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역센터 확대, 승자 축복보다 패자의 악몽"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
최종치료 평가 강화…탈락 병원 지원 축소 우려
대형병원 탈락 속 응급실·배후진료 평가 논란
“모든 지역센터 권역급 격상·지원이 더 효과적”
김민준 기자
kmj6339@megaeconomy.co.kr | 2026-08-14 10:24:15
[메가경제=김민준 기자] 정부가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치료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기존 44개소에서 53개소로 확대했지만, 응급실 과밀화와 '응급실 뺑뺑이', 전원 지연 등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실제로 개선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재지정 공모에 신청한 80개 의료기관 가운데 53개소를 선정했다. 신규 지정은 12곳이다. 이번 평가에서는 시설·인력·장비뿐 아니라 중증응급질환의 최종치료 기능과 전원환자 수용 역량, 향후 운영계획 등이 주요 기준으로 반영됐다.
평가 결과를 놓고 병원들의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이 신규 지정된 반면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 경희대병원 등 주요 상급병원은 선정 명단에서 빠졌다. 기존 권역센터였던 일부 병원도 재지정에 실패하면서 평가 기준과 후속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특히 '최종치료 역량'을 권역센터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삼은 데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응급실 의료진이 담당하는 초기 응급처치와 진단을 넘어 수술, 입원, 중환자 치료 등 병원 전체의 배후진료 능력까지 응급센터의 책임으로 묶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에 권역센터 숫자가 부족해서 문제가 됐던 것은 아니다"라며 "센터가 늘어난다고 수술할 의사와 중환자실, 입원 병상 등 배후진료 역량이 저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실 자체의 품질평가와 병원 전체의 응급 배후지원체계 평가는 명확하게 분리돼야 한다"며 "권역센터 확대보다 취약지와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역량을 먼저 끌어올리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Q. 정부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53개소로 확대하고 '최종치료 역량 강화'를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이번 재지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응급의료센터의 관리감독과 지정은 당연히 수행해야 할 정부의 의무와 책임이다. 다만, 지금껏 보건복지부는 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해 오지 못했고 결국 관리감독의 부실은 지금의 응급의료체계 위기를 초래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재지정 결과는 대외적으로는 성공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만, 전형적인 ‘복지부’스러운 전시행정이고 무리한 결과를 초래했으며 승자의 축복보다는 패자의 악몽에 가까운 결과라고 본다.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한다면, 추가적으로 선정된 병원들에 응급센터 지원이 늘어나게 된 점이라 하겠고 우려되는 부분은 이러한 재지정은 응급의료기관의 책임과 의무를 더욱 확대해 최종치료의 책임을 일선 응급실에 전가하는 규제와 법률의 확대가 예상되는 점이다.
Q. 시설·인력뿐 아니라 '최종치료 기능'이 중요하게 평가됐다. 실제 중증응급환자 치료 역량을 제대로 반영하는 기준이라고 보는지 궁금하다.
중증 응급환자의 수용이나 전원환자의 수용율, 최종치료 환자의 비율 등을 응급센터의 평가에 반영하는 부분은 병원의 경영진 입장에서는 고려할 사항일지 몰라도 현장 응급실의 입장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 응급실의 입장에서는 중증응급환자를 얼마나 많이 수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 응급처치를 해줄 수 있을 것인가가 훨씬 중요한 부분이다.
정책당국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응급센터를 관리감독해 응급환자가 최종치료까지 완결되는 것을 바랄 수 밖에 없지만, 응급의료진의 통제범위를 넘어서는 수술이나 중환자 처치의 부분까지 응급센터가 책이질 수 없는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응급실 자체의 품질평가’와 병원 전체의 ‘응급 배후지원 체계에 대한 평가’는 명확하게 분리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 품질평가가 돼야 할 권역응급센터 지정평가에 병원의 품질평가를 섞어놓은 이도저도 아닌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Q. 전원환자 수용률을 주요 평가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나.
다른 의료기관에서 전원을 오는 환자는 너무나도 여러 경우들이 있습니다. 수용을 받는 병원이 최종치료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경우들은 환자나 보호자가 그 병원으로 가기 원해서 보내지는 경우다.
이러한 환자들에 있어서는 응급센터의 능력에 해당하는 응급처치나 진단, 치료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병원의 배후수용능력만을 보는 지표가 될 것입니다.
빅5병원이나 주요 대학병원들의 경우 꼭 필요한 전원이 아닌 환자들의 요구에 의한 전원이 대부분일 것이며 이러한 병원들은 병실이나 배후진료 능력이 여유롭게 운영될 수 없기에 이러한 수용에 관련한 지표는 나쁠 수 밖에 없다. 이것을 기준으로 응급센터가 좋고 나쁜 것을 평가하는 것은 당연히 적절하지 않다.
전제 조건은 모든 상급병원들이 배후진료 능력을 일정부분 비어 있는 채로 유지하는 상태에서 수용율을 따진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의 수가나 관리체계에서 이러한 손실을 감수하고 운영할 상급병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Q. 정부는 운영계획서 이행 여부를 매년 평가하고 차기 재지정과 상급종합병원 평가에도 연계할 방침이다. 응급의료 질 향상에 도움이 될까.
운영계획서 자체가 현실적인 가이드북이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에 가깝다. 응급의료는 예측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아무리 계획서에 대부분의 중증응급환자를 해결할 수 있다고 썼다고 해서 정말 모든 환자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계획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때 그것은 관리감독인 복지부의 책임이 아니라 거짓말을 한 의료기관의 책임이 될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계획서의 이행 여부는 따져봐야 하겠지만, 응급의료기관 평가가 수가와 연계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관리감독 기관이 보건복지부가 큰 칼을 쥐고 의료기관을 압박하는 압력수단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Q. 새롭게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병원들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반대로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에서 탈락한 병원에는 어떤 영향이 예상되나.
현재 우리나라 400여개 응급의료기관은 기본적으로 시설인력장비에 통과한 의료기관들이기에 물리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일부 음압실이나 중환자실 같은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 있겠지만 큰 장벽은 아니다.
권역센터에 선정된 병원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중증응급환자의 수용과 관련한 부분이다. 대구나 부산의 수용곤란 상황을 떠올려 보면, 응급센터의 시설과 장비와 무관하게 소아나 외상에 대한 준비부터 정신과적 배후진료까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일부는 달성 가능할 지 몰라도 일부는 지금 현재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병원 차원에서 권역응급센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와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새롭게 진입한 빅5 병원들의 경우 부족한 병실 때문에 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향후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는 결국 응급실의 변화가 아니라 병원 전체의 변화에 달렸다고 본다
탈락한 병원들은 지금까지의 노력과 투자가 일순간에 사라지게 됐다. 권역센터의 역할 수행을 위한 인력들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
물론 경기도의 한 병원은 탈락했지만, 구제해 주기도 한 특수한 케이스가 있지만, 만약 이 평가기준이 다음에도 이어진다면 차기에 다시 선정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원래 적자가 심했던 응급센터에 투자해서 쉽지 않은 권역센터 승급을 노리기보다는 지원을 축소해 경영을 합리화할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응급실이 지역에서 담당하는 기능으로는 전혀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응급실 의료진들 입장에서는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지원은 축소된 상황에서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Q. 정부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환자 치료뿐 아니라 지역 이송체계와 지역 응급의료의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수행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형적인 공무원식 탁상공론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권역센터 숫자가 부족해서 문제가 됐던 것이 아니다. 늘어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중증응급환자와 지역의 이송체계는 최종적인 행선지가 확실하다면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 권역응급의료센터다.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완전히 수행하지 못했던 부분이 문제의 핵심이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일선 응급센터에 하라고 강제하고, 그들이 운영계획서에 하기로 했으니 잘 될 것이며 책임은 다했다는 당국의 입장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Q. 권역센터·지역센터·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이어지는 현행 전달체계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현재의 의료전달체계는 그 설계단계부터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다. 지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기본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고 하는 일 자체도 완전히 동일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는 권역, 누구는 지역이라는 차별은 권역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센터를 축소시킬 뿐이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처음 응급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이야기할 때부터 모든 지역센터를 권역센터급으로 확대하고 지원하는 부분을 주장했지만, 결국은 일부 승급에 그쳤다.
결국은 권역센터의 확대가 아닌 지역센터의 축소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오히려 권역센터와 빅5병원 위주로 응급실 과밀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전에 권역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이송문의나 119문의를 거절하지 못하게 되면 과밀화는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
응급실 수용곤란이나 전원 지연 역시 해결과는 무관하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수용 곤란의 정당한 사유에 시설, 인력, 장비, 최종진료 인력에 대한 부분은 현재 권역센터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수용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Q. 향후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응급의료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취약지와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지원이다. 1차의료를 응급실이 담당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낮은 단계의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만이 상급기관의 인프라를 보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지금처럼 칼을 손에 들고 못하거나 실수하면 당장 자르겠다는 압박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와 운영이 가능하도록 재정 지원과 시간적인 여유를 부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유연한 기준으로 진입장벽을 오히려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항목 (응급중환자실이나 음압병상 등) 등에 대한 유연한 기준을 적용해서 모든 분야를 완벽하게 하지 못해도 응급환자를 수용하는 것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현재 수행하는 역할과 능력에 차이가 거의 없는 권역센터와 지역센터는 통합하게 돼야 한다. 지금처럼 일부 병원들에게만 추가지원을 하는 방안보다는 모든 지역센터를 권역센터급으로 격상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끝으로 이번 재지정은 현장의 입장에서는 그냥 복지부가 하는 퍼포먼스에 불과하고 현장의 변화는 전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정부정책에 대한 현장의 기대는 바닥을 기고 있다.
권역센터는 중증환자, 지역기관은 경증환자를 담당하면 된다는 계획은 그냥 공무원들의 머리에서 나온 탁상공론일 뿐 현장에서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지역센터는 어떤 환자를 봐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복지부 공무원들을 만날 때마다 그럼 지역응급의료기관에는 119가 어떤 환자를 데려가야 하는가라고 물어보면 제대로 답변하는 사람이 없다. 생각해 본 바가 없기 때문이다.
병원전단계는 최대한 줄이고 기관에서 센터로 이어지는 응급환자의 흐름을 제대로 관리하고 감독할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먼저 응급의료체계의 기본적인 문제들인 ▲과밀화 해결 ▲최종치료 ▲취약지 인프라 개선 ▲ 법적 위험성 감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권역센터가 늘어나도 위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명확한 목표설정과 국민 설득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달성할 응급의료체계의 모습에 대한 비전이 공유될 때 그것을 만들기 위한 세부과제들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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