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고액 자산가' 상속세 부담 완화 여론 형성하려다 '뭇매'
이재명 대통령, "'가짜뉴스' 생산·유포하는 행위 엄중 문책해야"
꼬리 내린 최태원 회장 "대한상의에 재발 방지대책 마련 지시"
고액자산가 해외이탈 통계 조작 논란, 정부 감사 착수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2-09 10:28:17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상속세 부담으로 한국의 고액 자산가 2400명이 해외로 떠났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보도자료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있다.
논란의 발단은 대한상의가 배포한 ‘상속세수 전망분석 및 납부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관련 보도자료다. 대한상의는 영국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파트너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2025년 한국의 고액 자산가 2400명이 상속세 부담으로 해외로 이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 보고서에는 상속세 관련 언급이 없고, 자산 이동의 원인으로는 북한 리스크와 정치·경제적 불안정성만 제시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속세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해석은 대한상의가 임의로 추가한 분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통계 산출 방식 역시 SNS 프로필 등을 활용한 추정치로 신뢰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 “고의적 가짜뉴스”…정부, 감사 착수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고의적으로 생산·유포된 가짜뉴스”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엄정한 책임과 재발 방지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 발언 이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보도자료 작성·배포 경위 전반에 대한 즉각적인 감사를 지시했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신뢰도가 매우 의심스러운 통계”라며 대한상의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세 당국은 공식 통계로 대한상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22~2024년)간 연평균 해외 이주 신고자는 2,904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자산 10억 원 이상 고액 자산가는 연평균 139명에 불과했다. 2024년 한 해 기준으로도 고액 자산가는 175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이주한 고액 자산가 비율은 25%로, 전체 해외 이주자 평균(39%)보다 낮았다.
국세청은 “상속세 회피가 해외 이주의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은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상속세 프레임 왜곡…이중과세·기업 위협 주장도 사실 아냐”
시민사회도 강하게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대한상의는 정책 목표를 위해 신뢰도 낮은 자료를 선택적으로 인용하고, 원 자료에 없는 인과관계를 임의로 덧붙였다”며 “이는 상속세에 대한 왜곡된 공포 프레임을 확산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상속세는 기업이 아니라 개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라며 “기업 존속을 위협한다거나 이중과세라는 주장은 상속세의 과세 구조를 혼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득세와 상속세는 과세 대상과 시점이 다른 별개의 세금으로, 이중과세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현행 제도상 가업상속공제를 통해 최대 600억 원까지 감면이 가능하고, 10억 원까지 기본 공제가 적용돼 실제 상속세 납세자는 전체의 약 3%에 불과하다”며 “‘상속세 때문에 기업이 무너진다’는 주장은 과장된 서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엄중 인식…팩트체크 체계 전면 강화”
논란이 확산되자 대한상의는 공식 사과와 함께 내부 쇄신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발표 자료 작성과 배포 전반에 걸쳐 내부 검증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조사·연구 담당 직원을 중심으로 통계 검증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이를 전 직원으로 확대 시행한다. 또 통계 분석 역량 강화를 위해 박양수 SGI 원장을 ‘팩트체크 담당 임원’으로 지정해 다층적 검증을 의무화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중 검증 체계도 새로 도입한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 감사와 별도로 내부적으로도 책임 소재를 규명해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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