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등 방산업체 갈등에 저당 잡힌 국가 안보 논란
KDDX 사업, 난항 속 표류...자칫 해군 전력 약화
한화오션 "정부 결정할 문제", 방사청 "협의중”
이동훈
ldh@megaeconomy.co.kr | 2024-10-08 11:14:41
[메가경제=이동훈 기자]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전력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한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사업이 지연되면서 국방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8일 국방부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당초 7월로 예정했던 KDDX 초도함 발주를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KDDX사업은 대한민국 해군과 방사청이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 실전 배치를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통합마스트로 안테나 등 각종 시스템을 하나의 마스트에 넣어 레이더반사면적(RCS)을 비약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통상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이 맡았다. 기본설계는 2020년 5월 HD현대중공업이 수주를 받았다.
문제는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 입찰을 앞두고 KDDX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는 게 업계로부터 나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치열한 경쟁이 사업 지연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두 대형 조선사는 KDDX 사업 수주를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한화오션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HD현대중공업 임원 등을 고발하고,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져가고 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양사 공동 개발, 동시 발주, 동시 건조’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이 역시도 기술 공개를 거리는 방산업체 특성상 좌초 직전에 있다.
사정이 이렇자 국방부 내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DDX 사업이 지연될 경우 대한민국 해군의 전력 공백이 불가피해지며, 이는 곧 국방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KDDX와 같은 첨단 함정의 부재는 우리 해군의 대응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 소식통은 “동아시아는 바다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북한, 대만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할 소지가 높은 지역이다”며 “방산업체 간의 갈등으로 신형 군함 건조가 늦춰져 국방력이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KDDX 사업 추진하는 주체는 방위사업청이다”며 “우리가 사업 추진 방식 결정에 대한 이의를 재개했다고 해서 사업이 늦어지는 건 아니다”고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방사청도 사업 지연에 대해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방사청 관계자는 메가경제에 “방위사업청은 다양한 사업추진 방안을 검토 중이며 사업 추진방안에 대해 법적 가능성, 방산업체 지정 등과도 연계가 되어있기 때문에 관련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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