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EGA 토픽] AI 시대 수작업 택한 디나미스 원…'서브컬처' 차별화 승부수
'오가닉 아트'로 AI 시대 역주행 차별화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日 시장 정조준
황성완 기자
wanza@megaeconomy.co.kr | 2026-09-04 14:18:42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게임 개발 현장에 깊숙이 자리잡은 가운데, 게임 개발사 디나미스 원이 오히려 사람의 손에서 나오는 감성과 표현을 강조한 '오가닉 아트(Organic Art)'를 앞세워 차별화에 나섰다.
이는 김형태 대표가 이끄는 시프트업을 비롯해 게임업계가 AI를 활용한 개발 생산성 향상에 속도를 내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디나미스 원은 창작자의 의도와 감성을 캐릭터의 매력으로 연결해 이용자가 오랫동안 애정을 쌓을 수 있는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블루 아카이브' 개발진 뭉쳤다…첫 오리지널 IP 공개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디나미스 원은 넥슨게임즈의 서브컬처 흥행작 '블루 아카이브' 개발을 이끌었던 박병림 대표를 비롯한 개발진이 독립해 2024년 설립한 게임 개발사다. 앞서, 박 대표는 넥슨게임즈에서 '블루 아카이브' PD를 맡았으며 시나리오·아트 등 주요 개발진도 디나미스 원에 합류했다.
디나미스 원은 다른 회사가 보유한 유명 IP에 의존하기보다 자체 세계관과 캐릭터를 구축해 장기간 성장시킬 수 있는 IP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회사가 내건 '오타쿠의 꿈을 실현시킨다'는 비전에 상응하는 행보다.
단순히 캐릭터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가 캐릭터와 관계를 형성하고 애정을 쌓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형성된 팬덤을 게임을 넘어 굿즈와 오프라인 행사, 2차 창작 등으로 확장해 IP의 생명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의 첫 번째 결과물이 신전기(어반 판타지 장르) 서브컬처 역할수행게임(RPG) '아스트라에 오라티오(Astrae Oratio)'다. 디나미스 원은 지난 5월 '프로젝트 AT'라는 이름으로 개발해온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를 처음 공개했다. 회사 설립 이후 처음 선보이는 오리지널 IP인 만큼 향후 디나미스 원의 개발 방향과 시장 경쟁력을 가늠할 작품으로 꼽힌다.
◆ 출시 전부터 日 정조준…코믹마켓 굿즈 이틀 연속 '완판'
첫 반응은 일본에서 나왔다. 디나미스 원은 지난달 15~16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코믹마켓(C108)'에 기업 부스로 참가해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를 현지 이용자들에게 선보였다.
현장에서는 ▲게임 티저 아트북 ▲미니 아크릴 블록 ▲하프컷 스티커 ▲캐릭터 캔배지 ▲'컴플리트 세트' 등을 판매했다. 이 가운데 티저 아트북과 컴플리트 세트가 행사 이틀 연속 완판됐다.
아직 정식 출시일조차 확정되지 않은 초기 단계의 IP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기존 인기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상품이 아닌 신규 IP의 캐릭터와 비주얼만으로 실제 구매 수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일본 시장에서 초기 팬덤 형성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특히 일본은 게임과 애니메이션, 만화, 굿즈, 2차 창작 등이 긴밀하게 연결된 대표적인 서브컬처 시장이다. 서브컬처 게임은 게임 자체의 흥행뿐 아니라 캐릭터 인지도와 팬덤이 장기적인 IP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일본 시장 안착 여부가 중요하다.
다만 굿즈 판매량이나 준비 물량 등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완판' 자체를 흥행 성공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업계에선 출시 전 형성된 관심을 실제 게임 이용과 장기 팬덤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다.
◆ AI 대신 '사람 손맛' 택했다…'오가닉 아트'로 차별화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디나미스 원이 내세운 '오가닉 아트'다.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최근 생성형 AI가 콘셉트 이미지와 배경, 캐릭터 제작 등 개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제작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개발자 한 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AI 활용 경쟁도 치열해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형태 대표가 이끄는 시프트업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게임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해 개발자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선 개발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활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반면, 디나미스 원은 인간 창작자의 감성과 표현을 전면에 내세웠다. 회사가 정의하는 오가닉 아트는 단순히 사실적인 그래픽이나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는 개념이 아니다. 사람이 직접 만들어내는 의도적인 생략과 과장, 미세한 감정의 흔들림 등을 만화적 연출에 녹여 캐릭터와 세계관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방식에 가깝다.
생성형 AI가 빠른 속도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창작자의 해석과 의도, 심지어 불완전함에서 비롯되는 표현까지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경쟁력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시프트업이 AI를 통해 '개발자 한 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면, 디나미스 원은 '개발자 한 명의 창작 흔적' 자체를 IP의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다만 두 회사의 전략을 'AI 활용 대 비활용'이라는 것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디나미스 원이 강조하는 것은 AI 기술 자체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이용자가 최종적으로 마주하는 캐릭터와 세계관에서 인간 창작자의 감성과 의도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개발 방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의 성패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디나미스 원은 지난달 19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아스트라에 오라티오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코믹마켓에서 캐릭터와 비주얼을 먼저 알렸다면 CBT에서는 전투와 콘텐츠, 캐릭터 육성 등 실제 게임성을 이용자들에게 평가받게 된다.
이어 이달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게임쇼 2026(TGS 2026)'에도 단독 부스를 마련한다. 현장에서는 보다 구체화된 세계관과 캐릭터, 게임 콘텐츠를 공개하며 글로벌 이용자와의 접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나미스 원에게 이번 CBT와 TGS는 단순한 신작 홍보를 넘어 코믹마켓에서 확인한 캐릭터에 대한 초기 관심을 실제 게임 이용자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 등 서브컬처 게임들이 일본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으며 중국 게임사들도 막대한 개발비와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디나미스 원 관계자는 "고유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바탕으로 이용자와 애정을 쌓고, 이를 장기적인 IP 가치로 연결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며 "코믹마켓에서 확인한 초기 관심을 CBT와 도쿄게임쇼를 거쳐 실제 게임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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