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위 극장 합병 꿈 깨지나…메가박스 기업회생에 판도 흔들
법원 관리 체제 돌입 가능성에 기업가치·합병비율 산정 전면 수정 전망
투자 유치 실패·재무 부담 겹친 메가박스, 회생절차 변수로 부상
영화시장 회복에도 수익성 회복 난항
심영범 기자
tladudqja@naver.com | 2026-06-18 10:40:23
[메가경제=심영범 기자] 메가박스중앙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롯데시네마 운영사 롯데컬처웍스와 추진해 온 합병 논의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극장 산업 재편의 핵심 변수로 꼽혀온 양사의 통합 계획이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국내 멀티플렉스 시장의 판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콘텐트리중앙과 자회사 메가박스중앙은 지난 1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메가박스는 법원의 감독 아래 채무 조정과 구조조정,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기업회생절차는 기업의 청산보다 존속가치가 높다고 판단될 경우 채무를 조정하고 사업을 정상화하는 제도다.
이번 회생 신청은 단순히 메가박스의 경영 정상화 문제를 넘어 롯데컬처웍스와 진행해온 합병 논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지난해 5월 합병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같은 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사전협의를 신청하며 통합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결합이 성사될 경우 국내 멀티플렉스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 기준으로 CJ CGV가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어 통합법인이 출범할 경우 CJ CGV와 경쟁하는 대형 사업자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관객 감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확산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극장 산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복 상권 내 점포 통폐합과 운영 효율화, 콘텐츠 공동 투자, 프리미엄 특별관 확대 등을 통해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합병 논의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되지 못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4월 공시를 통해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 간 합병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 기한을 2026년 6월 30일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통합 논의가 장기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외부 투자자 유치 과정이 난항을 겪은 데다 기업가치 평가와 합병비율 산정, 지배구조 조정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중앙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 역시 협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메가박스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외부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기대했던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자본 확충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3월께 사실상 양사의 합병 논의가 중단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메가박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기존 합병안은 사실상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메가박스의 자산과 부채, 수익 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기존에 논의됐던 기업가치와 합병비율 역시 재산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회생기업의 경우 채무 조정 규모와 변제 계획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기존 합병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통합법인 설립 시 예상됐던 지분 구조와 경영권 배분 문제 역시 다시 논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거래 방식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초에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 간 합병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회생절차가 시작될 경우 법원과 채권단이 핵심 이해관계자로 참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단순 합병 대신 회생절차 내 인수합병(M&A) 방식이나 일부 자산 인수, 신규 투자자 유치 등의 대안이 검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 측 역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롯데시네마 입장에서는 시장점유율 확대와 경쟁력 강화라는 전략적 이점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을 대상으로 기존 조건을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추가 자금 투입이나 채무 관련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변수로 남아 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결합은 단순한 기업 간 통합을 넘어 국내 영화 상영 시장의 경쟁 구도 자체를 바꾸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공정위는 지역별 상영관 점유율과 소비자 선택권 제한 여부, 영화 배급 및 상영 시장 경쟁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롯데쇼핑은 롯데컬처웍스 지분 86.37%를 보유하고 있으며 콘텐트리중앙은 메가박스중앙 지분 95.98%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기존 지분 구조를 바탕으로 통합법인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메가박스의 회생 신청 배경에는 지속된 수익성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는 최근 수년간 점포 효율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해 신사점과 용인기흥점, 문경점, 성수점 등을 폐점했으며 올해 4월에는 창동점 영업을 종료했다. 청라지젤점과 수원호매실점은 장기 휴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인천 영종점과 픽처하우스도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회생절차가 본격화될 경우 추가적인 비효율 점포 정리와 비용 절감 작업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과도한 점포 축소는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목할 점은 영화산업 전반의 시장 환경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6년 1분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영화시장 매출은 31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관객 수 역시 3190만명으로 53.2% 늘었다.
주요 사업자들의 실적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CJ CGV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734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 172.4% 증가했다. 롯데컬처웍스 역시 매출 1246억원, 영업이익 7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메가박스중앙은 매출 618억원,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5% 증가하고 적자 폭도 줄었지만 경쟁사들과 달리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시장 회복 국면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재무적 부담이 상당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특정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국내 영화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OTT 플랫폼 확산으로 영화 소비 방식이 변화한 데다 대형 흥행작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극장 산업의 수익 기반이 과거보다 약화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산업은 제작·투자·배급·상영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라며 "극장 사업자의 경영 악화는 단순히 상영업계에 국한되지 않고 영화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관은 한국 영화의 투자와 제작, 배급, 관객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산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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