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맥도날드 이어 참존…동원그룹, ‘M&A 흑역사’ 끊어낼까?
금천·동부익스프레스 등 인수로 사업 외연 확대…동원식 M&A 전략 재조명
HMM·한국맥도날드 인수 추진은 불발…참존으로 소비재 신사업 돌파구 모색
식품 중심 포트폴리오 다변화…제조·포장·물류 결합해 K뷰티 사업 확대
심영범 기자
tladudqja@naver.com | 2026-10-02 11:11:11
[메가경제=심영범 기자]동원그룹이 1세대 화장품 기업 참존 인수를 추진하면서 그동안 이어온 인수합병(M&A)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산업을 모태로 식품·포장재·물류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동원이 이번에는 K뷰티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선택하면서다.
동원그룹의 M&A는 외형을 키우는 방식보다는 기존 계열사와의 사업적 결합을 통해 인수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천과 동부익스프레스 등 주요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최근에는 HMM과 한국맥도날드 등 대형 거래에도 관심을 보이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 행보를 이어왔다.
참존 인수가 성사될 경우 2024년 김남정 회장 취임 이후 첫 외부 M&A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대형 거래를 중심으로 움직였던 동원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생기업을 인수해 새로운 사업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다시 꺼내든 셈이다.
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 식자재 유통 계열사 동원홈푸드는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참존의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 공개입찰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원매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법원 허가를 거쳐 동원홈푸드가 최종 인수자로 확정될 전망이다.
인수금액은 수백억원대로 알려졌다. 동원그룹은 관련 절차를 거쳐 연내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참존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참존은 1984년 설립된 1세대 화장품 기업이다. 청개구리 마스코트와 ‘콘트롤크림’ 등을 앞세워 성장했으며 1990년대 국내 화장품업계 매출 3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무리한 사업 확장과 면세점 사업 실패, 경영권 분쟁 등이 겹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2020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참존은 지난해 11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해 매출은 181억원, 영업손실은 53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35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재무적 상황만 놓고 보면 정상적인 성장기업과는 거리가 있지만 동원그룹이 주목한 것은 참존이 40년 이상 축적한 화장품 제조 및 연구개발 역량이다. 강원 원주 생산시설과 기초화장품 관련 제조 노하우, 과거 구축한 브랜드 인지도 등이 인수 이후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꼽힌다.
동원이 참존을 통해 노리는 것은 단순한 화장품 브랜드 인수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 참존 브랜드를 활용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과 함께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K뷰티의 해외 수요가 확대되면서 국내 화장품 ODM 산업 역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참존의 제조 기반을 활용해 새로운 B2B 사업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원그룹의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참존 인수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동원시스템즈는 화장품 패키징 분야에서 이미 사업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콜마와 화장품용 종이 튜브를 공동 개발했고, 수출용 마스크팩에 생분해 파우치를 적용한 사례도 있다.
동원로엑스의 물류 역량까지 더하면 화장품 생산부터 포장, 국내외 물류까지 그룹 내에서 연계하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동원이 식품과 포장재 사업을 통해 확보한 해외 네트워크를 화장품 사업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 금천·동부익스프레스…동원식 M&A의 핵심은 ‘사업 결합’
동원그룹의 M&A 역사를 보면 참존 인수는 기존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동원은 사업 기반과 기술력을 갖췄지만 자체적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거나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인수한 뒤 기존 계열사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사업 규모를 키워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천이다.
동원F&B는 2015년 약 450억원에 축산물 유통업체 금천을 인수했다. 당시 금천의 매출은 116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금천은 동원홈푸드에 합병됐고 축산물 도매 플랫폼인 금천미트로 사업을 확대했다.
금천미트는 2024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했다. 인수 당시 금천이 갖고 있던 축산물 유통 역량에 동원홈푸드의 식자재 유통 인프라를 결합하면서 사업 규모를 키운 사례로 평가된다.
2017년에는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서 물류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동원그룹은 이를 통해 기존 수산·식품 중심 사업에 물류를 결합했고 이후 동원로엑스를 중심으로 물류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동원의 M&A가 단순히 인수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 내 기존 사업과 결합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참존 역시 같은 방식의 사업 재편 가능성이 있다.
동원홈푸드가 인수 주체로 나서는 만큼 향후 동원그룹의 유통·구매·관리 역량을 참존에 접목할 수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패키징, 동원로엑스는 물류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계열사 간 역할을 나눌 수도 있다.
참존의 생산시설과 동원의 제조·관리 역량을 결합해 생산성을 높이고, 그룹의 물류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구조다.
◆ 대형 M&A도 꾸준히 노려…HMM·맥도날드와 다른 선택
동원그룹의 M&A 행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거래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원은 최근 수년간 기존 사업과 연관된 기업뿐 아니라 그룹의 사업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대형 거래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HMM이다. 동원산업은 3년 전 HMM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최종 인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후에도 HMM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HMM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데 이어 최근 해양수산부 출신 인사를 영입하면서 해운·물류 분야 인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해수부 기획재정담당관 출신 인사를 사업기획실장으로 영입했다. 앞서 올해 3월에는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한국맥도날드 인수도 동원이 검토했던 대표적인 대형 소비재 M&A다.
동원은 지난 2023년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추진했다. 한국맥도날드를 인수할 경우 동원홈푸드를 통한 소스·식자재 공급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기대다. 하지만 양측은 인수 조건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최근 협상을 중단했다.
당시 맥도날드 독점 사업권을 확보하는 대신 미국 본사에 순매출액의 약 5%를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고 신규 점포마다 4만5000달러의 기술료를 부담해야 하는 조건 등이 협상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HMM과 한국맥도날드라는 대형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가운데 참존 인수는 동원이 다시 한번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사업을 확보하는 거래가 될 수 있다.
◆ 식품 의존도 낮추고 신사업 확대…김남정 체제 첫 M&A
참존 인수는 동원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동원그룹은 지난해 9조58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식품 가공·유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8%에 달한다.
식품사업이 그룹의 핵심 수익원인 만큼 동원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성장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2차전지 관련 소재와 에너지 패키징, 화학소재, 무인자동화 항만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화장품이 추가될 경우 동원그룹은 제조업과 물류업뿐 아니라 소비자 접점이 강한 B2C 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
특히 화장품은 식품과 달리 해외시장 성장성이 높다는 점에서 동원이 기존 글로벌 사업 역량을 활용할 여지가 크다.
다만 참존 인수 이후 정상화 과정이 순탄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참존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만큼 인수 이후 추가적인 재무 투자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제품 리뉴얼과 신규 제품 개발, 브랜드 재정비, 국내 유통망 확대, 해외 마케팅 등에도 상당한 비용이 투입될 수 있다.
동원그룹 입장에서는 과거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참존을 확보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는 과정은 별도의 과제다.
동원은 과거 금천 인수를 통해 기존 계열사와 인수기업의 사업을 결합하면서 외형을 키운 경험이 있다.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통해서는 물류라는 새로운 사업축을 확보했다.
이번 참존 인수에서도 같은 전략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참존의 화장품 R&D와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동원시스템즈의 패키징 기술, 동원로엑스의 물류 인프라, 그룹의 해외 네트워크 등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HMM과 한국맥도날드 등 대형 M&A 추진 과정에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존 인수가 동원그룹 M&A 전략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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