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家 584억 세금폭탄 가른 '7만6000원'…LIG넥스원 공모가의 나비효과
LIG넥스원 51% 지분가치 2416억→7752억…평가차 5336억
1심 뒤집은 2심…방사청 뇌물 사건까지 겹치며 사법·평판 리스크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8-30 10:30:19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LIG넥스원의 2015년 기업공개(IPO) 당시 확정 공모가 7만6000원이 10여년 뒤 LIG 옛 오너 일가의 584억원대 세금소송 향방을 갈랐다.
㈜LIG가 당시 보유했던 LIG넥스원 지분 51%의 가치를 주당 2만3682원으로 평가하면 약 2416억원이지만 IPO 공모가 7만6000원을 적용하면 7752억원까지 뛰어오른다. 5336억원에 달하는 평가 차이가 모회사인 ㈜LIG의 주식가치 재산정으로 이어지면서 옛 오너 일가에 대한 대규모 과세의 근거가 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6일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와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 구동범 인베니아 대표 등 LIG 옛 오너 일가가 세무당국 등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판결문 별지에 적시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지방소득세 등 부과처분 규모는 총 584억8631만원에 달한다.
이번 소송은 2015년 LIG그룹 계열분리 과정에서 시작됐다. 옛 오너 일가는 당시 보유하던 ㈜LIG 주식을 구본상 현 LIG그룹 회장과 구본엽 LIG그룹 부회장에게 주당 3876원에 넘겼다.
문제는 ㈜LIG가 당시 IPO를 준비하던 LIG넥스원 주식 1020만주,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옛 오너 일가는 LIG넥스원 주식가치를 주당 2만3682원으로 평가해 ㈜LIG 주식의 양도가액을 산정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LIG가 보유한 LIG넥스원 지분가치는 약 2415억6000만원이다.
반면 같은 해 IPO 과정에서 확정된 공모가 7만6000원을 적용하면 지분가치는 7752억원으로 치솟는다. 두 평가액의 차이는 5336억4000만원에 달한다.
과세당국은 LIG넥스원의 IPO 공모가를 ㈜LIG 가치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LIG 주식의 적정가치를 주당 약 1만2036원으로 다시 산정했다. 실제 거래가격인 3876원의 약 3.1배다.
세무당국은 옛 오너 일가가 특수관계인에게 ㈜LIG 주식을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넘겼다고 보고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지방소득세 등을 부과했다.
결국 자회사인 LIG넥스원의 기업가치를 얼마로 보느냐가 모회사 ㈜LIG의 가치에 영향을 줬고, 다시 오너 일가의 주식 거래가격이 적정했는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 셈이다.
◆‘9월21일’이냐 ‘8월6일’이냐…1·2심 운명 가른 두 달
항소심의 최대 쟁점은 2015년 6월3일 이뤄진 ㈜LIG 주식 거래에 이후 확정된 LIG넥스원의 IPO 공모가 7만6000원을 반영할 수 있느냐였다.
LIG넥스원은 같은 해 8월6일 희망 공모가 범위를 담은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등을 거쳐 9월21일 최종 공모가를 주당 7만6000원으로 확정했고, 10월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1심은 ‘최종 공모가 확정일’인 9월21일에 무게를 뒀다. ㈜LIG 주식 거래가 이뤄진 6월3일은 이보다 3개월 이상 앞선 만큼 관련 법령이 정한 평가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는 옛 오너 일가가 승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관련 규정상 기준 시점을 최종 공모가가 확정된 9월21일이 아니라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일’인 8월6일로 해석했다. 이 경우 6월3일의 ㈜LIG 주식 거래가 법에서 정한 평가기간 안으로 들어온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이후 확정된 LIG넥스원의 공모가 7만6000원을 ㈜LIG 주식가치 산정에 반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과세당국이 해당 공모가를 토대로 ㈜LIG의 적정 주식가치를 재산정하고 세금을 부과한 근거 역시 인정했다.
기준일을 어느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LIG넥스원 지분가치는 약 2416억원에서 7752억원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 5336억원의 평가 격차는 ㈜LIG 주식의 실제 거래가격인 주당 3876원이 과세당국이 산정한 1만2036원보다 현저히 낮았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변수가 됐고, 결과적으로 584억원대 세금 부과로 연결됐다.
◆IPO 공모가, 비상장 모회사 가치까지 흔들어
이번 판결은 IPO를 앞둔 자회사의 공모가가 해당 기업의 가치평가에만 머물지 않고 대규모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모회사의 주식가치와 특수관계인 간 주식거래의 과세 기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상장 추진 기업을 자회사로 둔 비상장사의 지분 거래 과정에서 향후 확정되는 IPO 가격을 어느 시점부터 세법상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판단 기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판결은 세무당국의 조세 부과처분이 적법한지를 판단한 행정소송으로, 옛 오너 일가의 형사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1심과 2심 판단이 정반대로 엇갈린 만큼 향후 상고 여부와 대법원의 판단이 변수로 남았다.
◆584억 세금소송에 방사청 뇌물 사건까지…LIG ‘이중고’
최근에는 방위사업청 공무원을 상대로 한 뇌물공여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LIG를 둘러싼 사법·평판 리스크도 한층 커진 모습이다.
현재 LIG D&A로 사명을 바꾼 옛 LIG넥스원의 임원은 방위사업 수주 과정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방사청 공무원에게 3억2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됐다. 또 다른 임원도 같은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해당 방사청 공무원이 2021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총 915억원 규모의 6개 방위사업 제안서 평가 과정에서 LIG D&A에 유리한 점수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사업에서는 해당 공무원이 20개 평가항목 가운데 16개 항목에서 LIG D&A에 최고점을 주고 경쟁업체에는 최저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뇌물로 지목된 금액은 3억2000만원이며, 22억원 규모 하청사업의 업체 추천권도 제공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방사청도 후속 조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해당 직원이 LIG D&A가 참여한 사업 4건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했고 이 가운데 3건을 LIG D&A가 실제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뇌물공여 혐의가 확정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최대 2년간 입찰참가 제한 등의 제재 가능성도 거론된다.
물론 584억원대 세금소송은 옛 오너 일가의 2015년 주식 거래와 관련된 조세 행정소송이고, 방사청 사건은 LIG D&A 임직원의 뇌물공여 혐의를 다루는 형사사건으로 법적 성격과 당사자는 서로 다르다.
다만 옛 오너 일가의 대규모 과세 분쟁에 이어 핵심 방산 계열사 임원의 뇌물공여 혐의까지 잇따라 법정으로 향하면서 LIG로서는 사법 리스크와 대외 신뢰도 관리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됐다. 특히 방사청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논란이 단순한 이미지 훼손을 넘어 향후 방산 수주 경쟁력과 사업 운영 부담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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