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공방] LG엔솔 전 사장 '100억 배임 의혹' 일파만파…13년간 가족 연계업체 자문료, 내부통제 도마

LG 계열사 4곳 직접 고소…LG디스플레이 69억·LG엔솔 6억 배임 혐의액 공시
계약 승인·자문 실적 검증 여부 쟁점…LG 측 "내부 감사만으론 규명 한계"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10-15 15:42:55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전직 사장이 가족과 연관된 중국 컨설팅 업체에 장기간 자문료를 지급하도록 해 100억원에 가까운 회사 손해를 끼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LG그룹의 내부통제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문제가 된 계약이 2010년 무렵부터 2023년 전후까지 약 13년간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계열사들이 계약 상대방과 경영진 가족의 관계를 사전에 파악하고, 자문료 지급의 적정성을 검증했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사진=챗GPT4]

 

15일 업계에 따르면 LG 계열사 4곳이 내부 감사를 거쳐 전직 경영진을 직접 고소한 데 이어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이 배임 혐의금액까지 공시하면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전직 경영진의 개인 비위 의혹을 넘어 장기간 이어진 계열사 자문계약의 적정성과 경영진의 이해충돌 방지,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을 가늠할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는 이모 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 전 사장은 LG 계열사 재직 당시 가족과 연관된 중국 컨설팅 업체에 자문료가 지급되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실제 자문 업무가 이뤄졌는지와 계약 체결 및 승인 경위, 자금 흐름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가족 연계 중국 업체에 월 2만달러 자문료…13년간 이어진 계약에 '이해충돌' 의혹

 

특히 당시 사장 시절 해당 계약을 승인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된 컨설팅 업체는 이 전 사장의 가족이 한국 대표를 맡고 있는 한중 경제교류 단체가 설립한 회사로 알려졌다. 

 

LG 측은 2010년 무렵 중국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시설 투자를 추진하면서 현지 정부의 인허가 관련 업무 등을 지원받기 위해 해당 업체와 자문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계약에 따른 자문료는 월 2만 달러(약 28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계약은 이 전 사장이 퇴임한 2023년 전후까지 이어졌으며, 자문료 등으로 지급된 전체 금액은 1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사장은 퇴임 이후 LG에너지솔루션과 고문 계약을 맺었다.


◆ "13년간 자문료 줬는데 검증?"…LG 계열사, 가족 연계업체 계약 관리·감독 도마 

 

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계약의 장기 지속성과 경영진 가족과의 연관성이다. 기업이 해외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지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일반적인 경영활동이다.

 

그러나 계약 상대방이 회사 경영진의 가족과 연관돼 있다면 계약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이해충돌 방지 절차가 적절하게 작동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약 13년간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실제 제공된 자문 서비스와 지급된 비용이 합리적으로 평가됐는지가 중요하다. 

 

계약 당시에는 자문이 필요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 환경이 달라진 만큼, 자문이 계속 필요한지와 지급 비용이 적절한지를 정기적으로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들이 계약 체결 당시 해당 컨설팅 업체와 이 전 사장 가족의 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업체 선정 및 계약 승인 과정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을 검토했는지 등이 주요 확인 대상으로 꼽힌다.

 

아울러 자문 실적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가 이뤄졌는지, 장기간 계약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내부 감사와 관리·감독 체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 LG 계열사 4곳, 전직 사장 직접 고소 '초강수'…LG디스플레이 69억·LG엔솔 6억 배임 혐의 공시

 

이번 수사는 LG 계열사들이 직접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본격화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경영연구원 등 4곳은 내부 제보를 계기로 감사를 진행한 뒤 올해 초 이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4일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전직 임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 발생 사실을 각각 금융감독원에 공시했다.

 

LG디스플레이가 공시한 배임 혐의 발생금액은 68억5900만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0.08%에 해당한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같은 전직 임원을 피고소인으로 명시하면서 배임 혐의금액을 6억4685만원, 자기자본 대비 0.002%라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고소장 접수일인 올해 2월 10일을 발생일자와 확인일자로 기재했다.

 

두 회사는 공시에서 내부감사 과정에서 배임 혐의를 의심할 만한 유력한 정황을 발견했지만, 내부감사만으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어 실체 규명을 위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본 건과 관련하여 수사기관의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시된 금액은 각 회사가 고소장에 기재한 배임 혐의금액으로, 수사를 통해 최종 확정된 손해액은 아니다. 두 회사 역시 향후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금액이 변동될 수 있으며, 관련 사항이 확정되거나 변경되면 추가로 공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언론에 알려진 전체 100억원 안팎의 자문료 지급 규모와 각 계열사의 배임 혐의금액을 동일한 개념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향후 다른 계열사들의 관련 공시 여부와 각 회사가 산정한 혐의금액이 확인되면 전체 사건의 규모와 계열사별 피해 주장 내용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 13년간 계약 관리했지만 "내부감사로 규명 한계"…자문 실적·계약 승인 내부통제 도마

 

LG 계열사들이 자체 감사를 거쳐 고소에 나섰다는 점에서 회사 측이 어떤 근거로 배임 혐의를 판단했는지도 관심사다.

 

업무상 배임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경영진의 가족과 연관된 업체에 자금이 지급됐다는 사실을 넘어,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와 재산상 손해 등 법적 요건이 확인돼야 한다.

 

따라서 실제 자문 서비스가 제공됐는지, 지급된 자문료가 업무 내용과 비교해 과도했는지,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 등이 수사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장기간 유지된 계약을 둘러싸고 당시 계약을 승인하거나 관리했던 책임자들의 관여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특정 경영진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는지, 정상적인 내부 승인 절차를 거친 계약이었는지에 따라 책임 소재와 내부통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LG 측에 계약 체결 당시 경영진 가족과 컨설팅 업체의 관계를 인지했는지, 이해충돌 방지 절차와 자문 실적 검증이 이뤄졌는지 등을 질의했다. 

 

아울러 100억원 안팎으로 알려진 손해 규모의 산정 근거와 장기간 계약 유지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이유, 당시 계약 승인 책임자에 대한 추가 조사 여부도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고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감사만으로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어 수사기관에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그룹 관계자는 "현재 알려진 내용 외에는 확인해 줄 사항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LG화학 관계자 역시 "기존에 알려진 내용 외에 추가로 파악된 사항은 없으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별도 공시를 통해 내부 감사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했으나 자체 조사만으로는 사실관계 확인에 한계가 있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수사기관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 전 사장 "허가 따낸 정상 계약인데 무슨 배임?"…100억 의혹 전면 부인

 

반면 이 전 사장은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사장은 해당 컨설팅 업체와 정상적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실제 중국 현지 인허가를 획득하는 등 자문에 따른 성과도 있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업체와 계약을 맺었고, 실제로 허가를 따내는 등 성과도 있었다"며 "계약으로 배임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의 일까지 들춰내 배임이라고 하면 어떤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중국 현지 자문계약을 통해 실제로 어떤 업무가 수행됐고, 지급된 자문료가 적정했는지에 있다. 특히 경영진 가족과 연관된 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계약의 타당성과 이해충돌 가능성을 검증해야 할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 계열사들이 내부 제보를 계기로 감사에 착수하고 고소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계약이 장기간 유지되는 동안 회사 차원의 검증과 관리·감독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계약 체결부터 자문료 지급에 이르기까지 내부통제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회사 측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이 전 사장의 배임 혐의나 회사 측이 주장하는 재산상 손해가 법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내부통제 부실 여부 역시 계약 체결 경위와 승인 절차, 자문료 지급 과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된 이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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