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햇반, 30년 만에 글로벌 승부수…2028년 매출 1조5000억원 노린다
국내 잡곡밥·단백질 제품 강화…‘건강한 탄수화물’로 사업 영역 확장
267건 특허 앞세워 기술 경쟁력 강화…국산 쌀 수매 6만5000톤으로 농가 상생
미국서 최근 5년 해외 매출 연평균 30% 성장…‘한국식 찰진 밥’으로 K푸드 영토 확대
심영범 기자
tladudqja@naver.com | 2026-10-25 10:31:23
[메가경제=심영범 기자]CJ제일제당의 즉석밥 브랜드 햇반이 출시 30주년을 맞아 국내 시장 지배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동시에 추진한다. 잡곡밥과 단백질 등 건강 중심 제품군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에서는 한국식 밥문화를 앞세워 즉석밥 시장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2028년까지 국내외 연매출을 소비자가 환산 기준 1조5000억원대로 끌어올려 초대형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1일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열린 ‘햇반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1996년 국내 최초 무균포장밥으로 출발한 햇반은 비상식에서 일상식으로 소비 영역을 넓힌 데 이어 건강관리와 글로벌 식문화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햇반은 2023년 국내외 합산 매출 1조원을 처음 돌파한 뒤 지난해 약 1조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996년 출시 이후 올해 말까지 30년간 누적 매출은 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축적된 연구개발 역량과 브랜드 경쟁력을 기반으로 국내 성장세를 이어가고 해외 매출 비중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잡곡밥 넘어 단백질까지…‘건강한 탄수화물’ 시장 공략
햇반의 국내 사업 전략은 건강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기존에는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성이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소비자의 건강관리 목적과 식습관에 맞춘 제품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잡곡밥이 대표적인 성장 축이다. 햇반 잡곡밥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국내 햇반 즉석밥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2019년 비중이 10%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5년여 만에 핵심 제품군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소식과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용량 제품도 확대하고 있다. 햇반 미니밥 3종을 선보인 데 이어 오는 12월에는 ‘햇반 단백질 잡곡밥’을 출시할 예정이다. 100% 식물성 단백쌀을 적용해 계란 흰자 3개 이상에 해당하는 단백질 함량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CJ제일제당은 단순히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단백질과 식이섬유 등 영양소를 고려해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군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최신 식문화와 계절별 수요를 반영한 제품도 확대해 소비자 접점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은 햇반의 브랜드 정체성을 편의식에서 건강관리 식품으로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건강을 고려한 식단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기존 즉석밥의 편의성을 유지하면서 영양 측면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267건 특허로 쌓은 기술력…국산 쌀 수매 확대하며 상생 강화
햇반이 30년간 즉석밥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온 배경으로는 쌀 원료 선정부터 도정, 살균, 포장에 이르는 전 과정의 기술력이 꼽힌다. CJ제일제당은 1996년 무균화 포장밥 제조 기술을 상용화한 이후 도정 기술과 산소 침투를 차단하는 패키징 기술 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다양한 곡물과 원물을 활용할 수 있는 진공가압살균 기술과 용기·공정 기술도 고도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햇반 브랜드는 해외 출원을 포함해 총 267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축적은 백미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잡곡밥과 솥반, 글로벌 시장용 찰진 백미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는 토대가 됐다.
연구개발 방향도 영양 설계로 진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곡물 배합을 넘어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을 높이고 탄수화물과 칼로리를 조절하는 기술을 강화할 계획이다. 성형쌀 기술을 고도화해 영양 설계의 선택지를 넓히는 방안도 추진한다.
오예진 CJ제일제당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맛있는 밥을 만드는 데에서 나아가 소비자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더 좋은 탄수화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쌀 산업과의 상생도 주요 과제다. 쌀 소비 감소세에도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를 이어가며 국산 쌀 수매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국산 쌀 수매량은 약 6만5000톤으로 10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30여 년간 햇반 생산에 사용된 쌀은 20㎏ 기준 약 4300만 포대에 달한다.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제품도 유지하고 있다. 선천성 대사이상 환우를 위한 ‘햇반 저단백밥’은 2009년부터 생산을 이어온 제품이다. 기후변화에 강한 가공용 벼 품종 ‘동행’을 자체 개발해 안정적인 원료 수급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햇반 용기 수거와 업사이클링 생태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브랜드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이색 제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말차·들기름 햇반과 아이스크림 등 기존 즉석밥의 범주를 벗어난 제품을 통해 브랜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소비자 관심을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 미국서 해외 매출 확대…‘한국식 찰진 밥’으로 K푸드 시장 공략
해외 사업에서는 한국식 밥문화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 CJ제일제당은 미국과 캐나다, 호주, 멕시코 등 전 세계 60여 개국에 햇반을 판매하고 있다. 2017년 비비고 브랜드를 통해 미국 가공밥 시장에 본격 진출한 이후 해외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5개년 해외 매출은 연평균 약 30%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8%에서 지난해 15%로 확대됐다. 국내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햇반이 해외에서도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의미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소비자의 식습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쌀을 단순한 아시아 음식의 재료가 아니라 육류와 채소 등 다양한 식재료에 곁들이는 건강한 탄수화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판단이다.
회사 측 현지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4.6%가 건강한 선택지라는 이유로 쌀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쌀을 먹는 미국 소비자 비중은 2023년 37%에서 지난해 45%로 상승했다. 상온 즉석밥과 냉동밥, 김밥 등 미국 내 상품밥 시장이 확대되는 점도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소비자에게 익숙한 밥의 식감을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밥알이 잘 떨어지는 형태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한국 특유의 찰진 식감을 앞세운 ‘비비고 찰진 백미(bibigo Sticky White Rice)’를 선보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만두 시장에서 ‘덤플링(Dumpling)’을 ‘만두(Mandu)’라는 한국식 명칭과 제품 경험으로 차별화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한국식 밥을 독립적인 제품 경쟁력으로 육성해 기존 아시아 음식 중심의 소비를 일상적인 식사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광고와 인플루언서 협업을 활용한 ‘Sticks To Anything’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에게 한국식 밥의 특성과 활용도를 알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이다. 향후에는 현지 식습관을 반영한 밥 제품과 한국의 일상적인 밥 메뉴를 제품화해 글로벌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은 “밥은 한식 글로벌화의 기반으로서 밥이 바뀌면 사람들의 생활과 식문화를 바꿀 수 있다”며 “생활을 바꾼 밥의 혁신을 넘어 세계인이 밥을 즐기는 방식을 변화시켜 국내외 조 단위 사업 도약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햇반의 30년은 편의성과 맛 품질, 건강 가치를 선도하며 대한민국 식문화를 진화시켜 온 여정”이라며 “햇반을 만두에 이은 차세대 K웨이브 대표 제품으로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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