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에 협력사는 적자·폐업?"…삼성중공업 협력사 27곳, 공사대금 놓고 집단 반발

협력사 5곳 채무 138억원 주장…공사대금 산정 기준·실제 투입 인력 놓고 '공방'
삼성중공업 "정당한 계약 따라 대금 지급…공정위 조사 시 요구자료 성실히 제출"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10-27 10:54:08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내협력업체들이 공사대금 산정 기준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객관적 검증을 요구했다.

 

협력업체들은 실제 작업에 투입된 인력과 인건비가 공사대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경영난이 누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삼성중공업 협력업체들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중공업 하도급 거래 전반을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한 협력업체 대표가 기자회견 중 무릎을 꿇고 도움을 청하는 장면.[사진=정혜경 의원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적법한 계약에 따라 대금을 지급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회사는 공정위 조사가 진행될 경우 필요한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원청이 지급한 공사대금이 실제 작업량과 투입 비용을 적절하게 반영했는지 여부다. 

 

특히 협력업체들은 실제 공사에 투입된 인원과 작업시간을 기준으로 공사대금이 적정하게 책정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해 자료를 요구할 경우 성실히 제출하고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조선업 호황에 따른 원청의 실적 개선이 협력업체의 경영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사례로 꼽힌다. 공사대금 산정 과정에서 원·하청 간 비용이 적정하게 분담됐는지도 쟁점이다.

 

앞서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내협력업체 대표들은 지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도급 거래구조에 대한 공정위의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삼성중공업과 거래한 협력업체 27곳이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협력업체들은 삼성중공업이 올해 상반기 59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2% 성장한 반면 일부 협력업체들은 적자 누적과 임금체불, 폐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엠알엘엔지 ▲청운산업 ▲하온기업 ▲청룡기업 ▲우담기업 등 5개 협력업체가 공개한 채무는 총 138억원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직원 임금과 현장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금융권 대출과 개인 재산까지 투입했다고 호소했다.

 

구체적인 공사대금 산정 사례도 제시했다.

 

윤병희 엠알엘엔지 대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화물창 멤브레인(운반선 내부에 초저온 LNG 저장 특수 금속막) 공사를 사례로 들며 실제 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계약상 책정된 비용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에 따르면 가로 40m, 세로 46m, 높이 30m 규모의 화물창 관련 공사에 책정된 작업비는 약 2억3000만원이다. 작업자 23명이 한 달 안에 공사를 마치는 조건이었지만, 실제로는 최소 50명에 가까운 인력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작업 단가가 시간당 4만1297원으로 책정됐음에도 실제 작업에 필요한 인력을 고려하면 지급받은 공사대금만으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 협력사 17곳 임금 대지급금 84.8억원…“적법 계약에 따라 지급”


▲[사진=챗GPT4]

 

다른 협력업체들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2023년 협력업체를 설립한 청룡기업 곽치민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적자가 이어져 가족 명의로 자금을 마련했으며, 올해 4월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곽 대표는 이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약 15억원의 채무가 남았다고 호소했다.

 

33년간 조선소에서 일했다는 하온기업 구정오 대표 역시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난해 11월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은 노동자 임금체불 문제로도 이어졌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이 정혜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내협력업체 17곳에 지급된 대지급금은 약 84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대지급금은 사업주가 지급하지 못한 임금을 국가가 일정 범위에서 노동자에게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다만 해당 금액만으로 삼성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이나 임금체불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협력업체들은 채무 발생 원인을 일방적으로 삼성중공업에 돌리기보다 계약서와 공사대금 산정자료, 실제 작업 내역을 비교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관련 법령과 계약에 따라 공사대금을 정당하게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메가경제는 삼성중공업 측에 실제 작업에 투입된 인력과 작업시간, 인건비 등을 계산한 ‘원단위·공수(공사대금) 산정자료’ 공개를 통해 협력업체들이 주장하는 구조적인 적자 발생 원인과 대금 산정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을 의향이 있는지 질의했다.

 

이에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진행될 경우 필요한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사는 하도급법 등 관련 법령에 의거해 상호 합의된 기준과 정당한 계약 절차에 따라 공사 대금을 산정·지급했으며, 협력사와의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부 내용과 사실관계를 현재 면밀히 확인하고 있으며, 향후 정당한 절차를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갈등의 쟁점은 공사대금이 계약에 따라 지급됐는지를 넘어 실제 작업량과 비용을 합리적으로 반영했는지에 있다”며 “협력업체의 적자가 곧바로 원청의 불공정 거래를 의미하지는 않는 만큼 공사대금 산정 근거와 실제 투입 비용, 계약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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