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돈 벌고 지배는 미국에서…김범수의 쿠팡 '이원 경영' 다시 도마 위
개인정보 유출·총수 지정 논란 속 김범석 의장 책임 회피 논쟁 확산
미국 상장 후 한국 법인 사임, 가족 고액 보상까지 지배구조 의문 증폭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2-01 11:03:57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비롯해 각종 경영·지배구조 논란의 한복판에 선 쿠팡이 다시 한 번 ‘국적을 넘나드는 경영 구조’로 도마 위에 올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쿠팡Inc 의장이 한국을 주력 시장으로 삼아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실질적인 지배와 의사결정의 중심은 미국에 둔 이원화 구조가 규제 사각지대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의 사업 뿌리는 한국에 두고 있지만, 최상단 지배 법인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설립된 쿠팡Inc다.
이 같은 구조는 창업자인 김 의장의 개인적 이력과 맞닿아 있다. 김 의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 지난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쿠팡을 창업했다.
이후 쿠팡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대규모 투자를 발판 삼아 공격적인 성장을 이어갔고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에 성공했다.
당시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 최초의 미국 상장’이라는 타이틀을 내걸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그러나 상장 직후 김 의장의 행보를 두고 논란이 뒤따랐다. 김 의장은 미국 증시 상장이 마무리된 직후 한국 법인에서 맡고 있던 모든 공식 직위에서 사임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사업 확장과 해외 경영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었지만,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비롯한 국내 규제 환경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 가능성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김 의장은 ‘미국 국적자’라는 점을 포함해 동일인 지정 예외 요건을 충족해 공정위의 총수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한국 내 계열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고 최상단 지배회사인 쿠팡Inc에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김 의장의 동생과 배우자가 쿠팡 계열사에 재직 중이지만 공정거래법상 ‘임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총수 지정 예외 사유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씨는 2025년에만 보수 43만 달러(약 6억원)와 함께 7만4401주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지급받았다.
김 씨의 배우자 역시 연봉 26만3000 달러와 4387주의 RSU를 수령했다. 2021년 이후 4년간 김유석 씨가 쿠팡에서 받은 보수와 주식 보상 규모는 총 140억원에 달한다.
쿠팡 측은 그동안 김유석 씨가 ‘임원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 자료에도 같은 내용을 기재해 왔다.
그러나 국회 청문회 증인 채택 과정에서 김 씨의 실제 직책이 ‘부사장’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공시의 적정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김 의장의 개인적인 자금 회수 역시 주목을 받았다. 김 의장은 2024년 자신이 보유하던 클래스B 보통주를 클래스A 보통주 1500만주로 전환한 뒤 이를 매각해 약 4846억원을 현금화했다.
클래스B 주식은 일반 주식보다 훨씬 많은 의결권을 갖는 구조로, 김 의장은 지분 일부를 처분한 이후에도 쿠팡Inc 전체 의결권의 70% 이상을 여전히 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의장은 한국 국회의 국정감사나 청문회 출석 요구가 있을 때마다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불참해 왔다. 특히 2025년 말 불거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국회가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끝내 국회 증언대에 서지 않았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한국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반면 쿠팡 측은 "경영 구조와 인사, 보상 체계는 글로벌 기준에 따라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성장 신화 이면에 자리한 이원화된 지배 구조가 ‘글로벌 기업의 불가피한 선택’인지 아니면 책임과 규제를 피해간 구조적 설계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며 "개인정보 보호, 노동 안전, 지배구조 투명성이라는 과제가 맞물리며 쿠팡을 향한 사회적 시선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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