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종 회장, 돌연 '해임' 날벼락...bhc 일등공신 '퇴출' 미스터리
최측근 bhc 임금옥 대표도 동반 해임…이사진 '만장일치' 거수
해임 공식화 이례적, 진짜 해임 사유 따로 있을 것 분석만 무성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3-11-09 11:08:20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bhc를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로 올려놓은 박현종 회장이 하루아침에 돌연 해임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bhc가 해임 인사를 이례적으로 언급한 점, 이사회 전원이 만장일치로 해임안을 통과시키는 등 정상적이지 않은 절차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온갖 잡음만 무성한 성황이다.
해임안을 급하게 처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겠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실정이다.
bhc의 지주사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이하 GGS)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박현종 회장을 해임했다. 특히 박 회장 뿐만 아니라 그의 심복으로 알려진 임금옥 bhc 대표도 해임되는 등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전원이 해임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자리에는 박 회장도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회장은 이사회에 참석해 자신의 해임안에 '악 소리'도 내보지 못하고 해임안을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들의 해임 사유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먼저 상법에서는 대표이사의 지위를 불안정하게 둘 수 없기 때문에, 지위를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대표이사를 해임하면 손해배상의 의무가 발생한다.
GGS는 이사회 결과에 대해 "악화하는 외부 경영환경에 맞서 GGS와 자회사 bhc의 기업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지속성장성을 추구하는 한편 글로벌 수준의 기업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사회의 설명과 달리 박 회장의 일궈놓은 업적은 흠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교촌치킨이 10년 동안 이어왔던 치킨업계 1위 자리를 빼앗는 등 bhc를 국내 대표 치킨프랜차이즈로 일궈냈다. bhc의 지난해 매출은 5075억원, 영업이익 1418억원을 기록했다.
그의 성과는 bhc로 끝나지 않고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의 인수와 성공적인 운영 등을 토해 bhc를 매출 1조원대의 종합 외식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영업이익률도 30%를 훌쩍 넘어 지난 4년간 투자자들에게 배당한 금액도 4000여억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박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나 가맹점과의 갈등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해임했다는 것은 명확한 해임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성과를 놓고 봤을 때 GGS가 언급한 해임 사유는 납득하기 힘들다"며 "박 회장이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나 가맹점주와의 갈등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해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해 6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러한 정황에 미뤄봤을 때, 업계에서는 MBK와 bhc 경영진 사이에 누적된 갈등이 폭발해 사달이 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례로 지난 9월 MBK는 bhc의 재무책임자로 이훈종 부사장을 인선한 바 있다. 이에 기존 경영진은 ‘곳간지기’로 최대투자자의 측근을 기용한다며 반대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갈등관계가 이번 인사의 촉매제가 됐다는 인식이다.
박 회장이 자신의 해임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른다. 박 회장은 이사회에 직접 참석하면서 해임안 처리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점이 의아하다는 것이다.
통상 이사회 개최 일주일 전에는 이사회 안건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별다른 입장 없이 해임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임 대표도 마찬가지다.
bhc 관계자는 "8일 열린 bhc 이사회에 임금옥 대표가 직접 참석했으며, 해임건의안 가결에 대해 별도의 입장 없이 이를 수용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부분이 '사임'이 아닌 '해임'이라는 점도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통상적으로 신규 대표이사 선임을 발표할 때 전 대표의 퇴진 사유를 공식화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GGS는 기존 경영진의 해임 소식을 먼저 알린 후 후속으로 신규 경영진 선임 소식을 알렸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최대 주주가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표이사를 사임시키는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경영 성과가 좋음에도 단번에 해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기존 경영진이 해임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이유도 다른 속사정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언급했다.
기존 경영진이 해임된 자리에는 차영수 사내이사와 이훈종 사내이사가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신규 선임된 경영진들은 최대 주주인 MBK 측 인사들이다.
GSS 대표에 선임된 차 대표는 삼성물산과 삼성증권, 삼성생명 등을 거쳐 삼성선물의 대표직을 역임한 후 지난 2019년 MBK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겼다. bhc 대표에 선임된 이 대표는 회계사 출신으로 안진회계법인과 KB국민은행, 위니아만도, 지오영 등을 거쳐 bhc의 곳간지기 역할을 담당했다.
한편 GGS는 bhc 지분 100%를 소유한 지주회사다. MBK파트너스는 GGS의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며, MBK 이외에도 해외 연기금 펀드가 GGS의 지분 45%를 갖고 있다. 박 전 대표도 약 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이사회 결의로 박현종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금옥 대표는 퇴사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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