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EGA 토픽] '방플' 쉬쉬하다 대회 취소…크래프톤, 베트남 편파 운영 비난 쇄도
선수·지역 감춘 채 '운영 미흡'만 강조…한국팀 전원 보이콧
후원 활동 중단에 베트남 선수 자격 박탈까지…Day 3 결국 취소
황성완 기자
wanza@megaeconomy.co.kr | 2026-09-21 11:30:58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크래프톤이 지난주 진행한 이벤트 매치 '펍지(PUBG) 아시아 스타즈 2026'에서 발생한 베트남 참가자들의 이른바 '방플(이하, 방송플레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회사가 발표한 공지가 문제 선수와 지역, 구체적인 행위를 공개하지 않은 채 '운영 미흡'만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베트남 측을 감싼 것 아니냐는 이용자들의 반발이 확산했다. 이후 한국팀의 경기 불참과 후원사의 활동 중단에 이어 마지막 일정까지 취소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19일 배틀그라운드 공식 카페에 PUBG 아시아 스타즈 Day 1 경기 운영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하는 공지를 올렸다.
크래프톤은 "경기 종료 이후 이용자들이 제기한 여러 우려를 확인했다"며 "대회 운영에 대한 충분한 신뢰를 드리지 못하고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발생하도록 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문제는 운영진이 사전에 충분히 점검하고 대비하지 못한 데 따른 운영상의 미흡함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재발 방지 대책으로는 ▲일부 지역 참가자 2명에 대한 선수 구성 조정 ▲주요 경기 송출 지연 ▲참가자 대상 운영 기준 재안내 ▲경기 모니터링 강화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첫 공지에는 논란이 발생한 지역과 참가자, 구체적인 행위가 담기지 않았다. 부정행위 의혹이 제기된 사안을 단순한 운영상 실수로 포장했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선수 구성 조정'이라는 표현도 문제 참가자를 제외하는 조치를 일반적인 선수 교체처럼 보이게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논란은 대회 첫날 베트남팀 참가자들이 개인 방송을 통해 경기 외부정보를 확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일부 참가자가 실시간 채팅 등을 통해 한국팀 선수의 위치와 관련한 정보를 전달받아 팀원들과 공유했다는 방플 의혹이 불거졌다.
방플이란 게임 스트리머나 bj의 방송 화면, 소리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실제 게임에서 이를 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단순히 게임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 아닌 방송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해 상대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플레이 하는 것이 골자다.
이로 인해 한국팀 참가자와 국내 이용자들은 관련 영상 등 부정행위 정황이 담긴 자료를 제시하며 주최 측에 사실관계 확인과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크래프톤이 이튿날까지 명확한 처분을 내놓지 않으면서 베트남팀에 유리한 방향으로 대회를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여기에 일부 베트남 이용자들이 방플 의혹을 제기한 한국 스트리머의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조롱성 댓글을 남기면서 논란은 양국 이용자 간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 선수 이름 뒤늦게 공개…'방플' 대신 모호한 표현
비판이 거세지자 크래프톤은 두 번째 공지를 통해 베트남 지역(VIE) 참가자 HIMASS와 TANVUU를 잔여 경기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공지에서도 방플이나 규정 위반이라는 표현 대신 '공정성 및 외부정보 활용 관련 사안'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외부정보가 실제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와 Day 1 점수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크래프톤은 "공정성 확보를 위한 운영 기준을 충분히 구체화하지 못한 점은 운영진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의 행위보다 규정 미비와 운영 책임을 앞세우면서 문제 선수들의 책임을 희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크래프톤은 세 번째 공지를 통해 "TEAM VIE의 HIMASS와 TANVUU가 Day 1 이벤트 중 개인 방송을 통해 게임 외부정보를 확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참가자의 개인 방송을 직접 시청했는지 ▲외부정보를 실제 플레이에 활용했는지 ▲추가적인 외부정보 전달과 수신이 있었는지는 경기 영상과 개인 방송 시점 영상(POV), 팀 보이스 등을 토대로 추가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로 단정하지 않는 동시에 확인이 필요한 사항을 축소하거나 조사를 중단하지 않겠다"며 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크래프톤은 Day 2 진행을 앞두고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충분한 확인 없이 잘못된 내용을 전달했다며 "명백히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첫 공지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서둘러 발표하고, 외부정보 확인과 점수 조정 등 핵심 사실은 논란이 커진 뒤에야 공개했다. 회사에 유리한 내용은 빠르게 알리고 불리한 내용은 뒤늦게 인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초한 셈이다.
대회 운영 체계도 허술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PUBG 아시아 스타즈는 스트리머와 시청자의 실시간 소통을 주요 요소로 내세우면서 방송 지연을 의무화하지 않았다. 여러 국가의 참가자가 각자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채팅이나 다른 방송을 통해 경기정보가 유입될 가능성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다.
룰북에는 공정성과 스포츠맨십 준수 의무 등이 포괄적으로 담겼지만 ▲실시간 채팅을 통한 외부정보 확인 ▲다른 참가자의 개인 방송 시청 ▲외부정보 수신 및 활용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금지 규정과 제재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주최사가 외부정보 유입이 가능한 환경을 방치하고도 이를 통제할 장치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에야 방송 지연과 모니터링 강화, 운영 기준 재안내에 나서면서 사전 준비 부실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팀 보이콧, 후원사도 등 돌려…대회 결국 중단
크래프톤의 미온적인 대응에 피해 당사자로 지목된 한국팀 참가자 8명은 Day 2 경기에 전원 불참했다. 외부정보를 확인한 베트남팀은 대체 선수를 투입해 대회에 남은 반면, 피해를 주장한 한국팀이 오히려 경기를 떠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대회 후원사인 백억커피, 깐부치킨, 노기어도 사실관계와 주최 측의 대응을 확인하겠다며 관련 광고와 메뉴, 이벤트 등 후원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공정성 논란이 참가자와 이용자 반발을 넘어 스폰서십 리스크로까지 확산했다. 특히 오는 11월 인기 걸그룹 '아이브'와도 컬래버를 앞두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뒤늦게 관련성이 확인된 일부 경기의 점수를 조정하고 HIMASS와 TANVUU의 ‘PUBG Vietnam 파트너’ 자격을 박탈했다. “특정 지역이나 참가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안을 종결하려 한 사실은 없다”는 해명도 내놨지만 이미 무너진 신뢰를 되돌리기에는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크래프톤은 모든 참가자가 동일한 신뢰와 조건에서 경기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Day 3를 취소했다. 최종 순위도 확정하지 않고 상금을 모든 참가 지역에 동일한 기준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문제 참가자와 경기 결과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처리하지 못한 운영 실패의 부담을 정상적으로 대회를 준비한 다른 참가 지역까지 함께 떠안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크래프톤은 참가자와 특정 지역을 향한 과도한 비방과 공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선수 개인이나 특정 국가를 향한 혐오성 공격은 경계해야 하지만, 이를 앞세워 주최사의 부실한 운영과 축소 대응에 대한 정당한 비판까지 희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출발점은 국내 이용자들이었고, 장병규 의장이 매년 지스타에 직접 참여하며 국내 게임산업과의 접점을 넓혀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국내 참가자와 이용자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를 가볍게 다루는 듯한 인상을 주면 그동안 쌓아온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