위를 조기에 차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에 접수된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의 의견을 검토한 뒤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계획이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