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어도 이미 늦는다”…조용히 망가지는 콩팥, ‘정기검진’이 생존 갈랐다

고혈압·당뇨 늘며 환자 급증…초기 무증상 특성에 조기 발견·관리 중요성 부각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6-03-30 10:16:34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만성 콩팥병이 별다른 자각 증상 없이 진행되는 ‘침묵의 질환’ 특성으로 인해 조기 진단과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가 맞물리며 환자군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초기 대응 여부가 향후 투석 여부와 삶의 질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만성 콩팥병은 초기 단계에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되기 쉽지만, 뒤늦게 발견될 경우 이미 신장 기능이 상당 부분 저하된 상태인 사례가 많다.
 

▲ 신장병 의심 증상. [사진=건국대병원]
건국대병원 신장내과 이지영 교수는 “콩팥은 손상된 기능을 일부 보상하는 능력이 뛰어나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콩팥의 기본 단위인 네프론이 손상되더라도 남은 네프론이 과부하를 감당하며 기능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환자 증가의 주요 배경으로는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확산이 꼽힌다. 이들 질환은 콩팥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며 기능 저하를 가속화하는 대표적 위험 요인이다. 이 외에도 사구체신염, 유전성 신장질환,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초기 신호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거품뇨, 만성 피로, 얼굴이나 다리 부종 등이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상당수는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혈액검사상 크레아티닌 수치 변화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단백뇨 여부, 영상검사, 과거 검사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료 과정에서의 오해도 적지 않다.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 방문이나 약물 치료를 미루거나, 혈압·당뇨 치료제를 시작하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약물 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조절되는 과정으로, 조기 관리 시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이나 민간요법은 오히려 신장 기능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환이 진행돼 말기 신부전에 이르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불가피하다. 특히 투석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치료 시작 이후 컨디션 개선과 식이 제한 완화 등을 경험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기존 혈액투석 대비 노폐물 제거 효율을 높인 혈액여과투석(HDF)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 사망 위험 감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장기 투석 환자나 특정 증상군을 중심으로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의료계는 만성 콩팥병 관리의 핵심을 ‘기능 회복’이 아닌 ‘기능 유지’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투석 시점을 늦추고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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